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용서는 최고의 복수 (1)

이어서 동생은 언니가 끔찍이도 아끼고, 세상에서 사랑을 주던 단 한 사람으로부터 죽임을 당하였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놀라웁지만 언니는 이 죽음을 예상하고 운명론을 자주 말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 따라서 태완이도 일종의 피해자라는 생각이 든다는 말을 한다.

 

동생은 또 말을 이어간다.

언니는 말년에 가서 모든 것을 운명으로 돌리면서 마음을 순화시키려고 무척 노력을 하였으나 결국 응어리진 원한을 다 풀지 못하였고, 다 풀지 못한 응어리는 또 다른 원한을 낳은 결과 오늘날 이 같은 비극적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제 언니는 자기의 목숨을 바쳐 인연의 사슬을 끊었으므로 언니의 마음은 매우 홀가분할 것이며, 형부고, 조카들이고 언니도 모두 극락왕생할 것이라고 하면서 지서에게 먼저 간 그들에게 극락왕생하도록 기도를 해 달라는 부탁을 하는데 어느 듯 그녀의 눈에 잔잔한 이슬이 맺힌다.

 

지서는 죄책감과 미안한 마음이 교차되어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묵묵히 듣고만 있는데, 한참 뜸을 들이던 그녀가 핸드백에서 낡은 편지와 함께 누렇게 바랜 흑백 사진 한 장을 꺼내 놓으면서 말을 잇는다.

3년 전 언니가 자신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함께 부쳐 온 사진이란다.

그 사진에는 태완이 돌 때 태완이를 안고 찍은 할매의 환하게 웃는 얼굴이 들어 있었다.

사진을 보는 순간 지서는 온몸이 떨리는 전율이 온다.

태완이 돌 때 무명할매의 부탁으로 지서가 찍은 사진으로 당시 한 장만 현상하였고 그 한 장의 사진을 할매에게 주었으므로 지서도 까맣게 잊어버린 사진이었는데 할매는 단 한 장 있는 그 사진을 왜 그렇게 보관하고 있다가 동생에게 보냈을까?

의문이 꼬리를 문다.

할매의 표정은 환하게 웃고 있었지만 결코 환하게 웃는 얼굴이 아니었다.

할매의 찢어진 눈으로 쏘아 보는 안광에는 섬찟한 살기가 들어 있었고 사진을 찍는 지서에게 지울 수 없는 원한의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오른 쪽으로 비스듬이 올려 약간 벌어진 입가의 미소 속에는 분명 이를 악 다물고 있는 할매의 증오에 찬 모습이 들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할매는 태완이를 정면으로 안고 있었는데 할매의 왼손은 태완이의 아랫배 위에, 오른손은 태완이의 오른쪽 어깨 위에 올려놓은 자세인데 가만히 보면 태완이의 몸이 비틀어져 있다.

할매는 태완이를 안으면서 왼손으로는 태완이의 아랫배를 누르고 오른손으로는 태완이의 목을 잡고 비틀어 태완이는 그 고통으로 울부짖고 있다는 것을 아버지인 지서는 금방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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