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한결 같은 사람을 좋아 하지만 이를 조롱하는 그의 친구 ‘들쭉날쭉’이 어디를 가나 말썽이다. 하는 일도 그렇고 한 일도 그러니 끝말이 늘 달리지 않을 수 없나보다. 일상에서 제일 가깝게 묻어있고 붙어 다니는 정겨운 마음과 두터운 정도 그렇고 늘 드나드는 현관 밖에 나가면 사회생활도 그렇고, 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두가 그러하니 이것이 으레 ‘그러려니’ 해야 하는가 싶다. 그래야 사람 사는 재미가 있을까?
  평소에 멀쩡한 사람이 제값도 모르고 정신을 어디다 팔아먹을 때도 있고, 아직 할 일이 태산인데도 저녁밥 잘 먹고 이 세상 하직했다는 사람도 있고. 첫 만남에 인상이 너무 좋아 선택했음에도 세월 흘러 그렇지 못한 삶을 후회하기도 하니. 대체 어떻게 어떤 기준으로 살아야 정상인지 모를 일이다.
  하기야, 하늘 가운데 있는 바람이나 구름조차도 불었다 흐렸다 하며 들쭉날쭉한 일기인데 인간세상이야 말 할게 있겠는가. 자로 정확히 재어서 잘 맞추어 놓은 마룻바닥도 겨울이면 틈이 생기니 말이다. 일자리, 집값, 학대아동, 인구문제, 10년 20년의 독방 살이, 눈도 코도 없는 균들과의 싸움, 이로 인한 갖가지 문제들. 날마다 바뀌고 바꾸고 싶은 법과 양심들이 샅바 없이 씨름판에 줄줄이 서 있다. 누가 누구를 이겨야 하는지, 싸워야 할 상대조차 모르고 서 있는 수많은 선수들. 심판 바뀌면 선수도 바뀌어야 하는가. 법전 속의 법전을 또 찢고 있으며, 채워놓은 수갑을 또 못 채워 안달이고, 설계도면 속의 도면에 겹으로 또 그리고 있는 아리송한 정책입안자들이 때로는 안타깝기도 하다. 아니, 너무 피곤해 그런가? 그렇다면 어둠 들기 전에 군불 때어 이부자리 깔아 드리고 싶다. 춥고 긴 겨울 밤 편안히 주무시라고.

  그래, 사람살이가 개미도 꿀벌도 아니기에, 더욱이 혹독한 독재자의 입김아래 사는 것도 아니기에, 어쩌면 개인마다 철저히 다른 개성에 맞춰 살리기란 지도자나 책임자로서는 얼마나 깊고 무거운 난고가 앞을 가리겠는가. 하지만 양심과 도덕의 기반위에서의 법과 실행은 번영과 행복으로 변해 돌아온다고 알고 있음에. 들쭉날쭉한 삶의 방법도 갑작스러운 번영보다는 확실한 안전을 위해서라면 선택해야 할 방법이기도 하다. 지구의 환경 탓에 보기 어려운 하늘의 별자리가 그렇고 흘러가는 구름이 그러하며, 울퉁불퉁한 땅의 구조나 소리치며 흐르는 강물도 그러지 않은가.
  휴일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배우자나 그대의 자녀를 나무라지 마라. 들쭉날쭉한 일과나 일들에 받은 스트레스가 얼마나 컸겠냐. 건강이 못미처서, 적성에 맞지 않아 하기 싫은 일이나 학습에 쏟는 과부하가 얼마나 걸렸겠는가. 그리고 바깥에 나오면 제발 욕심 부리지 말자. 앞서고 뒤서고 많이 갖고 적게 갖는 것에 불평 좀 줄이면 어떨까. 더욱이 정치가나 기업가나 학자가 하는 일이 좀 못마땅하더라도 융통성 있게,  덕망스러운 눈으로 좀 봐 주면 안 될까. 그래도 나보다는 낫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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