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들이 옥상 기왓장을 독차지 한 듯하다. 왕년에 정미소를 운영했던 집이라 그런지 참새가 많이 산다. 덕분에 우리 집에도 참새집이 나지막한 곳에 있어 가끔 새끼들을 볼 수 있어 좋다. 수수하게 생겼지만 부지런한 새라 내가 참 좋아한다. 일 년에 두어 차례 새끼를 까는데 두 주 동안의 포란 기간이 끝나고 나면 새끼를 또  두 주를 키워야 어미 곁을 떠난다.

  자연과 함께 순리를 따르며 살아가는 생물체 및 동식물의 외침은 생각이 같을 것이다. 어쩌다 규율을 어기고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은 생명체는 호된 자연의 벌칙에 팔이 꺾이거나 무릎을 꿇고 만다. 하지만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 그렇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일까? 출세와 권력 앞에서, 많은 돈벌이를 하기 위해서라면 물불을 안 가리고 거침없이 달려든다. 불법과 몰상식을 앞세우고 무식하게 들이 댄다.
어떤 자리든 유권자 앞에서면 민심의 최고 대변자가 되며 최고의 일꾼이 될 것 같다. 그러다가 부를 누리게 되고 권력자의 자리에 앉고 나면 뜻과 마음이 달라진다. 그토록 민첩하고 번쩍번쩍 했던 두뇌도 멘붕 상태로 바뀐다.
처음엔 마치 참새 굴레라도 씌울 것 같은 약삭빠른 꾀로 거창한 공약을 내세운다. 그러다가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이 오면 말을 바꾸거나 아예 면전에 나서지를 않는 먹통 지도자가 되고 만다.

  알맞은 방안과 대책이 강구되지 않는 머리라면 차라리 변명이라도 하고 털어놓고 실수를 인정하고 용서를 구해라. 껄끄러운 자리에 연연하다가 그 자리를 떠나거나 그 자리에 있으면서도 햇볕 없는 그늘로 가지 않던가. 그늘도 잠깐은 몰라도 길면 괴로울 것.

  참새는 대한민국 어디에도 살고 있다. 우리 동네 정미소가 사라진지 오래다. 하지만 아직도 그 때 그 참새들은 대를 이어 정미소 옆 주인집 지붕 밑에서 지금까지 손(孫)을 이어오고 있다. 그리고 즐겁게 짹짹거리며 살고 있다. 모르긴 해도 지금껏 마을 안은 물론 인근 지역의 사람살이까지 꿰뚫고 있을 것이다. 어느 집 누가 나쁜 짓을 하며 어느 곳에 들 고양이가 많이 다니는지. 그 중에 겁쟁이 참새도 있다. 높은 고압선 전주에 붙어 있는 사각파이프 구멍에 사는 놈이다. 새끼를 깔 때마다 추락사하는 놈이 많다. 채 날지도 못하는 시기에 떨어져 죽는 이유를 모른다. 너무 높은 곳에 자리해 들여다 볼 수도 없다. 그곳이 권력자의 자리인지.

  순진한 참새 잡아먹으려는 들 고양이는 되지 말자. 참새도 듣고 본 것이 있어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알 것은 다 알고 날아다닌다. 정미소 주인집 추녀 끝에 산다고 괄시하지마라. 땅 밑에 두더지라고 모를 것 같아도 나쁜 짓은 누가 알아도 다 알게 되기에 큰 병 오기 전에 종합검진 받아 봄이 좋을 듯하다. 알아듣게 말 좀 해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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