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조문주
교육학박사
초등교육코칭 연구소장
본지 논설위원
“헤이 문주샘~~, 장기 한판 둘까~~~요?”
“아 그럴까~~~요?”
교사와의 의사소통을 거부하던 아이에게 장기두기를 가르치다가 서로 친구가 되었다. 번번이 지기도 하는 나는 한수 물려달라고 사정을 하기도 하면서 친해졌다.
“야, 너는 선생님께 말버릇이 그게 뭐니?”
옆에서 핀잔을 주면 은근히 눈치를 보면서 씨익 웃기도 한다. 그렇다고 수업 시간에까지 그러는 게 아니다. 특히 수학시간에 흥미를 가지고 점점 집중하게 되면서 높임말도 잘 쓴다.
가끔 자기도 모르게 교사를 친구 대하듯 말 할 때 나는 분명하게 말한다.
“너 지금 나의 금을 너무 많이 밟은 것 같은데?”
내가 교사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경계선을 지켜달라고 하는 뜻이다. 교사를 친구처럼 엄마처럼 대할 때도 있고 정중하게 교사와 학생의 경계를 지켜서 서로 존중하며 배움에 임할 때를 잊지 말자고 한다.
이 아이의 어머니는 이혼하고 혼자 키우면서 떼쓰고 막무가내로 소리 질러도 다 받아 주다보니 이제는 통제를 하기가 어려워졌다고 한다. 학교에서도 자기중심적으로 버릇없이 행동하니까 칭찬보다는 혼이 나는 경우가 많았다. 친구들도 같이 놀다가 싸우게 되니까 친하기가 어렵다.
“네가 존중 받고 싶으면 너도 남을 존중해 주어야하는 거란다.”
의사소통에 있어서 상대방을 존중하는 태도와 관련 된 것이 경계선이라고 버지니아 사티어는 말한다. 공간적, 신체적, 심리적 경계선을 적절하게 유지할 줄 알아야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방에 들어 갈 때 부모 방일지라도 노크를 하는 건 기본이다. 친하다고 교사의 물건을 허락도 없이 함부로 쓰는 건 금을 밟은 거라고 말하면서 주의를 주었다.
지나가다 엉덩이를 한대 툭 치니 “선생님은 내 신체적 경계선을 침범한 겁니다.”라며 대든다. 웃으면서 한 대 더 치면서 장난을 치기도 한다.
사티어는 경계선의 종류를 세 가지로 언급했다. 엉성한 경계선과 경직된 경계선, 명확한 경계선이다.
이 아이는 어머니께는 함부로 해도 된다는 엉성한 경계선을 가지고 있었다. 어릴 때는 그럴 수 있지만 5학년 남자아이가 어머니를 아랫사람 대하듯이 함부로 대하며 말을 잘 듣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고 서로의 경계를 경직되고 엄격하게 지키다보면 의사를 타진하고 소통하는 것이 서툴 수 있다. 남편과 아내, 시어머니와 며느리도 관계가 멀어질 수 있는 것이다.
명확한 경계선을 지키기 위해서 서로가 적절한 선을 찾아 타협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유아기에는 부모가 전적으로 돌보아야 하기 때문에 부모와 자녀 간의 경계선이 느슨할 수 있지만 성장하면서 서로의 범위를 존중해 주어야하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는 성인자녀가 노부모를 돌보아야하기 때문에 경계선이 또 느슨해질 수 있다.
교사와 학생 간에도 친근함과 엄격함이 상황따라 적당히 조절되면서 자연스레 이루어져야 서로의 권위가 유지되는 것이다. 친근한 교사가 되려다가 교실의 질서가 무너질 수 있고 지나치게 경직되면 수직적인 지배복종의 관계가 형성되어 일방적인 의사소통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아이는 충분한 사랑의 경험을 통해 상호작용하는 방법을 배우며 성장하는 것이다.
상대의 금을 지켜주면서 적절하게 경계를 유지하는 소통의 기술에 익숙해지자. 누구나 존중받으면서도 사랑받고 싶어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