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야권 대권주자로 ‘촉망받던’ 윤석열 검찰총장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모양새에 때를 놓칠세라 제1야당 ‘올드보이’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선거는 구관이 명관’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이미 판단이 끝났다”던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말이 맞을 것 인지 재수생 강세가 대선에서 이어질 것인지 윤석열 총장의 자가행보 가능성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재명, 이낙연, 윤석열 다음에 바짝 따라가는 홍준표 의원은 한때 ‘온화한 준표’를 강조하더니 최근 그의 주특기인 인파이터 기질을 다시 가동시키면서 집권 세력의 일방통행 국정을 바로잡을 검투사는 자신밖에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31일 SNS를 통해 새해 소망으로 “칼날 위에 선 준표보다는 맘씨 좋은 푸근한 아저씨가 되기를 원한다”며 누그러진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2월 17일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의표명 논란을 겨냥, 문재인 대통령을 직격하며 ‘입심’을 과시했다.
홍 의원은 “임기 말이 되니 권력 내부가 곳곳에서 무너지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며 그렇게 자기들끼리 똘똘 뭉쳐 국민을 괴롭히던 그들 내부가 스스로 무너지고 있어 이제 제어하기 힘들 것”이라며 “등산은 언제나 하산길에 사고가 많이 나는 것임을 인식하고 그냥 억지 부리지 말고 하산 준비나 하시라”고 쏘아붙였다.
홍 의원은 연초 ‘꿈꾸는 대한민국’이라는 책도 출간, 이미 대선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데 사실 따지고보면 지명도에 있어 홍준표를 능가할 사람이 없고 문재인 대통령도 재수생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것을 보면 홍의원도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점유하고 있다고 할수 있다.
국민의힘 최대 지지세력인 TK의 적통을 내세우는 유승민 전 의원 역시 최근 집권세력에 대한 공격수로 떠오르고 있다. 유 전 의원은 기자들의 전화를 잘 받지 않기로 유명하지만, 최근엔 기자들의 전화나 문자에 잘 응답하면서 본인의 논리적 언변을 드러내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기울이고 있으나 지난해 총선때 황교안, 유승민의 당대당 통합을 이루었으나 통합효과도 없이 4.15총선에서 참패한 것을 두고 그 책임소재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말도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차기 대선 주자 선두에 선 이재명 경기지사를 집중 타깃으로 삼고 “경제도 모르면서”라는 논리로 이 지사를 몰아세우고 있다. 그는 2월 9일 SNS에 ‘기본소득 주창론자’인 이재명 지사를 두고 “기본소득은 양극화 해소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월소득 100만 원인 저소득층과 1000만 원인 고소득층에게 똑같은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은 공정과 정의에 반하고 소비 촉진 효과도 부족하다”고 주장, 이 지사를 향해 공개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도 지난해 총선 패배 이후 이어가던 침묵을 깨는 모습이다. 최근 열린 탈원전 관련 세미나에서 축사를 통해 “탈원전 정책을 막기 위해 우리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발언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황 전 대표는 2월초 그를 보좌했던 김우석 전 상근특보와의 인터뷰가 담긴 대담집 ‘나는 죄인입니다’도 출간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총선이 끝난 후 참회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당을 응원해준 국민과 함께 고생했던 당원들, 그리고 국회의원들께 가슴 찢는 사죄의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지냈다”고 밝혔다. 참회를 통해 성찰의 시간을 보냈으니 이제 재기를 통해 과거의 잘못을 대선 승리로 보답하겠다는 정계 복귀 시동 발언이라는 분석으로 이어지고 있으나 당선된 국회의원들에게는 사죄할 이유가 없으며 당대당 통합으로 식상하게 만든 책임문제와 공천잘못에 대하여 먼저 사죄하는 것이 진정한  사죄아니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다. 작년 4.15총선에서 형편없이 패배하므로서 이나라 국회독재가 횡행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할 때 그 책임을 면할 수는 없을 것 같다.
TK 출신인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도 김종인 현 비상대책위원장의 여러 오류를 지적하는 당내 분위기를 받아내며 최근 언론 노출을 시작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TK의 선택을 받는다면 대망론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김병준 전 위원장은 보수 야권에는 현재 압도적 후보가 없는 만큼 합종연횡을 통해 자신의 세를 만들어가겠다는 복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조사 지지율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원희룡 제주지사도 꾸준히 움직이고 있다. 원 지사 역시 SNS 등을 통해 집권세력을 공격하는 언변을 과시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한때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 지지율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지지율 하락세가 눈에 띌 정도로 2월초 한국갤럽 조사, 2월 18일 전국지표조사 결과에서 연이어 한 자릿수 지지율을 보이며 1위 이재명 지사와의 격차는 3배 이상 벌어졌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거침없는 수사에 이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의 대립과정에서 ‘정의의 사도’ 이미지가 각인돼 지지율이 급상승세를 기록했지만, 집권세력과의 대립각이 둔화되면서 지지율이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윤 총장이 권력비리수사를 제대로 한다면 올드보이들이 힘을 쓰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은 여전히 힘을 갖고 있다.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현 정권에 대한 심판론이 선행돼야 하는데, 윤 총장만 한 적임자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윤 총장은 국민의힘 최대 지지 세력인 영남뿐 아니라, 윤 총장 집안 고향이 충청도라는 점에서 ‘충청 대망론’까지 등에 업을 수 있다. ‘차기 상품’으로 윤 총장만 한 인물이 없다는 정치권의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집권 세력과의 갈등 구조 속에서 정치적 명성이 자라난 윤 총장이 이 구도 속에만 머물 경우 정치적 자기 행보에 실패할 것이란 지적이 많다. 자기 걸음을 걸어야 진정한 정치 행보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지인들이 최근 윤 총장에게 자기 행보를 가능하게 해줄 정치 멘토부터 찾아야 한다는 고언을 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서울시장도 3수 끝에 겨우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사업가 마인드만 갖고 정치를 시작했다가 선거법 위반도 걸리고 서울시장 선거도 여러 번 떨어지는 등 고생을 했지만 대선 가도에서는 강적인 박근혜 후보를 경선에서 꺾으면서 본선도 쉽게 이겼다. 그 뒤에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버티고 있었지 않았느냐”며 “대선 정도 되면 학생이 아무리 잘해도 안 되고, 훌륭한 선생님이 뒤에 계셔야 한다.”며 윤 총장은 검찰 출신 선배들 중에 그를 아끼는 사람들이 많아, 이들로부터 다양한 조언이 쇄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검찰 출신보다는 정치판을 좀 더 많이, 더 깊게 본 정치인 출신 전략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여러 올드보이들의 몸풀기를 희망적으로 보고있으니 올드보이들이 여럿 나와 대선판 흥행을 만들면서 예열을 시키고, 윤 총장도 잠룡으로 계속 뛴 뒤 올 하반기에 ‘막판 결합’을 통해 야권대통합의 화룡점정을 한다해도 7월 임기로부터 대선까지는 8개월이 남아있는 윤총장으로서는 현직임무를 마치고 해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2002년 정권 재창출을 이뤄냈던 민주당의 대선 모델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다. 당시 ‘제3후보’였던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는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바탕으로 주가가 치솟았다. 김종필 정주영 박찬종 이인제 등이 보여줬던 종전의 제3후보 영향과는 상이하게 2002년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 개인적으로 쌓아온 정치적 이미지, 기업인이라는 지위까지 묶어내면서 지지율 고공행진을 달성했다.
이를 바탕으로 정몽준 후보는 당시 여권의 노무현, 야권 이회창 후보의 강력한 라이벌로 떠올랐다. 노무현 후보는 민주당 국민경선을 통해 대선후보로 확정됐지만,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만 지지세가 강했을 뿐 폭넓은 지지 기반이 약해 대선 승리를 쉽게 장담할 수 없었다. 더욱이 상대인 이회창 후보는 ‘노무현 바람’에도 불구하고 대세론을 또 한 번 형성했다.
이에 위기를 느낀 민주당은 제3후보 정몽준 후보와 과감히 손을 잡으면서 경상도출신 노무현후보가 부산경남표를 어느정도 흡수하고 전라도 몰표로 당선되는 전략속에 이를 통해 진보로 치우쳐 있던 노무현 후보와 민주당의 정치 성향을 희석시킴과 동시에 지지 연령대를 확대시켰고, 이후 극적인 후보 단일화까지 성공시킴으로써 민주당의 승리를 이끌어냈으며 문재인 대통령도 그와 같은 전법에서 당선됐다.
지금은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비해 약체다. 더욱이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비해 후보군도 적다. 민주당은 여러 차례 집권하는 동안 압도하는 후보가 없었지만 DJP연합,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등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전법을 쓰며 약점을 극복하고 승리했다. 국민의힘은 여전히 원맨쇼 구도에 사로잡혀 당은 당대로 보수우파시만사회단체는 단체대로 뿔뿔이 흩어져 있는 상태에서 기존 올드보이들과 윤 총장을 모두 아우르는 전법을 써야 한다. 이 전략을 지금부터 가다듬어 다양한 가상 시나리오를 만들지 않으면 내년대선에서 또 어려워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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