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가 류준열

수필가, 여행칼럼니스터
천상병문학제추진위원장
직품집 무명그림자 외
전 중등교장

류준열
류준열

 

카렌족(태국미얀마 국경지역소수종족) 여인의 금빛 찬란한 둥근 고리, 목 아래 쇄골부터 차곡차곡 쌓여 턱까지 쌓인다.

고리는 여성의 장식용 목걸이가 아니라, 밀림 속 헤매며 살아온 종족의 서러운 역사적 징표이자, 일상의 곤고한 삶 살아야 하는 카렌족 여인의 족적.

삶의 무게만큼 쌓여 높아만 가는 황금빛 목고리다.

 

지나가는 나그네 겹겹이 두른 고리 보고 아름다워지기 위한 여성의 별난 장식품이라 말하면 안 된다.

천대받고 탄압받으며 기름진 땅에서 쫓겨 밀림 속에서 숨어 살아야 했던 슬픈 생존의 역사 간직한 운명의 족쇄라 말해야 한다.

맹수의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 피하기 위한 목에서 결코 떨어질 수 없는 족쇄라고...

모국 미얀마 밀림에서 살지 못하고 죽음 무릎 쓰고 탈출하여 남의 나라 산속 보호 구역에 갇혀, 오고가는 사람들 위해 목에 걸린 고리 볼거리 되어버려 쉬이 떼어 내기 어렵겠다.

 

오색찬란한 수예물 앞에서 긴 목 늘어트리고 수줍어하는 얼굴마다 미소 지으며 해맑은 눈동자 빛난다.

철모르고 엄마 손 잡은 목 고리 낀 어린 소녀들, 화려한 전통 의상에 무거운 금빛 고리 목에 감은 가냘픈 여인들, 누추하고 허름한 가재도구, 소액의 돈일지라도 감사의 정 드러내는 사람들, 옛날 어렵던 우리네 시골 모습 겹치며 아련한 그리움과 통증 뒤섞여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마을 앞 원숭이 한 마리 나무에 매여 앙증스런 눈 부라리며 이리 뛰고 저리 뛰어도 내내 매어진 그 자리 맴돈다. 암울한 카렌족 미래 무언의 몸짓으로 나타내기라도 하는 듯

[태국 라오스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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