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이 1년 새 무려 19%나 급등하면서 종부세 부과 대상이 되는 공동주택이 52만5000가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6년에 비해서는 7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강남·서초·송파구의 고가 아파트에 부과했던 종부세는 마포·용산·성동구를 넘어 서민 주거지로 분류되던 노원·성북·구로 등 서울 전 지역으로 대상 가구가 확대되는 추세다. ‘강 건너 불구경’으로 여겼던 종부세가 자신의 일로 닥치자, 지역의 여당 국회의원과 시·구의원에게는 항의 전화가 빗발친다고 한다.
부동산에 부유세를 도입한 프랑스를 제외한 주요 국가에는 종부세가 없다. 재산세도 한꺼번에 급등해 주민들에게 부담이 가지 않도록 갖가지 안전장치를 두고 있다. 예컨대 미국 뉴욕시는 부동산의 감정 가격 인상이 전년도 평가액의 6%를 넘지 않도록 하고,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주택 평가액의 연간 인상률이 2%를 넘지 못한다. 영국은 일종의 거주세 개념으로 집주인이든 임차인이든 실제 거주자가 세금을 내는 구조다. 무상 의료와 교육 등 해당 도시에 살면서 누리는 각종 서비스에 대한 비용의 개념이 강하다. 사회주의 성향이 강한 프랑스도 세율이 우리보다 낮은 데다, 주택 매입에 들어갔던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이 130만유로를 초과할 때에만 부유세를 부과한다.
부유세이자 일종의 징벌적 과세인 종부세가 어떤 법적 근거로 1주택자에게도 부과되는지 잘 이해가 안 된다. 올해 2월 가계 부채가 1000조원을 넘고 2월 한 달간에만 주택담보대출이 6조4000억원이나 폭증한 걸 보면 과연 빚 안 내고 집을 산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간신히 집을 마련해 은행 이자 갚는 데도 허리가 휘는데, 여기에 급등한 재산세에 종부세까지 내야 하는 상황을 국민이 수긍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종부세 위헌을 주장하는 법률 전문가들의 말대로 종부세는 현금화하지 않은 미(未)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인 데다, 세금 부과와 징수의 근거는 국회에서 법률로 정해야 한다는 조세 법률주의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 법 집행 기관인 행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는 자신들의 정책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국민에게 예측하기 어려운 재산상 피해를 주는 것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재산권에 대한 침해로 볼 수 있다. 결국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의 부담을 주택 소유자에게 전가하는 꼴이 되는 것이다.
게다가 3월 들어서면서 세계 증시가 각국 정부의 과도한 재난지원금 살포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로 주춤거리고 있고 국내 은행의 대출금리도 오름세로 돌아서 잔뜩 거품이 낀 집값이 언제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만약 올해, 내년 집값이 떨어진다면 정부는 미실현 이익에 대해 거둬들인 세금을 돌려줄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수 없다.
국토부는 지난주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발표하면서 “전체 공동주택의 92%가 공시가격 6억원 이하이며, 재산세율 0.05%포인트의 감면 혜택을 받는다”고 자랑하듯 말했다. 하지만 이 발언은 정부가 원칙과 기준도 공개하지 않는 공시가격 인상을 통해 국민을 10%의 ‘가진 자’와 90%의 ‘못 가진 자’의 대결 구도로 갈라치기했다고 들리는데 법조인이 대통령인 나라에서 참 아이러니하다고 하지 않을수 없다.
그러므로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체제의 위헌소지가 있는 부동산 정책으로 부동산시장을 혼란스럽게 하여 국민주거 생활안정을 파괴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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