소서가 김용수
한국문인협회, 신서정 문학회
국보문인협회 부이사장
남강문학협회감사

7.유혹

산에서 할매의 눈빛을 보자 할매를 죽이고 나면 무서운 덫에서 풀려 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20년간 철저하게 당해  고통에서 벗어   있는 순간이 다가 왔다

할매는 악마였다

이제 악마를 응징하고 악마의 손아귀에서 벗어   있는 순간이 왔다

악마를 응징할 때는 철저하게 하여야 한다. 어슬프게 응징하다가는 도리어 당한다.

할매는 철저한 악마였다.

낫으로 찍을 때 마다 할매의 눈빛, 증오에 찬 그 눈빛은 여전히 살아서 태완이의 눈에 박혔고, 그럴 때 마다 낫을 휘둘렀다.

신자에게 총을 쏠 때 신자가 용서해 달라고만 하였어도 그렇게 난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할매의 얼굴에서 비웃는 신자의 얼굴이 나타났다.

할매는 쏘아보고, 신자는 비웃고 있었으므로 그것들을 지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바위를 들고 와서 할매의 얼굴을, 신자의 얼굴을 뭉개 버릴 수밖에 없다.

신자의 얼굴을 바윗돌로 짓이기고 나서야 신자로부터 자유로워 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할매의 눈빛을 지운 후에야 할매로부터 벗어 날 수 있었디.

 

8. 이어진 사슬 - 1

태완이도 할매의 사랑을 잘 알고 있다.

담장너머 바로 옆집이 할매 집이었다.

할매는 20여 년 전, 월남 파병 문제와 대일청구권 협상, 한일협정등으로 온 나라가 어수선할 때 40대 중후반의 나이로 이 마을에 처음 들어 왔다.

할매가 이 마을을 지나다가 마을 입구에 있는 선이네 국밥집에서 요기를 하면서 식당주인과 이런 저런 얘기를 하던 끝에 할매는 마땅히 갈 곳이 없고 자신이 약초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으므로 약초를 캐고 고사리나 산나물을 뜯어 그 동안 생계를 이어 왔는데 이 마을 뒤로 흐르는 산세가 너무 좋아 좋은 약초가 많이 날 것 같으므로 이곳에 정착하여 살고 싶다는 말을 하였다.

선이네 식당 주인인 선이 엄마는 마침 일손이 부족하여 주방이나 허드레 일을 도와 줄 사람이 필요하였으므로 할매에게 같이 일을 하자고 권하면서 이 마을은 예로부터 좋은 약초가 많이 나는 곳으로서 유명한 곳이라는 부연 설명도 하였다.

결국 할매는 선이네 국밥집에서 기거하면서 주방 일을 거들어 주는 대신 약간의 용돈 정도를 받기로 하고, 손님이 없는 한가한 때는 산나물이나 약초를 캐도 되는 것으로 약속하고 그 때부터 이 마을에 눌러 살게 되었다.

나이는 50을 바라보는 초로였지만 얼마나 고생을 많이 하고 꾀죄죄하였는지 다들 10년은 더 늙은 60대의 할머니 나이로 보았고, 흐트러진 머리카락, 앙상하게 말라 얼굴에 비해 더 크게 보이는 찢어진 눈과 툭 튀어 나온 광대뼈는 아이들로 하여금 동화 속에 나오는 마귀 할멈 쯤으로 보이게 하였다.

아이들은 할매에게 마귀할멈이라고 불렀지만 할매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식당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머리도 다듬고, 옷도 자주 빨아 입어 어느 정도 깨끗하게 되었지만 할매는 자신의 몸을 전혀 가꾸지 않고 가르마를 탄 머리에 쪽을 짓고, 허름한 몸빼 바지에 검정고무신만 신고 다녔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과 눈이라도 마주치면 금새 눈을 돌려 버리고 말을 섞으려고도 하지 않았으므로 나이를 전혀 가늠하지도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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