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비밀 (1)

언니가 범인을 찾아 진주 인근으로 온 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부산 역 앞에 있는 5층짜리 상가건물과 가족들의 추억이 깃들어 있는 자신의 집, 그리고 역시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전답까지 모두 처분하여 남편이 다니던 학교에 기증하였다.

 

언니에게 상당한 재산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때에는 형제들 사이에 저러다가 돌아오겠지 하는 생각을 하였고 언니가 재산을 모두 처분해 달라고  때는 어디 적당한 곳에서  둥지를 틀고  인생을 시작하겠지 하는 안도를 하였으나 그것도 잠시 언니와 전혀 연락이 되지 않던 중에 남조선대학에서 감사장을 전달하려고 하였으나 언니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하면서 동생을 찾았을 , 그리고 학교에 기부한 돈이 부동산 처분한 돈의 전부라는 사실을 알았을  형제들의 생각도 바뀌었고, 언니를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다가 약 10여 년 전 이 마을로 들어와 산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 가끔씩 형제들이 직접 찾아오거나 아니면 사람을 사서 언니의 동정을 살폈는데 언니가 약초를 캐거나 산나물을 뜯어 시장에 내다 팔면서 어렵사리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모두들 안심을 하였다.

이제 자신이 찾아 온 것은 언니가 산골마을인 이 마을에서 여러 해를 거주하면서 언니가 잘 아는 약초를 캐고 또 산나물을 뜯어 파는 생활을 하여 정신적으로 많이 안정이 되었을 것이라고 짐작하고 언니를 설득하여 형제들 곁으로 돌아오게 하기 위해서 찾아 왔다고 하였다.

3년 전에도 자신이 직접 언니를 만나 고향으로 돌아가자고 설득하였으나 언니는 처음과는 달리 마음이 많이 풀어지고 안정이 되었지만 아직도 자신은 할 일이 남아 있다고 완고하게 거절하여 그냥 돌아간 적이 있다고 하면서 동생은 긴 한숨과 함께 눈두덩이 붉게 변하면서 주루루 눈물을 흘린다.

 

(2)

동생의 말을 듣는 순간 할매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

자신이 죽인 세 사람의 유일한 가족이 이 할매라는 사실도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리고 할매가 왜 이 마을로 들어 왔는지도 알게 되었다.

지서는 할매의 비밀을 알게 되자 무엇보다도 할매가 범인이 자신이란 사실을 아는지 궁금하였다.

할매가 범인이 지서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그 집요한 성격으로 미루어 살인청부업자라도 사서 자신의 목숨을 노려야 하는데 아직까지 지서는 그런 위험을 당해 본 사실이 없다.

무엇보다 할매는 지서에게 진정으로 고마워하면서 지서나 지서의 처에게 조그마한 선물도 자주 하였고, 특히 지서 아들인 태완이를 마치 자신의 아들이나 손자가 되는 것처럼 수시로 씻어 주고 밥도 챙겨 먹여 주며 진주에 갔다 올 때는 농촌에 사는 아이들이 상상도 하지 못할 고급 장난감이나 옷가지, 신발 등을 사다 주어 태완이는 농촌 아이 같지 않은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런 사실로 미루어 보아 할매는 지서가 범인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할매는 범인을 찾아 전국을 떠돌아다니다가 막상 범인의 옆에까지 찾아 와서는 왜 갑자기 복수를 하지 않는 것일까?

이 마을에서의 안온한 생활에 젖어 범인을 찾는 것을 포기해 버린 것일까?

그건 아니다.

할매가 이 마을로 들어 올 무렵 할매는 많은 재산을 모두 처분해 버리고 자신은 스스로 무일푼의 상태로 만들었다. 이 사실은 범인을 찾았기 때문에 그 범인에게 복수를 하고 자신은 아무런 미련도 없이 생을 마감하고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들 곁으로 홀가분한 마음으로 떠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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