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미화
경남신문 신춘문예등단
시집 -치통의 아침
경남연합신문 경연문단 시인
챙겨줄 게 많은 가방
교과서 대신 미니스커트를 몰래 담아 다니는 가방
손바닥만 한 걸 어깨에 메는 가방
또 다른 가방 하나는 집을 소개하러 다닌다
월셋방 벽에 기대있는 저 가방들에게서 나는 온기
옆구리가 참 따뜻해져 온다
이른 봄에 꽃을 피우던 벚나무의 몸도 그랬구나
가끔 가방은 가방끼리 만나 짜증내고
가끔 가방은 가방끼리 만나 위로한다
저녁이 오면 곰팡이꽃을 등 뒤에 지고
서로 담아 온 하루를 꺼내놓고
또 내일을 챙긴다
때때로 가방 네 개에서 나오는 선물들이
좁은 방에 줄줄이 배를 깔고 누워도
가난하지 않을 만큼 충분한
우리 집은 가방이 네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