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조문주
교육학 박사
초등교육코칭연구소장
본지 논설위원

시인 조문주
시인 조문주

 

필자는 30여년전 시낭송을 만나 지금까지 이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한편의 시를 낭송하면서 바르게 성장하는 효과를 잘 알기 때문이다. 이 수업을 통해 아이들 인성교육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 지를 잘 아시는 한 교장선생님께서는 해마다 본인 학교로 필자를 불러 시낭송으로 인성수업지도를 하게 했다. 시낭송으로 하는 인성교육에다 다양한 수업 기술까지 겸하는 수석교사의 자부심으로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올해도 딱 하루만이라도 다녀가라는 청을 거절하지 못해서 다녀왔다.
2학년 네 개 반의 시낭송수업을 준비했다. 다양한 인형의 목소리를 익히면서 시낭송을 지도했다. 본 수업의 내면적 목표는 고운 말 거친 말을 구분하여 어느 쪽 말을 많이 하는 것이 소중한 나를 기르는데 도움이 될지를 안내하는 것이다.
“마음속에 기린과 자칼이 살고 있어요. 여러분 속에는 어느 동물이 잘 자라고 있나요?”
자기 마음속에 자칼이 더 자라고 있다고 남자아이들 몇이 손을 든다.
“기린은 고운 말을 먹이로 해서 자라고, 자칼은 거친 말을 받아먹으며 자라고 있대요.”
이해인님의 ‘나를 키우는 말’시를 안내 했다.
~행복하다고 말하는 동안은/나도 정말 행복해서/ 마음에 맑은 샘이 흐르고~
~좋은 말이 나를 키우는 걸/나는 말하면서/다시 알지.
아이들은 이 시를 기린마음으로 낭송하면서 고운 말을 많이 해야겠다고 했다.
이미옥님의 ‘꺼지지 않는 컴퓨터’는 자칼이 좋아하는 시라고 모두들 대답했다. 엄마가 하지 말라는 컴퓨터를 자꾸 하고 싶어지는 마음을 털어놓으면서 자칼마음도 기린마음이 되고 싶지만 습관이 되면 바꾸기가 쉽지 않음을 안내했다,
~누가 내 머리에서/컴퓨터 좀 꺼주세요./눈 감아도/꿈속에서도/꺼지지 않는 컴퓨터 화면~ 
자칼의 마음으로 이 시를 낭송하면서 재미있어 한다. 폰 게임이나 컴퓨터 게임을 아주 좋아하는 아이들이다. 컴퓨터 화면 속 전사들이 싸우는 장면은 자칼 같다고 한다. 기린 마음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쉽지 않다는 것을 이 시를 통해 알게 된다.
비폭력대화에서는 ‘폭력 대화’의 상징으로 자칼을, ‘비폭력 대화’의 상징으로 기린을 세워 대화법을 설명한다. 자칼이기만 하거나 기린이기만 한 사람은 없으며, 보통 상대와 상황에 따라서 자칼이 되기도 하고 기린이 되기도 한다. 지금은 모두가 기린이고 싶어 하지만 상황따라 ‘너 때문이야’ 하며 자기 욕심만 챙기는 자칼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충동적이고 자신의 욕구를 채우는 자칼의 대화에서 부드럽고 평화로운 기린의 대화로 바꾸는 비폭력대화의 방법을 한편의 시를 낭송하면서 만나게 되는 것이다.
~고맙다고 말 하는 동안은/ 고마운 마음 새로이 솟아올라/ 내 마음도 더욱 순해지고~
나를 키우는 말은 기린의 말이며 화가 나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느낌과 욕구를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난 말이야. 내 안의 기린이 슬퍼지려고 해. 네가 자꾸만 내 지우개를 허락 없이 가져가서 속상해.”
자신이 필요한 것을 상대에게 강압적으로 말하는 습관이 되어 있으면 공감의 기린 언어로 바꾸기가 쉽지 않다. 연습이 필요하다. 아이나 부모나 교사 등 서로 간에 공감하는 기린 대화법을 많이 쓰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우리 사회는 서로 존중받고 격려 받는 분위기가 이루어질 것이다. 한 편의 시가 주는 기적의 힘을 보태는 마음으로 시 한 편 낭송하며 내 안의 기린이 자칼을 이길 수 있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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