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 열고 나가기 전 그대 눈앞에 뭐가 보이나요? 지금 그대 눈으로 뭘 보려 하나요? 눈꺼풀이 무겁고 찝찝하거든 주저 말고 두 눈을 비벼 보세요. 그래도 갑갑해서 잘 보이지 않거든 맑은 물에 담가 두고 눈 뜨기를 반복해요. 방안에 먼지가 그대 눈을 엄습한 것. 어디서 들었는지 알 수 없는 그 먼지는 그대의 귀와 맘이 만들어 퍼뜨린 거랍니다. 그래도 제대로 보이지 않거든 굳게 닫힌 창문을 활짝 열어 보세요. 푸른 하늘 날고 있는 수많은 묏 비둘기 넋 놓고 있는 그대 이름 소리 높여 부릅니다. 산자락 숲 속을 아침저녁 드나들며 앞 못 보는 그대를 부르고 또 부릅니다.

숨쉬기 힘들고 머리 조여 오거든 문틈에 코 대고 들여 마셔 보세요. 마르고 습한 공기 그대 찾아 들거든 거절 말고 받들어 들이 쉬어 마시세요. 그래도 막힌 가슴 뻥 뚫리지 않거든 닫힌 문 박차고 뛰쳐나가 보세요. 창문열고 보았던 것 닫고 보나 열고 보나 알 수 없던 모양과 크기이고. 골짜기만 걷지 말고 들판 길도 걸어보고 좁고 약한 논둑 밭둑 비틀거려 걷고 보면. 무너질 듯 미끄러질 듯 아스라이 지나 서서 한 숨 쉰 끄트머리 뒤돌아서서 보면. 방안에 앉아 보던 그 풍경 지워지고 짧고 좁은 시야가 가림 없이 트일 거요.

비좁은 공간에 집지으려 한 마음 대문 열고 보고나니 달려 나가 뛰고 싶죠? 넓고 높은 세상에 마음껏 뛰고 올라 독특하고 다양한 그대 모습 되찾아서. 보고 듣고 새긴 대로 양 팔 크게 뻗어 부둥켜안고 안아 마음껏 살아 봐요. 소박한 그 마음 소리치며 외쳐 봐요.
“이제 늦어 어찌 할꼬?” 걱정일랑 던져놓고 큰 숨 한 번 들이 쉬고 다시 뛰어 나가세요······.

  그래, 이 바보야 잠기지도 않았던 문 게을러 열지 못해 지금껏 지내 온 날 이제야 생각하니 얇은 귀 얇은 마음이 위대한 나를 옥죄고 살았구나! 그렇게도 무겁던 마음과 몸, 희망의 외침이 나를 찾아 들어오니 큰 것 찾아 큰 광야 높은 산만 꿈꾸었던 헛되고 헛된 꿈들 널린 야산 작은 벌판 둘러보며 살련다. 이제, 힘차게 열린 대문 내 나가고 나더라도 어떤 이유 불문하고 누구도 닫지 마소.

  어렵고 힘든 겨울 한소끔 끓고 나니 지난 해 왔던 봄과는 분명히 다를걸요? 서글펐던 지난 봄, 서툰 이름에다 무섭기만 했던 코로나19. 그 놈이 헤집어 놓은 가난한 봄은 꿰맬 수도 없었네요. 몸과 마음 너무 아파 고달픈 봄 제발 금년으로 마지막이길 소원합니다. 기대했던 금년 봄도 어설픈 봄이 되어 왔을지 모르지만 조용히 예쁘고 향긋한 봄이 왔는지? 대문 열고 나가서 한껏 그려 맞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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