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국가의 당 대회 개최는 나름대로 사회발전의 큰 획을 긋는 중요한 행사이다. 국가경제발전에 큰 변화가 발생하거나, 국가적으로 중대한 선언이나 의지를 표명하거나, 내부권력의 변화가 발생하는 등의 변화가 수반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당 대회는 당의 노선과 권력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며, 당 대회에서 수렴된 결과는 바로 새로운 시대정신이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가권력의 최고권위인 당 규약을 개정하기도 한다. 주지하다시피 김정일 집권 시기에는 북한은 한 번도 당 대회를 개최하지 않았다. 당의 노선 변화 없이 내부적으로 권력을 단속하는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북한은 1980년 10월 제6차 당 대회를 개최하고 36년 만인 2016년 5월 제7차 당 대회를 개최한 바 있다. 그런데 2021년을 맞아 북한은 1월 5일 또다시 제8차 당 대회를 개최하였다. 지난 2016년 5월 제7차 당 대회를 개최한지 불과 5년 만이다. 상당히 자신감 있는 모습이다.

이번 제8차 당 대회 사업총화보고를 통해 김정은은 핵을 36차례나 언급하면서 핵무기를 소형경량화, 규격화, 전술무기화한데 이어 초대형 수소탄개발도 완성하였다고 강조하고, 여기에 더하여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시험발사를 성공함으로써 명실 공히 국가 핵 무력이 완성되었다고 선언하였다. 결국 제8차 당 대회는 핵 무력과 군사력, 경제문제로 집약되지만 우선은 군사적으로 핵 무력의 완성을 대내외에 과시하고자 하는 것이 주 목적이었던 셈이다. 그 외에 나타난 특징으로는 완성된 핵 무력을 앞세운 대미, 대남 전략과 함께 핵‧경제 병진노선을 재차 강조하고, 또한 새로 개정된 당 규약을 통해 기존의 당 위원장 체제를 당 비서 체제로 5년 만에 환원하여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총비서로 추대되고, 그간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아왔던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기존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빠지고, 당 부장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대미전략과 관련해서는 그간 대미협상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비핵화라는 말이 사라진 대신 “최대의 주적인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키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강조한 점이 특징이다. 이는 향후 미국이 양보하지 않는 한 더 이상 비핵화(핵 동결)협상이 없다는 일종의 선언으로서 미국과 ‘강대강’으로 맞선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대남문제와 관련해서는 우리의 첨단군사장비 도입과 한미 합동군사연습을 문제 삼으며 판문점선언 발표 이전시기로 되돌아갔다고 지적하고, 이 같은 적대행위의 일체 중지와 남북공동선언의 성실한 이행을 강조하면서 미국 눈치를 살피며 방역협력이니 개별관광이니 하며 변죽만 울리지 말고 제대로 된 남북경제협력을 위한 태도변화를 촉구하였다.

북한은 상당히 자신만만하다. 그 자신감은 기본적으로 완성된 핵 무력을 앞세워 나오는 것이겠지만 이를 부채질하며 편안히 북한의 행보를 도운 ‘4.27 판문점 선언’이나 ‘9.19 평양공동선언’과 같은 대북 굴욕적 태도가 한 몫을 했을 수도 있다. 이번에도 우리 정부의 태도는 그때와 유사하다. 북한이 당 대회를 통해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하며 ‘핵 불포기’ 입장을 대내외에 천명했는데도 불구하고, 통일부는 김정은이 촉구한 내용을 마치 시대정신이나 되는 것처럼 즉시 대변인 논평(1.9)을 통해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정착, 남북관계 발전을 추구해 나간다는 정부의 입장은 일관된다”고 아무 맥락 없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마저도 ‘북한의 비핵화’도 아닌 ‘한반도 비핵화’라며 북한과 중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우리 정부의 자주정신과 어떻게 양립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2021년 벽두에 북한이 핵 무력을 앞세워 나타낸 자신감은 향후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정세가 풍랑 속으로 이끌릴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어떤 태세로 남북관계 정책기조와 대미외교를 다시 정립하여 헤쳐 나갈지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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