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뿌리의 복령(茯苓) ( 사진제공 강신근 )
소나무 뿌리의 복령(茯苓) ( 사진제공 강신근 )

 

 

이야기 1)
  옛날, 강원도의 어느 산골에 한 선비가 모함 때문에 죄인이 되어 숨어 살고 있었다. 선비는 깊은 산속에서 각종 잡목을 베어내고 집을 지어 화전(火田)을 일구어 농사를 짓고 숯을 구워서 시장에 내다 팔아 생계를 유지하고 살았다.
  그는 슬하에 아들 하나를 두고 있었는데 재주가 매우 비상하였다. 선비는 아들이 언젠가는 집안을 다시 일으키고 자신의 누명을 벗겨 주리라 기대하며 아들의 학문과 예절 교육에 전념하였다.
  아들이 15세가 되어 과거 준비에 몰두하고 있던 초가을 아들은 몸이 붓고 식욕이 떨어지더니 드디어 자리에 눕고 말았다. 선비는 산에서 나는 온갖 약초를 다 써보았지만, 차도가 없었다. 아들의 죽음이 점점 가까이 오는 것 같았다.
  어느 날, 아들을 간호하느라 선비는 세상사가 허무하고 심란한 마음을 가눌 수 없어 마당 가에 잘라낸 소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있다가 잠깐 잠이 들고 말았다. 그때 꿈인지 생시인지 비몽사몽(非夢似夢) 간에 수염이 하얀 노인이 뒷산에서 내려오더니
  “이놈, 자식이 다 죽어 가고 있는데 잠만 자고 있느냐?” 하고 야단을 치는 것이었다. 그리고 노인은 짚고 있던 지팡이로 선비의 어깨를 내리치더니 그 지팡이를 발밑에 꽂아 두고는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선비가 깜짝 놀라 깨어보니 지팡이에 맞은 어깨가 아직도 얼얼하였고 노인이 지팡이를 꽂았던 자리를 살펴보니 조그마한 구멍이 하나 나 있었다. 이상하게 생각하여 그 구멍을 막대기로 찔러 보았더니 무언가 덩어리 같은 것이 들어 있는 듯하였다. 조심스럽게 흙을 파내었더니 제법 커다란 공 같은 덩어리가 하나 나왔다.
  “그래, 이것은 산신령님이 내 아들의 병을 고쳐 주기 위해 내려 주신 것이 틀림없어.”
  선비는 그 덩어리를 잘게 썰어 정성스럽게 달여 아들에게 먹였다. 과연 아들은 그것을 먹고 부은 것이 내리고 입맛이 좋아지며 기력이 회보되어 오래 지나지 않아 건강을 되찾았다. 그 뒤로 이 덩어리를 산신령이 주신 약재라 하여 ‘복령(茯苓)’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이야기 2)
  조선 시대 역대 임금들의 평균 수명은 43세였지만 영조는 83세로 생을 마감했다. 영조는 즉위(卽位) 하자마자 고른 인재를 등용하려 탕평책(蕩平策)을 실시했지만 날로 더해가는 정쟁(政爭) 때문에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이로 인해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었고, 어릴 적부터 앓았던 위장병이 더욱 심각해졌다. 이런 영조의 속을 다스린 약재는 다름 아닌 40~60년 소나무의 죽은 뿌리에서 기생하는 버섯인 ‘복령(茯苓)’이었다. 당시 내의원에서는 위장을 다스리고 항암에 탁월한 경옥고와 복령이 든 차를 올렸다.
  ☞ 경옥고(瓊玉膏)는 한의학의 3대 명약(공진단, 청심환, 경옥고) 중 하나로 인삼, 백복령, 생지황, 꿀(벌꿀) 등의 좋은 약재를 밤낮으로 3일을 중탕하고, 하루를 식힌 다음 하루를 더 중탕하여 만드는 그야말로 지극정성이 담긴‘아름다운 구슬 같은 고약’이라 불리는 약으로 예로부터 무병장수를 위한 보약으로 귀하게 여겼다.
  승정원일기에는 영조의 재위 기간에 경옥고(瓊玉膏)가 무려 251회나 등장한다. 또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4,010개의 처방 중 첫 줄부터 경옥고(瓊玉膏)가 등장한다. 일성록(日省錄 : 정조 20년)을 보면 쇠약해진 어머니(사도세자 빈)에게 경옥고(瓊玉膏)를 선물한 정조의 일화도 있다.
  또 승정원일기에 효종이 그의 스승이자 정치적 동반자였던 송준길이 병중에 있을 때 어의(御醫)와 함께 직접 경옥고(瓊玉膏)를 하사한 내용이 있다. 그리고 경옥고(瓊玉膏)는 왕의 일화와 함께 총 356번 기록되어 있다. (인조 3회, 효종 1회, 현종 3회, 숙종 22회, 경종 11회, 영조 251회)

  이야기 3)
  복령(茯苓)은 베어낸 지 여러 해(5~10년) 지난 소나무 뿌리에 기생하며, 혹처럼 크게 자란 균핵 덩어리(버섯)를 말하며, 소나무 뿌리에 크기 10~30cm로 형성되는 데 모양은 둥글거나 길쭉한 덩어리로 형체가 일정하지 않다.
  봄철에 소나무를 베어내고 나면, 뿌리 부분은 살아서 영양분을 계속 흡수하는데 지상부로 올라갈 수 없게 되므로 뿌리 부분에 영양분을 저장하게 되는데, 이 영양분 덩어리에 복령 균이 기생하여 크게 자란 것이 복령이라 한다. 그러므로 가을에 벤 소나무에는 복령이 생기지 않는다.  
  이 복령의 겉껍질은 적갈색 또는 흑갈색이며 복령 피라 하며, 내측의 육부(肉部)가 담홍색으로 보이는 것은 적봉령(赤茯苓 - 해송의 뿌리의 균사체))이며, 백색의 것은 백복령(白茯笭 - 적송의 뿌리 균사체)이라 하고, 소나무 뿌리를 싸고 있는 것은 복신(茯神)이라 한다.

복령 편(茯苓 片) (사진 제공 강신근 )
복령 편(茯苓 片) (사진 제공 강신근 )

 

  복령(茯苓)은 구멍장이버섯과(科) 복령의 균핵으로 소나무 뿌리에 기생하는 버섯의 일종이다.‘흰솔풍령’이라고도 부르며, 북한에서는‘솔 뿌리혹버섯’으로 부른다. 전국의 모든 산에 소나무를 베어낸 곳에 자라며 요즈음은 재배도 한다. 복령을 채취할 때는 ‘탐침봉’이라 불리는 기다란 쇠꼬쟁이로 소나무 뿌리 부근을 찔러서 찾아낸다.
  「동의보감」에는 “맛은 달고 심심하며, 성질은 평(平)하고 독이 없어 체질과 관계없이 누구나 먹어도 좋은 약재이자 식품이며, 입맛을 돋우고 구역(嘔逆)을 멈추며 마음과 정신을 안정하게 한다. 폐위(肺痿)로 담이 막힌 것을 낫게 하며 신(腎)에 있는 사기(邪氣)를 몰아내고 오줌을 잘 나가게 한다.
  옛날부터 강장제로 사용되었다. 폐경(肺經), 비경(脾經), 신경(腎經), 방광경(膀胱經)에 작용하여 비장을 보하고 가래를 삭히며, 정신을 안정시킨다.
  최근에 여러 학자에 의하여 실시한 약리 실험 결과에 의하면 이뇨작용과 혈당량을 낮추는 작용, 진정작용 등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면역 부활 작용을 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또 비장이 허(虛)하여 몸이 붓는 경우와 담음증(痰飮症 : 소화불량으로 인한 담적에 의하여 어지럼증)에 사용한다.
  그 밖에 위, 간, 이자, 신장 등이 질병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질병을 앓고 난 후 허약한 사람이나 만성 위장병 환자 등의 치료를 위한 약재로 이용된다.
  또 다른 효능으로는 파키마 성분이 항암에 도움을 주며, 레시틴 및 각종 유기산이 풍부하여 피부의 노화를 예방하고, 염증을 개선해 준다.
  복령을 이용할 때는 반드시 가루를 내어 물에 담그고, 저어서 뜨는 것은 복령의 막(茯筋)인데 눈을 몹시 상하게 하므로 버리고 써야 한다. 
  복령은 가루를 만들어서 부침가루에 섞어서 부침개를 해 먹거나 칼국수나 수제비를 만들어서 먹어도 좋다. 술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담금주를 만들어 3개월 정도 숙성시켜 드셔도 좋다.
  산속에서 수도 생활을 하시는 분들은 복령을 식량 대용으로 먹는데 일반인보다 훨씬 좋은 정신적, 육체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복령은 오래 먹을수록 몸에 이로운 식품이자 약(藥食同原)이다. 복령을 약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기(氣)를 돕는 사군자탕(四君子蕩 -인삼, 백출, 백복령, 감초)과 팔미탕, 십전대보탕의 주약(主藥)으로 처방되며, 우리 몸의 콩팥 신음(腎陰), 신수(腎水)가 부족한 음허증(陰虛症)을 치료하는 육미지황탕(六味地黃湯 -숙지황, 산수유, 산약, 목단피, 백복령, 택사)에 들어가는 약재이다.
  뿌리를 둘러싸고 있는 복신(茯神)은 총명탕의 주재료로 심신과 정신안정 그리고 치매 예방에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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