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정찬기오
교육학 박사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논설위원 정찬기오
논설위원 정찬기오

 

사람이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인간사(人間事)와 4계절(時), 열두 달(月)의 자연현상들을 각각 오행에 배당한 논리를 우리는 시령설(時令說)이라고 한다. 즉 '자연과 인간의 음양오행 순환운동에 의해서 화평(和平) 상태가 유지'될 수 있으며, 거기에서 벗어나면 자연과 사회의 화평은 깨어진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음양오행설은 陰陽說과 오행이 결합하여 5종류의 기, 즉 우주에 편재하고 충만한 5가지의 에너지적 원소로 간주하였다. 음양설과 5행설을 통합하여 체계적인 음양오행설을 서입시킨 대표적인 학자는 추연(鄒衍)이다.
그는 음양의 기와 5행에서 발생하는 덕(德)의 소식(消息)이론으로 사물의 변화를 설명했는데, 그의 사상을 대표하는 학설로는 오덕종시설(五德終始說)이 있다.
5덕이란 5행에서 발생한 5종류의 작용을 말하는 것으로, 오덕종시설에 따르면 천지가 나누어진 이래 5덕의 전이에는 일정한 기운이 있고, 거기에 적응한 정체(政體)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 왕조의 제왕은 누구나 이 5행의 덕 가운데 하나를 갖추어 王者가 되며, 모든 왕조는 5덕의 순서에 따라 흥망하게 된다.
5행의 상호관계는 토-목-금-화-수와 같이 각기 전자의 왕조를 이기고서 나타난다는 상승(相勝)과 순환의 법칙, 즉 상극설(相剋說)의 입장을 취했다.
이 오덕종시설은 진한의 교체기를 거쳐 전한(前漢)의 정치적 안정기가 오면서 木 - 火 - 土 - 金 - 水로 차례차례 생성해간다는, 정권 선양(禪讓)의 형태를 취하는 상생설(相生說)로 변화했다. 그리고 진한대의 음양오행설은 〈여씨춘추 呂氏春秋〉 12기(十二紀)와 〈예기 禮記〉 월령(月令)에 보이는 시령설(時令說)로 발전되었다.
따라서 '시대·사회의 지도자는 음양오행의 순환운동을 제대로 따름으로써 사회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특히, 진·한(秦·漢) 시대에는 음양오행설이 유가(儒家)와 도가(道家)를 포함한 모든 사상에 수용됨으로써 하나의 보편적인 사상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동중서(董仲舒)는 음양오행설과 유교의 정치사상을 결합한 천인감응(天人感應) 사상과 '좋은 징후(祥瑞)와 변고(變故)의 예언'에 해당하는 휴상재이(休祥災異) 사상으로 당대의 유교 사상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동중서는 자연현상과 인사, 군주의 정사(政事)가 대응 관계에 있음을 강조하고, 군주의 통치는 하늘(天)에 순종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믿었다.
군주의 통치가 민생을 해치는 경우는 음양오행의 부조화를 초래하게 되어 가뭄과 장마 등의 자연재해를 통한 '하늘의 견책(譴責)'이 있게 되며, 혜성이나 지진의 발생 등과 같은 괴이(怪異)를 통한 경고가 내려지고, 군주가 반성하지 않을 때는 천명을 바꾸어 국가를 멸망시킨다고 믿었다.
그러나 군주의 통치가 민생을 보호할 때는 보랏빛 구름이나 진기한 짐승이 출현하는 등의 상서(祥瑞)가 나타나게 된다고 믿었다.
그는 오행설을 응용하여 5사(五事; ①외모, ②언어, ③보는 것, ④듣는 것, ⑤생각하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제시하였다.
유교가 국교가 되면서 동중서의 재이설(災異說)은 점차 신비스러운 참위설(讖緯說)로 바뀌어 갔다.
참위설에서 정권교체의 예언은 기존 왕조의 권위를 위협하면서 새로운 왕조의 정당성을 설명하는 기능을 갖게 되었고, 음양오행설은 자연과학의 영역, 특히 의학자의 이론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중국 의학에서는 '인체의 내부와 자연계가 밀접한 관련이 있다'라고 믿었다.
인체의 조직은 자연계의 음양오행에 적용된다고 믿었기 때문에 '음양오행의 도식'이 '생리학의 도식'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예컨대 간(肝)과 담낭을 목(木)에 배정하고, 심장(心臟)과 소장을 화(火)에 배정하였으며, 비장(脾臟)과 위장을 토(土)에 배정하고, 폐(肺)와 대장을 금(金)에 배정하였으며, 신장(腎臟)과 방광을 수(水)에 배정한 후 그 기능을 설명하였다.
또한 사계절의 변화가 인간의 생리적 변화에 영향을 미친다거나 인체 내부의 오장(五臟)이 상호 영향을 끼친다는 이론 등을 제시하였다.
음양오행의 도식은 서민들의 생활 장면에도 활용되었다.
생활 장면에 적용된 5방위(方位)는 동쪽(木), 남쪽(火), 중앙(土), 서쪽(金), 북쪽(水)으로 구분하였고, 5색(五色)은 청색, 적색, 황색, 백색, 흑색으로 구분하였다. 오궁(五宮)은 청룡, 주작, 황룡, 백호, 현무로 구분하였고, 오미(五味)는 신맞, 쓴맞, 단맞, 매운맞, 짠맞으로 구분하였다.
오지(五志)는 화남, 기쁨, 질투, 슬픔, 놀람 등으로 구분하였고, 오성(五性)은 인자함, 예절 바름, 신뢰로움, 의리 있음, 지혜로움이었다. 다섯 기후는 바람 부는 것, 더운 것, 습한 것, 건조한 것, 추운 것으로 구분하였다. 오곡(五穀)은 보리, 수수, 기장, 쌀, 콩으로 구분하였고, 신체(身體) 부위는 눈(木), 혀(火), 입(土), 코(金), 귀(水) 등으로 구분하였다.

저작권자 © 경남연합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