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 꽃(사진제공 강신근)
개나리 꽃(사진제공 강신근)

 

 이야기 1)
  어느 부잣집에 스님이 시주를 청하려고 갔더니, 부자는 ‘우리 집에는 개똥도 없소!’라고 하면서 문전박대(門前薄待)를 당했다. 그런데 가난한 이웃집에서는 시주를 해주자 고마운 마음에 짚으로 먹동구미(짚으로 둥글게 만든 곡식 담는 작은 소쿠리) 하나를 만들어 주고 사라졌는데 그 속에서 쌀이 계속 쏟아져 나와서 가난한 사람은 금방 부자가 되었다.
  이웃 부자가 이 사실을 알고는 몹시 원통해 하였다. 이듬해 그 스님이 또 시주를 청하려 왔다. 그 부자는 이번에는 많은 쌀을 지주를 하자, 그 스님은 이 집에도 먹동구미 하나를 만들어 주고 사라졌다. 부자는 떨리는 마음으로 열어보았더니 쌀 대신에 개똥이 가득 들어 있었다. 부자는 놀라고 괘씸한 마음에 그 개똥을 울타리 밑에 묻어두었는데, 거기서 노란 개나리꽃이 만발했다는 이야기이다.

  이야기 2)
  아주 먼 옛날, 왜 단 마을에 다 쓰러져 가는 오두막집 한 채가 있었다. 그 집에는 홀로된 어머니가 개나리라는 아이와 어린 두 아들을 데리고 살았다.
  집이 워낙 가난하였는데 그 와중에 흉년이 들어 개나리 어머니는 밥 동냥을 하여 네 식구가 어렵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개나리네 어머니께서 몹쓸 병이 들어 몸져눕고 말았다. 그래서 여섯 살 난 개나리가 밥 동냥을 하면서 네 식구가 연명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개나리는 추위를 피하려고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네 식구가 추위를 이기려고 꼭 껴안고 잠이 들고 만 사이에 아궁이에 지핀 불이 번져 집을 몽땅 태우고 네 식구가 모두 죽고 말았다.
  다음 해 봄 그 집터에는 예전에 보지 못했던 나무가 자라서 노란 꽃을 피었다. 앙상하게 뼈만 남은 개나리네 식구처럼 몹시 가느다란 가지에 꽃잎도 식구 수 만큼 4개였다.
  사람들은 후일에 이 꽃을 개나리네 식구와 닮았다고 생각하면서 ‘개나리’라 불렀다.

  이야기 3)
  옛날, 마천령 산마을에 이씨(李氏) 노인이 살았다. 슬하에 1남 1녀를 두었는데, 아들은 ‘대우(大牛)’고 딸은 ‘연교(連翹)’였다.
  세월이 흘러 이씨 노인이 세상을 뜨자, 대우와 연교는 서로 의지하며 살았다. 어느날, 연교가 들에서 일하는 오빠에게 점심밥을 가져다주려 산 위로 올라가는데, 산비탈에서 큰 구렁이가 아이를 감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녀는 쏜살같이 다가가서는 큰 돌을 집어 계속하여 구렁이에게 던졌다. 아이를 삼키러던 구렁이는 화가나서 아이를 풀고, 연교를 덮쳤다. 풀려난 아이가 뒤늦게 동네 사람들을 불러왔지만, 연교는 이미 구렁이에게 감겨 죽어 있었다. 화가 난 사람들은 구렁이를 때려죽였다.
  동네 사람들은 연교를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었다. 그로부터 몇 년이 흘러 그녀의 무덤에 작은 나무가 무럭무럭 자라기 시작하였다. 사람들은 이게 연교의 영혼이 환생하였다고 믿었다. 후에 동네 사람들은 연교를 기념하기 위해 이 나무를 ‘연교나무(連翹樹)’라 불렀다.

  이야기 4)
  개나리의 꽃말은 희망과 기대이다. 그래서 전쟁의 절망에서 희망을 찾고자 6.25 전쟁과 휴전이 끝난 이듬해 1954년에 발표된 최숙자의 ‘개나리 처녀’가 크게 유행했다.
 1절) 개나리 우물가에 사랑 찾는 개나리 처녀 / 종달새가 울어울어 이팔청춘 봄이 가네 / 어허야 얼씨구 타는 가슴 요놈의 봄바람아 / 늘어진 버들가지 잡고선 탄식해도 / 낭군님 아니 오고 서산에 해지네 /
  2절) 석양을 바라보고 한숨짓는 개나리 처녀 / 종달새가 울어울어 내 얼굴에 주름지네 / 어허야 얼씨구 무정코나 지는 해 말 좀 해라 / 성황당 고개 넘어 소모는 저 목동이 / 가는 길 멀다 해도 내 품에 쉬려마 /
  이양자 시인의 “개나리 노란 꽃그늘 아래”을 소개하면 ‘개나리 너란 꽃그늘 아래 / 가지런히 놓여있는 꼬까신 하나 / 아기는 살짝 신 벗어 놓고 / 맨발로 산들산들 나들이 간다 / 가지런히 놓여있는 꼬까신 하나
  개나리는 봄철에 잎보다 꽃이 먼저 피워서 온 산천을 물들이는 우리나라에서는 흔한 꽃이다.
  물푸레나뭇과에 속하는 낙엽활엽관목으로 학명은 「Forsythia Koreana」이다. ’Koreana’가 들어 있는 우리나라 특산 종이다. 우리는 흔해서 그냥 지나쳐버리는 꽃이지만 외국에서는 인기가 참 좋은 꽃으로 유명하다. 개나리 종류는 대부분 유라시아의 동쪽에서 기원했고 우리나라와 중국의 「당개나리」외 「의성개나리」로 구분한다. 개나리의 성숙한 과실(열매)을 건조한 것을 연교(連翹)라고 한다. 연교(連翹) 열매가 연꽃과 비슷하게 방(房)을 형성하고 있고 여러 풀 중에 길게 솟아 나와(翹) 있어 얻은 이름이다. 또 씨앗을 쪼개면 한 조각 한 조각이 깃털과 비슷하므로 ‘잇닿다’라는 의미의 연(連)과 ‘깃털’이라는 의미의 교(翹)를 써서 연교라고 부른다고도 알려져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개나리는 열매를 거의 맺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번식은 꺾꽂이로 이용한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의 개나리는 한약재로 쓰이지 못하고, 당개나리와 의성개나리의 열매인 연교(連翹)라는 이름으로 한약재로 사용한다.

개나리꽃 열매 연교(사진제공 강신근)
개나리꽃 열매 연교(사진제공 강신근)

 

  연교(連翹)는 맛이 쓰고 약간 차가운 성질이 있는 열매가 익기 시작하여 녹색이 남아 있을 때 딴 것을 ‘청교(靑翹)’, 완전히 익었을 때 채취한 것을 ‘노교(老翹)’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노교(老翹)’를 약재로 쓴다. 심(心), 폐(肺), 담(膽)경으로 귀경하고, 주요 효능은 청열(淸熱), 해독(解毒), 소종산결(消腫散結 : 피부 종기나 상처가 부은 것을 삭아 없어지게 하고 뭉치거나 물린 것을 헤치는 치료법)의 약효를 가지고 있다.
  최근에 밝혀진 약리 작용으로는 항균작용, 항염작용, 혈압강하작용, 지혈작용, 해열, 이뇨작용이 있다고 밝혀졌다. 화학성분으로는 포르시롤, 스테롤화합물, 사포닌, 올레아놀산 등이 있다.
  열성 질환이나 화농성(化膿性 : 종기가 곪아서 고름이 생기는 성질) 질환에 쓰이는 중요한 약재로 열성 감기에 금은화(金銀花 : 인동 덩굴의 꽃) 등을 배합하여 열을 내리는 작용과 함께 각종 피부 염증성 질환에 쓰인다.
  연교를 소량으로 사용하면 건위작용(健胃作用 : 위를 튼튼하게 하는 작용)이 있어 소화 기능을 올릴 수 있지만, 다량 사용하게 되면 식욕을 감퇴시키기도 한다.
  연교의 또 다른 작용으로 요도염 등으로 소변을 잘 못 보거나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증상과 이뇨(利尿), 소염(消炎), 해열(解熱) 작용에 사용한다.
  ☞급성 신우염(腎盂炎 : 신장 안에 오줌이 일시적으로 머무는 곳에 생긴 염증)이나 신장결석(腎臟結石 : 신장 안에 생긴 돌)에 하루 30g을 달여 식전에 복용하여 양호한 반응을 보였다는 보도가 있었다.
  연교에는 비타민 P를 풍부히 함유하고 있어 모세혈관의 저항력을 증가시켜 중풍(中風) 예방과 치매(癡呆)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연교는 소양인(少陽人) 체질에 해당 되는 약재로 타 체질(태양인, 태음인, 소음인)을 가진 사람은 대량으로 장기간 복용은 좋지 않을 수 있다. 사상체질 의학지인 「동의수세보원」에는 연교가 들어간 처방으로 대표적인 ‘양격산화탕’과 가미 산화 탕‘이 유명하다.
  ☞ 양격산화탕(凉膈散火湯)은 소양인이 가진 여러 병중에 소갈 병(당뇨)을 치료하는 대표적인 처방이며, 그 외 피부가려움증, 구내염, 아토피, 소화불량, 역류성 식도염, 편두통, 불면증, 공황장애, 대상포진, 만성피로 등 다양한 치료 효과를 가지고 있다. 처방전에는 인동덩굴, 연교, 산치자, 박하, 지모, 석고, 방풍, 형개 등이 들어간다.
  개나리 꽃을 이용한 개나리 꽃차와 개나리 주(酒)을 만들어 수시로 먹으면 개나리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풍부한 성분을 섭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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