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봉산에 나무를 심으며 대학교수 정년 퇴임하는 조경학자

정년퇴임하는 경남괴기대 강호철 교수
정년퇴임하는 경남괴기대 강호철 교수
칠암동천에서 예를 올리며 정든 교정 떠나
제자들과 마로니에(서양 칠엽수) 묘목 식재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조경학과 강호철 교수가 제자들과 함께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운 정년퇴임 행사를 마쳤다고 3일 전했다.
강 교수는 지난달 26일 28년 재임 기간에 걸쳐 지도해 온 학생 동아리 '한마음 칠엽수' 제자들과 모교 칠암동천에서 예를 올리며 정든 교정을 떠나게 되었다. 강 교수는 칠암동천과 비봉산 기슭에서 지난해 10월에 채취하고 노천매장으로 저장한 차나무 종자를 비봉산에 심었다.

차나무를 비봉산에 식재한 의미는 강교수는 그동안 「비봉산 제모습찾기 운동」을 푸른진주시민위원회와 경남환경교육연합과 공동으로 수년동안 추진하며 차나무 종자와 종가시나무를 심어왔었다.
비봉산은 진주의 상징이자 주산이지만 낙엽수가 주종을 이루고 있어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단조롭고 삭막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아 왔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강호철 교수는 '비봉산을 푸르게 진주를 푸르게' 운동을 진주시와 함게 펼쳐 왔다.
비봉산 자락에 차나무 종자를 심은 후 강 교수는 제자들과 가좌동 종합농장으로 이동해 프랑스 파리에서 종자를 가져와서 키운 동아리의 상징인 「마로니에(서양 칠엽수)」 묘목 7그루를 졸업생들과 함께 심는 것으로 정년의 의미를 부여했다.

강 교수는 "조경학과 동아리인 '한마음 칠엽수'를 기념하기 위해 7그루를 심었다"라며 "제자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나도 이렇게 영광스런 퇴임을 하게 됐다"라고 의미를 전했다. 제자들은 "강호철 교수의 퇴임 기념집 '살기좋은 녹색도시'의 출간기념도 겸한다"라며 "스승님의 가르침 덕분에 선후배지간 끈끈한 정을  이어가고 있다"라고 전했다."세월이 흘러 교수님은 정년퇴임을 맞이하지만, 영원히 '한마음 칠엽수'가 기억하고 사랑하겠다"라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강 교수는 10대 중반에 진주농림고등전문학교에 입학해 20대에 졸업했고, 30대 후반에 전임강사로 임용돼 67세에 정년을 맞게 되는 칠암벌 모교와 흔치 않은 인연을 갖고 있다.

경남과기대 개교 100주년 기념관 준공기념으로 기증받은 개비자나무(추정수령 350년생)에서 종자를 채취하고 갈무리해 키운 4년생 묘목을 본관과 쥬라기공원 일대에 학생들과 옮겨 심는 등 모교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강 교수는 4년제 산업대학으로 승격한 후 공채 1기로 임용돼 경남과학기술대학교가 경상국립대학교로 바뀌는 전날에 퇴임하게 되는 특별한 경우였다. 강 교수는 10여 년 전부터 남강을 건강한 녹색 지대로 가꾸기 위해 학생들과 식목일 행사를 남강 변에서 갯버들과 왕버들을 심어 왔었으며, 2017년부터 비봉산을 푸르게 가꾸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 강 교수는 경남과기대 전신인 진주농림고등전문학교(5년졸), 동국대 임학과를 졸업했으며 한양대 환경과학대학원 환경계획학과 조경전공(공학석사), 성균관대 대학원 조경학과에서 공학박사를 받았다.

강교수는 정년을 기념해 '살기 좋은 녹색 도시'를 펴냈다. 책에는 정년을 기념해 각종 매체에 연재한 기고문과 함께 지난 30년간의 답사를 기록한 답사일지 및 그간의 사회활동 등을 담았다. 강 교수의 호는 예림(藝林)이다.
이 책에는 은사님으로부터 받은 호에 대한 마음도 담았다. "예림(藝林)은 은사이신 창림(蒼林) 김시경 진주산업대학교 초대 총장께서 1995년 무렵 지어주신 아호"라며 "스승으로부터 임학을 배웠지만, 이후 조경학을 공부하게 된 저에게 평생의 과제를 부여했다"라고 회상했다.
한편 조경수목과 도시녹화가 주 전공인 강호철 교수는 국내의 열악한 도시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30여 년간 해외 유명 선진 녹색 사례지 답사 기록인 '천년 세월로 빚은, 교통의 정원'(2015)과 '세계의 명품정원'(2019) 등을 출간한 바 있다.
강 교수는 평소 승용차 없이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환경실천가로도 유명하다. 해외 답사에서도 주로 걸어서 도시의 내밀한 구석구석을 살피고 기록하는 경관 수집가다.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 3만보 이상 걸으며 기록하는 강행군이 고스란히 책에 담겨 있다.
시간과 돈을 동시에 절약하기 위해 점심은 주로 주먹밥으로 해결하는 열정도 녹아 있다.

대학 내동캠퍼스에 백송 40년생을 식수하고 동아리와 제자들이 제작한 기념패를 설치했다.
대학 내동캠퍼스에 백송 40년생을 식수하고 동아리와 제자들이 제작한 기념패를 설치했다.

 

10대와 20대 재학, 30대와 60대에 대학재직
진주농전-진주산업대학교-경남과학기술대학교 거쳐

강교수는 "10대와 20대에 걸쳐 이 학교에서 재학하였고 30대에서 67세에 이르도록 모교에서 근무할 수 있어 흔치 않은 특혜이고 큰 행운이었다"라며 "경남과기대가 '경상국립대학교'로 교명을 바꾸고 새롭게 출발해 기대도 되지만 서운함과 아쉬움 마음은 더 크게 남는다. 하지만 칠암벌의 울창한 숲과 모교가 변함없이 푸르고 번영하길 간절하게 소망한다"라고 밝혔다.

1980년대 잠실 체육공원과 아시안선수촌 및 기념공원, 삼성동 무역센터 조경시공 감리를 담당, 경상남도문화재위원(자연분과)을 비롯해 도시계획위원회와 건설기술심의위원회 등 여러 자문활동을 수행했으며 한국조경학회 영남지역회장과 전통조경학회 부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많은 선진도시를 답사하며 기록한 자료를 라펜트에 '경관일기'라는 제목으로 230여 차례 연재 중이다.
또한 강 교수는 진주시와 대학에 40년생 백송을 기증했다. 백송은 중국이 원산으로 수령이 오래되면 줄기가 흰색으로 변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들 수목은 비봉산 녹화사업과 모교 110주년 기념식수가 되었다.
그 외에도 강 교수는 주말 쉼터인 「용치산방」에서 애지중지 아끼며 길러온 희귀종 별목련(천리포식물원에서 확보) 두 그루와 영하권 추운 날씨 1월에 개화하는 15년생 납매와(중국에서 반입, 종자에서 발아) 주목 8그루도 진주시에 기증하기도 했다.
"조경에 관련하여서는 정원을 살피고 기록하며 정리한 정성의 부피에는 누구도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 김정호가 대동여지도를 만들 듯 정원의 세계사를 정립하는 정원의 역사를 새로썼다"는 평가를 받는 강교수는 퇴임을 기념하여 '살기 좋은 녹색 도시' 출간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나무를 심고 전문서적을 출간하는 등 도시조경 전문가이자 조경기술사로서 학자의 면모를 보였다.

정년 기념도서 -살기좋은 녹색도시-
정년 기념도서 -살기좋은 녹색도시-

 

  [자료정리 대담 : 편집국장 류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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