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1)
  중국의 4대 미녀(西施, 왕소군, 초선, 양귀비) 중의 한 사람이었던 서시(춘추전국시대 월나라 왕 구천의 후궁)가 비파(琵琶)를 뜯으며 ‘오동잎이 떨어지네(梧葉落)’를 부르던 중, 목이 붓고 아픈 걸 느껴 얼른 청열약(淸熱藥 : 열을 내려주는 차가운 성질의 약)을 썼다. 목이 아픈 증상은 즉시 나았으나 약을 쓰지 않으니 다시 재발(再發) 하였다.
  이후에 그녀는 한 의사를 불러 진찰을 하였는데, 서시(西施)의 사지(四肢 : 팔다리)를 보니 사지가 싸늘하고, 맑은 소변을 자주 보며 맥이 가늘어 육계(肉桂)를 한 근이나 처방하였다. 약방 주인이 이 사실을 알고는 비웃으며 말하길,
  “목이 잔뜩 붓고 아픈 것은 열이 많은 증상입니다. 이때 육계처럼 열이 많은 약을 사용하면 되겠소?”
  서시가 “하지만 이 의사의 의술이 아주 출중(出衆)하고 인품이 좋아요. 저는 그분을 믿으니 속은 셈 치고 육계를 조금만 주세요.”
  서시는 우선 조그마한 육계 한 조각을 먹었다. 달고 향긋한 향이 입가에 퍼지는 게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먹다 보니 반 근을 먹었고, 어느새 통증이 사라지고 음식도 편히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약방 주인이 이 소식을 듣고 그 의사를 찾아가 물었다. 의사가 말하길,
  “서시의 병은 본래 몸이 허한 것으로 인해 도리어 화기(火氣)가 성해진 것으로 이것은 진짜 화(火)가 아니라 허화(虛火 : 가짜 화)라고 하는 것입니다. 허화(虛火)로 인해서 몸이 상했을 때는 열을 내리는 청열약을 사용하면 안 되고, 인화귀원(引火歸源 : 들뜬 화기를 원래 있어야 할 곳인 단전으로 내려 주는 치료법) 하는 치법(治法)을 써야 하지요. 그래서 육계를 써서 목의 염증을 치료했습니다. 이건 사실 흔하지 않은 치료 방법입니다.”라고 했다.
                                 - 옮겨온 글 : 한의사 최현명의 재미있는 한약 이야기 -

  이야기 2)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보름달을 바라보며 계수나무와 토끼가 살고 있다고 여겼다. 그래서 사람들은 둥근 보름달을 향해 두 손 모아 가족의 건강과 안위를 비는 풍습이 지금도 전해오고 있다. 이렇듯 계수나무는 설화 속의 나무인데, 윤극영이 만든 ‘반달’이라는 우리나라 최초의 창작동요 덕분에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전 국민이 다 아는 나무 이름이 되었다. 그런데 계수나무라고 부르는 두 종류의 나무가 있다. 중국 원산의 목서(木犀)와 일본 원산의 ‘계수나무’가 있다.
  목서(木犀)는 중국이 원산지로 추위에 약해 우리나라에는 제주도에만 자라는 나무인데, 우리 선조들은 목서(木犀)를 계수나무라 불렀다. 꽃과 향이 좋아 많은 사람이 아꼈으며 각종 시와 문학에도 자주 등장한다. 한방에서는 육계나무라 한다.
  두 번째는 일본에서 온 계수나무과의 계수(桂樹)나무 인데 1920년대에 처음 들어올 당시 일본식 나무 이름이 계(桂)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보고 계수나무라고 부른 것이 지금까지 굳어졌다. 이 계수나무는 꽃이 작고 열매도 딱히 쓰임새가 없어 사람들의 큰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살아간다. 정원수로 이용한다. 가을이 되면 하트 모양의 노오란 단풍을 달고 달콤한 향기를 풍긴다.
  이야기 3)
  육계(肉桂)나무는 녹나뭇과에 속한 상록활엽교목으로 높이가 약 8m 정도이며 작은 가지는 녹색이고 잎은 달걀 모양의 긴 타원형으로 길이는 약 10cm이다. 꽃은 6월쯤 피고 연한 노란빛을 띤 녹색이다. 중국의 광둥, 원난성 등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스리랑카가 주산지다.
  육계나무는 제주도에서 일부 재배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기후 영향으로 보기가 힘들며 한약재로 사용되는 물량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중 스리랑카, 베트남, 중국산의 품질이 우수한 편이다.
  한의학적으로 육계나무의 성질은 뜨거우며 맵고 단 맛이 난다. 성미가 따뜻하고 매워 우리 몸의 기(氣)와 혈(血)의 소통을 잘 시킨다. 그리고 단전(丹田)을 따뜻하게 해주는 작용이 있어 손발이 차거나 아랫배가 찬 경우에 좋다. 정력(精力)을 증진하는 효과도 있다. 소화불량이나 복통이 있는 경우, 변이 묽거나 설사를 하는 경우, 요통이나 무릎 관절이 시리고 아픈 증상에도 유효하다. 또 하복부를 따뜻하게 해 자궁의 혈액 순환을 양호하게 해주므로 월경 불순과 생리통에 효과가 있다. 
  육계는 오래전부터 후추, 정향과 함께 세계 3대 향신료 중 하나로 향신료나 한약재 등으로 사용하여 왔다. 특히 계피유는 육계를 증류(蒸溜)하여 만든 기름으로 특유한 향기 및 감미(甘味)와 신미(辛味)가 많아 화채(花菜), 도넛, 제과, 콜라 등에 이용된다. 그리고 분말류는 과자류, 빵, 콜라, 아이스크림, 커피 등에 이용되고 있다.

  이야기 4)
  육계나무에서 얻는 계피 등을 동의보감 원문의 요약에 따르면 그 부위에 따라 5가지로 나누고 있다.
  ▶육계나무의 겉껍질을 ‘계피(桂皮)’라 한다. 계피는 주로 몸속의 중간 부분을 데워주는 성질을 가지므로 소화기를 도와주는 데 쓴다. 민가에서는 수정과(水正果)에 넣어 먹는다.
  ▶육계나무의 밑동의 겉껍질을 ‘육계(肉桂)’라 한다. 육계는 몸속의 아랫부분을 데워주는 몹시 더운 성질을 가지므로 몸속의 아랫부분인 손발이 찬 사람들에게 쓴다.
  ▶육계나무의 어리고 작은 가지를 ‘유계(幼桂)’라고 한다. 유계는 가벼운 성질을 가지므로 어깨나 팔의 병에 쓴다.
  ▶육계나무의 가는 가지를 ‘계지(桂枝)’라고 한다. 계지는 가볍고 뜨는 성질을 가지므로 발산시키는 작용이 있어 감기에 쓴다.
  ▶계피나 육계의 비늘처럼 된 겉껍질 부분을 제거한 후 그 안쪽에 있는 매운맛을 가지 부분을 ‘계심(桂心)’이라 한다. 계심은 계피나 육계와 성질이 반대로 기운이 몰려 막힌 것을 풀어주는 데 쓴다.

  현대과학에서 육계의 효능을 연구한 바에 따르면, 약효 성분은 휘발성 정유 성분이 약 1% 함유하고 있다. 약리작용을 보면, 각종 균의 억제작용, 건위(健胃)작용, 타액 및 위액 분비 촉진 작용 등이 보고되고 있다.
  한국의학연구원 고병섭 박사팀과 광주과기원 임신혁 교수팀은 기초기술연구회 기관 간 협동 연구 사업의 목적으로 공동 연구 결과, 계피의 강력한 항암 효능에 대한 정확한 기저를 최초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암 전문 국제 학술지인 ‘Cancer Letter’지 2월호에 게재되었다.

 

계피와 계피 가루(사진제공 강신근)
계피와 계피 가루(사진제공 강신근)

 

☞ 암 예방을 위한 민간요법 소개
  재일 교포 기무라 겐토라는 분이 10년간 연구와 실험을 통해 얻은 결과로서 일본에서는 선풍적이었다고 한다. ‘대부분 사람은 암세포를 가지고 있는데 거의 활동을 안 하고 있지만 어떤 환경 즉, 몸이 차고 시원한 조건이 되면 왕성하게 활동을 하게 된다. 그래서 암세포가 가장 싫어하는 계피, 식초, 커피를 조제하여 아침 공복에 3일만 실천해 보라고 한다. 뜨거운 커피 한잔에 식초와 계핏가루 각 1티스푼 넣어 젖어 마신다.
  파킨슨병과 관련된 운동장애 개선에 관한 실험을 미국 시카고 대학 연구진이 독성물질을 투여하여 인위적으로 뇌를 손상시킨 생쥐를 이용한 연구에서 계피의 주성분인 시나믹스(Cinnamic acd)을 함께 투여한 결과 현저하게 뇌 손상이 감소하였다고 밝혔다. 파킨슨병을 치료하는 방법은 아직 없는 편이지만, 주변에 환자가 있다면 수정과를 꾸준히 복용시키면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되어진다.
  ☞ 계피는 오래 끓이면 정유 성분이 날아가기 때문에 20분 이내로 짧게 끓여야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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