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조문주
교육학 박사
초등교육코칭연구소장

시인 조문주
시인 조문주

 

진주교육대학교에서 화법 강의를 7년간 한 적이 있다. 교사가 될 교육대학생들이 아이들을 만나 수업을 잘 하기 위한 다양한 교수화법을 안내하는 것이다.
“아이들을 잘 가르치기 위한 화법의 핵심은 무엇입니까?”
“어떤 화법보다 앞서는 것이 ‘어떤 마음으로 대하는가?’ 입니다.”
교사나 부모의 마음속에 사랑을 가득 담아둔 채로 아이들에게 필요한 말을 던졌을 때에는 아이메시지(I-message)를 쓰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는 편이다. 마음속에다 화나 짜증을 담아두고서는 어떤 좋은 화법을 쓰더라도 아이는 공감받기가 어려운 것이라고 대답했다. 먼저 내가 어떤 마음으로 말하고 있는지를 살피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어느 날 학부모 한분이 담임교사 소개로 필자를 찾아왔다. 집에서 아이가 입을 크게 벌리고 고개를 한쪽으로 돌리는 틱을 발견한 것이다. 담임교사는 공부도 잘 하고 아주 똑똑한 아이이지만 지나치게 따지기를 좋아하고 불평불만이 많다는 것 정도다.
“어떻게 해 줘야 아이의 틱을 고칠 수 있을까요?”
“‘어떻게’ 보다 ‘어떤’ 마음으로 아이를 대하는 지 먼저 알아볼까요?”
가계도 분석에서 엄마와의 관계가 좋지 못한 것이 드러난다. 자기는 공부도 잘 하고 집안일을 도맡아 잘 했지만 엄마의 인정은 잘 받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자기 아이에게는 아낌없이 잘 해주고 좋은 학원을 보내고 하고 싶은 거 다 하게 해주는데 틱을 보인다는 것에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혹시 아이가 부족하다는 마음으로 대하고 있지는 않나요?”
“아이가 하는 게 마음에 들지는 않아도 칭찬 많이 하고 있어요.”
일주일간의 자녀 간 대화를 분석해 보았다. ‘이중표현’이 많았다. 아직 5학년 아이인데도 아이스러움을 받아 주지 못하고 물건들을 제 자리에 놓고 약속을 잘 지켜야한다는 등의 큰 딸이라는 기대로 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말로는 아이를 칭찬하고 있지만 속마음은 그 반대인 경우가 70% 이상이다. 아이는 엄마의 진짜 마음을 알고 있기에 칭찬도 소용없이 마음이 편하지가 않았나보다. 엄마로서 돋보이고 싶은 욕심이 많았던 것은 아닌지를 따져 보았다. 자기 엄마에게 인정받지 못 했듯이 내 아이를 온전히 인정하지 못하고 어른의 잣대로 반듯하게 행동하도록 종용한 것도 더러 보였다. 좋은 엄마로서 잘 하고 있으나 아이와의 공감대 형성이 잘 되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왜 힘드냐고 따지지 말고 아이의 손을 잡고 힘든 마음을 길게 들어줘 보실래요?”
어떻게 말하는 것이 좋은지에 묻는 말에 어떤 마음으로 말하는 것이 좋을지를 알아보았다. 사랑이나 인정의 감정이 가득한 채로 조금 험한 말을 할 때는 상처를 덜 받는다. 미움이나 부정을 속에 담은 채로 칭찬의 말을 했을 때는 누구든지 혼란스러움을 가지게 된다. ‘겉발림’보다는 멈추어서 내가 어떤 마음으로 말하고 있는지 자각해야한다. 부정의 마음일 때는 차라리 그 부정의 마음을 털어놓든지 아니면 멈추어서 아무 말 하지 않는 것이 더 힘이 될 것이다. 아이와 가장 가까운 교사나 부모가 어떤 마음으로 대하는지 알아차리지 못하고 ‘이중표현’을 사용할 때 아이들은 더 힘들어진다 걸 알 수 있다.
어떤 교육이론이나 화법기술로 아이를 만나는가 보다 어떤 마음으로 만나야할지가 보다 더 우선한다는 것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하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며 인정해주는 것이 쉬운 말이기는 하나 실천하기가 어렵기는 하다. 말하는 나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 알고 대하기가 어려운 탓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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