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바퀴 돌았구나.
외로이 홀로 도는 너, 해와 달을 보고도 만날 수 없는 너!
비고 찬 마음이 함께 한 수많은 나날 속에서 짧지 않은 후회 업은 위로와 밤 새 이야기 하다 깬 아침인데 모두들 벌써 새해라 하네.

 “돌고 돌고 돌다보니 또 한 바퀴 돌았다고?”
누운 듯 선 듯, 서서보지 못해 비스듬한 자세로 셀 수 없는 해년을 돌고 있는 너 지구야!
 꽉 찬 하늘 촌치도 이탈 없이 초속30km의 엄청난 속도로 궤도 따라 돌고 있는 너에게 더 없는 고마움을 표한다.
 
 너의 코와 머리에 무차별로 몰려드는 폐기(廢氣)가 얼마나 너를 괴롭히니.
그러한 고통을 인간들은 모른 채 땅 따 먹기, 자리 빼앗기, 이름 내기, 배 불리고 살찌우기에 급급하여 천륜도 인륜도 모른 채 눈멀어 날뛰고 있구나.

 곧 들이 닥칠 숨쉬기 힘들 미래 세대.
너의 환경이 인간들의 빛 좋은 개살구 ‘문화’라는 탈 아래 게으름과 편리를 앞세워 모른 체 넘고 넘기다 검게 타고 허옇게 부서질 것들을 가슴 아파 어찌 보랴.

  네가 그리 돌기에 나도 이렇게 사는가 보다.
비록 너만큼은 춥고 더움을 몰라도 해와 달의 존위(尊位)에 존경과 따름을 게을리 하지 않는 정성만큼은 배우려 하고 있다.

 수많은 명(命)들의 아우성에 비린내 나는 다툼을 모른 체 하고 우주의 시계에 맞춰 움직이는 너의 성스러움에 감탄과 받듦을 소홀히 해서야 되랴.
저 높은 곳에서 알게 모르게 지켜보는 이의 마음은 얼마나 안타깝고 눈물겨우랴.
 
 최고의 자리에서 영원한 지킴이가 된 해와 달을 감히 인간이 그를 어찌 버금이라도 하겠는가.
 그 숭고하고 고귀한 ‘림’에게 나날과 해년이 부끄럽기만 하다.
그리하여 인간의 보금자리인 ‘지구’ 너를 지금부터라도 받들어 올리고자 함이니 죄송하고 송구스럽지만 날 달 해해 영원토록 그 자리를 지켜주시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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