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발 쓰나미’가 여권을 덮쳤다. 정부여당은 ‘전쟁’ 수준의 초강경 대응을 선포했지만 여론은 갈수록 싸늘해지고 있다. 3월 11일 정부가 발표한 1차 조사 결과가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자 ‘셀프 조사’에 대한 비판도 거세졌다. 그러자 민주당 내에선 청와대를 향한 비토 기류가 고개를 들었다. ‘변창흠 경질론’도 그 연장선상에서 읽힌다. LH 투기 의혹이 가깝게는 4월 재보궐 선거, 멀게는 내년 대선에까지 대형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걸 누가 받아들이겠나. 나부터 믿지 못하겠는데.” 정세균 총리가 정부합동조사단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한 직후 통화한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의 말이다. 이날 정 총리는 국토교통부 및 LH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1차 조사에서 20명의 투기 의심자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기존 시민단체에서 제기한 13명 이외에 자체조사를 통해 7명을 추가로 발견한 것이다. 이 초선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데 조사는 수박 겉핥기에 그친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성난 민심을 달래기는커녕 오히려 부채질만 했다. 차명, 또는 법인을 활용한 투기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의심되는데 이 부분은 전혀 잡아내지 못했다. 그동안 제기됐던 조사의 한계점이 재확인된 것이다. 추후 언론이나 야당 등이 새로운 사례를 공개하면 부실 조사를 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차 조사 결과를 두고 ‘빈 수레가 요란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정부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여권 인사들은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투기 사례가 적게 나온 부분은 안도하면서도 정부 조사에 대한 불신이 퍼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어차피 욕을 먹을 거 차라리 투기 의심자가 많이 나오는 게 나을 뻔했다’는 얘기도 공공연히 나돈다. 여권으로선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이는 그만큼 LH 투기 논란의 파괴력이 크다는 의미다. 집값 폭등, 전세난 등에 대한 불만이 ‘공정’이라는 가치 훼손과 맞물리면서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전직 LH 사장 출신이자 주무부처 수장인 변창흠 장관의 ‘감싸기’ 발언과 LH 직원들의 안이한 인식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계속 터져 나오는 여권 관련 인사들의 투기 사례, 정부 조사에 대한 불신 등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그야말로 총체적인 난국이자 절체절명의 위기”라면서 “뾰족한 수가 없다는 점은 더욱 절망적”이라고 귀띔했다. 비문으로 분류되는 한 전직 의원은 “청와대의 초반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유일한 출구전략은 검찰을 포함한, 특별수사팀을 꾸려 투기 의심자를 조기에 색출, 엄단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오히려 문 대통령의 부담을 덜 수 있었다”면서 “지금은 뭘 해도 청와대가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형국이 됐다”고 했다. 
이러한 민주당 기류는 ‘변창흠 경질론’과 맞물리면서 당청 간 갈등으로까지 번질 조짐이다. LH 사태 초기 당내에선 변창흠 장관 경질이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청와대에선 이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태년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 역시 선을 그었다. 변 장관 경질로 부동산 정책이 차질을 빚을 수 있고, 또한 인사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으로까지 불똥이 번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변 장관이 토지주택공사 투기 직원들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한 이후 당심은 싸늘하게 변했다. 야당 후보에 비해 근소하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던 서울시장 보궐선거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줄을 이었다. 그러자 당내에선 변 장관 경질을 청와대에 요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빠르게 퍼졌다. 비문뿐 아니라 친문계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됐다. 문 대통령 방침에 대해 사실상의 항명성 움직임으로 받아들여졌다. 
특히 ‘포스트 문재인’ 후보들이 공개적으로 청와대와 결이 다른 목소리를 냈다는 부분에 관심을 두는 이들이 많다. 정권 말 통상 나타나는 차기 주자들의 ‘마이웨이’가 시작됐다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지는 해’인 현직 대통령의 국정 주도권은 급격히 빠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 전 대표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은 3월 11일 “자리에 연연할 분이 아니라고 믿는다”며 변 장관 거취를 압박했다. 같은 날 4월 재보선 후 대권 출사표를 던질 정세균 총리도 “변창흠 장관은 이번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정 총리가 변 장관 사퇴를 문 대통령에게 건의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민주당, 차기 주자들이 이런 스탠스를 취하는 것은 우선 토주공 사태가 대선 전초전인 4월 보선에 악역향을 미칠 것이란 판단에서다. 일각에선 투표율이 낮은 보궐선거 특성상 위기를 느낀 민주당 지지층이 결집할 경우 오히려 승산이 있다는 얘기도 나오긴 한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LH 투기 의혹에 따른 중도층 이탈로 민주당이 어려운 싸움을 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민주당의 또 다른 고민은 토주공 사태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부분이다. 윤 전 총장은 현재 야권의 가장 유력한 차기 주자다. 총장직을 던진 후 대선 후보 선호도가 상승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몇몇 여론조사에선 이재명 경기지사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국민들이 토주공 투기를 심각한 부정부패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떠올려보면, 윤 전 총장의 이러한 이미지는 향후 대선에 출마할 경우 큰 이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제 윤 전 총장은 몇몇 언론을 통해 “공적 정보를 도둑질해 부동산 투기하는 것은 망국의 범죄” “LH 투기 사태는 게임룰이 조작되고 있어 아예 승산이 없다는 걸 보여준 것”이라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윤 전 총장 자신의 ‘주특기’를 적극 활용해 선택적 메시지를 낸 셈이다. LH 사태에 대한 정부 조사와 수사가 신통치 않을 경우 윤 전 총장 위상은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그러나 윤전총장이 보수야권의 대선주자가 될려면 보수야권의 확실한 방점이 찍혀야 한다.
토주공사태수사에 배제되고 있는 사법고시출신 2,000여명의 엘리트들의 분명한 대변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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