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태완이에게 그런 대답을 유도한 할매는 무거운 물항아리를 갖다 달라, 디딜방아에서 고추를 빻아야 하므로 디딜방아를 밟아 달라고 하여 하루 종일 아픈 발목을 사용하게 하였다.

저녁이 되자 발목은 남산만큼 부풀어 올랐으며 도저히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자 그제서야 할매는 발목에 열이 나므로 열을 빼야 한다고 하면서 발가벗긴 후 우물에서 갓 길어 온 차가운 물을 온 몸에 끼얹어 초주검 상태로 만다.

우물물을 뒤집어쓰고 초주검 상태가 되면 굳어 있는 몸을 풀어야 한다면서 아픈 발목을 사정없이 문지르고, 부기를 뺀다고 침을 놓고, 쑥뜸을 한다면서 콩알만한 약쑥 서너개를 아픈 발목 위에 올려놓고 성냥으로 불을 붙여 태우는 고통을 가한다.

엄마, 아버지에게는 태완이가 장난을 치다가 발목을 다쳤다고 하면서 치료 과정을 호들갑스럽게 설명하면 부모님은 그 설명에 껌뻑 넘어간다.

엄마, 아버지가 태완이에게 물어 보면 태완이도 할매의 설명에 따라 당연히 장난을 치다가 스스로 다쳤고, 할매에게는 괜찮다고 하여 치료를 하지 않고 있다가 저녁이 되어 다친 부위가 눈에 띌 정도로 부어오르게 되자 할매가 다친 곳을 확인 한 후 치료를 해 주었다고 설명함으로서 할매의 말과 일치시킨다.

설령 할매가 엄마, 아버지에게 다치고 치료하는 과정을 말하는 것을 듣지 않았다고 해도 태완이는 이미 학습효과로 인하여 태완이의 기억 속에 각인된 데로 앵무새 같은 대답을 되풀이 한다.

 

태완이가 그런 과정을 아버지, 어머니에게 설명할 때 조금의 과장도, 왜곡도 아닌 객관적인 사실을 말한다.

태완이의 엄마, 아버지는 태완이나 할매가 설명하는 이상의 사실을 알 수가 없다.

할매로부터 당한 학대는 태완이로서는 그것이 학대인지 조차 모른다. 배가 아프니까 약을 먹어야 하고 머리가 아프니까 뜨거운 쑥찜질을 해야하며, 발목을 삐었으므로 침을 맞아야 하며, 때로는 복합적으로, 약을 먹고 주무르고 침을 맞고 뜸을 해야 한다. 몇 가지의 시술이 한꺼번에 행해 질 때는 차라리 아픈 것이 더 낫다는 생각도 여러 번 하였지만 그건 단지 태완이의 머리 속에서 맴도는 자그마한 반항이었을 뿐이다.

침을 맞으면서, 쑥 찜질을 하면서 주무르면서 받아야 하는 고통은 치료 과정에 수반되는 당연한 고통으로 알았다.

태완이도 그렇게 알았고, 태완이 부모도 그렇게 알았다.

분명한 것은 태완이가 아팠던 것이 사실이고 그러한 치료를 받은 후에는 눈에 띄는 치료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한가.

지금 생각해 보면 다쳐야 할 상황이 아닌데도 다친 적이 여러 번 있고 그 치료방법은 하나같이 조그만 아이가 감내하기에는 너무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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