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용수
한국문인협회, 신서정 문학회
국보문인협회 부이사장
남강문학협회 감사

 12.덫 (2).
 지서는 재판기간 내내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다녔는데 법정에서 아들의 재판을 방청할 때도 모자를 쓰고 있다가 법정정리로부터 모자를 벗어라는 말을 듣기도 하였다.
 그러나 지서는 끝내 모자를 벗지 않고 있다가 재판장으로 부터 주의를 듣는 과정에서 살인자의 아들을 둔 죄인으로서 하늘을 볼 수가 없어 죽는 그날 까지 하늘을 보지 않기 위하여 모자를 쓰고 다닌다고 하여 재판장으로부터 법정에서 모자를 써도 된다는 특별한 허가를 받았다.
 
 13.용서는 최고의 복수 (1)
 태완이가 구속이 된 후 경찰에서 할매의 유족을 찾았고, 결국 유족이 지서의 집을 찾았다.
 그 유족은 몇 년 전 할매를 데리고 가겠다고 하면서 찾아 온 할매의 동생이었다.
 동생은 지서를 보자 눈물을 흘리면서 언니가 비명에 간 것은 안됐지만 그동안 언니는 복수를 위하여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범인을 찾기 위한 일념으로 전국을 떠돌아 다녔고, 자신이 호의호식 하는 것은 비명에 간 남편과 자식들에 대한 배신이라는 생각에서 남루한 옷을 입고 다녔다.
 그리고 할매는 음식을 먹는 것도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만 섭취함으로서 극단적으로 자신을 학대하였다. 그렇게 살아가는 할매를 바라보는 형제들에게도 그것은 고통이었다.
 할매의 집착이 워낙 강고하여 형제들도 할매를 설득하는 것을 마침내 포기하였고, 그런 세월이 20여 년 지속이 되자 형제들은 아예 언니를 없는 사람으로 치게 되었고, 친척들도 언니의 행방을 더 이상 묻지 않는 단계가 되었다.
 차라리 언니가 없으면 형제들이 포기라도 할 것이다.그 20여 년 동안 형제들도 너무 지쳤다.
 결국 형제들은 살아도 살아 있는 것이 아닌 언니를 보고 차라리 빨리 죽는 것이 언니가 마음 고생에서 벗어나는 길이라는 말을 하였고, 그것이 형제들에게도 편한 일이 된다는 생각들을 하였다.
 언니가 이렇게 살아가는 것은 언니의 병적이다 싶을 정도의 집착 때문이었다.
 언니는 가족들을 모두 잃고 난 후 아무에게도 정을 주지 않았는데 세상에서 정을 주고, 사랑을 준 단 한 사람이 바로 태완이었다.
 할매의 동생은 언니가 얼마 전부터 "사람의 모든 일은 다 하늘에서 주재하고 사람은 거저 하늘이 시키는 대로 할뿐이다. 따라서 죽고 죽임을 당하는 것도 그 사람의 의지가 아닌 운명에 정해진 대로 하는 것일 뿐이므로 언니의 가족들이 죽은 것도 운명이고, 가족을 죽인 사람도 운명의 희생양일 뿐이다." 는 말을 하면서 "자신의 운명도 하늘이 정해 준 것이고 자신은 하늘이 정해준 대로 따르는 것일 뿐이므로 가엽다거나 불쌍하게 보지 말라" 는 말을 하였다고 하면서 눈물을 감추려는지 하늘을 쳐다보면서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한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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