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리 꽃 (사진제공 강신근)
참나리 꽃 (사진제공 강신근)

 

이야기 1)

전설에 의하면, 한 무리 해적이 한 어촌을 약탈하여 어민들의 돈, 식량, 옷가지뿐만 아니라 여성과 아이들까지 납치하여 망망대해의 외딴 섬에 가두어 두었다.

외딴 섬에는 배가 없기에 여자들과 아이들은 도망칠 길이 없었다. 며칠이 지나고 해적들은 해적질하러 섬을 떠났다. 그런데 때마침 불어온 태풍 때문에 해적선이 침몰하고 해적들 역시 모두 바닷속으로 가라앉아 버렸다. 외딴섬에 남겨진 여자와 아이들은 잠깐 자유로워서 기분이 좋았지만, 보름이 지나자 섬에 남아 있던 양식이 모두 바닥나 버렸다.

끝없이 펼쳐진 망망대해에, 도망칠 배도 없어 그들은 섬의 풀과 열매를 먹었고, 해안선을 따라 물고기와 새우를 잡아먹으며 근근이 연명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은 둥글둥글하고 마늘같이 생긴 풀을 발견했는데, 뿌리의 육질이 두툼하였다. 씻어서 솥에다 삶아 보니 꽤나 달고 맛있었다. 모두 그 뿌리로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었고, 그들은 계속 그 풀뿌리로 연명하였다.

어느 날, 외딴 섬으로 다가오는 배가 있어 천신만고 끝에 마침내 구조되었다. 뱃사람들이 그간 있었던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라며 섬에 양식이 없었을 텐데 이렇게 긴 세월 동안 무엇을 먹고살았습니까?”라고 물었다.

한 여자가 답하길 처음에는 해적들이 훔쳐 온 식량을 먹다가 나중엔 풀뿌리로 연명하였습니다. 그건 마늘까지 생겼는데 달고 맛이 있었답니다. 밥 대용으로 먹었는데 이 풀뿌리 때문에 우린 살았답니다.”

뱃사람들이 그 말을 듣고 다시 여자와 아이들을 보니 삐쩍 마르기는커녕 모두 포동포동하고 윤기가 나는 것이 모르긴 몰라도 분명 좋은 약초임이 확실하였다. 그래서 다시 섬으로 가서 그 풀뿌리를 뽑아서 가져왔다.

이 약초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이름을 고민하던 중, 마침 구조된 여자와 아이가 딱 백 명(百人)이었고, 모두 합심(合心)하여 살아남았기에 이 약 이름을 백합(百合)’ 이란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 옮긴 글 : 한의사 최현명의 재미있는 한약이야기-

참나리 알 뿌리(사진제공 강신근)
참나리 알 뿌리(사진제공 강신근)

 

이야기 2)

옛날 독일에서 전해오는 이야기이다. 할츠산 산골 오두막에는 효성이 지극한 아리스라는 소녀가 어머니와 살고 있었다. 비록 가난하긴 했지만, 아리스와 어머니는 행복했답니다. 아리스는 꽃과 나비, 노루들을 친구삼아 하루하루 즐겁게 지냈다.

그러던 어느 봄날, 아리스가 산에서 봄나물을 캐고 있었는데, 산기슭 한쪽에서 요란한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아리스 바로 가까이에서 멈추었다. 아리스는 고개를 들어 보니 여러 명의 남자가 말을 타고 사냥을 나온 것 같았다. 그 중에 한 명이 말에서 내려 큰소리로외쳤다.

여봐라 여기서 사냥을 할 터이니 어서 활을 준비하여라.”

그 사람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신하인듯한 사람이 활과 화살을 그 남자에게 드렸다.

오늘은 이 숲에 있는 노루며 토끼, 꿩을 모조리 끝장 내겠어.”

거만하게 말한 그 사람은 성질이 고약하기로 소문난 성주였다. 예쁜 아가씨를 보면 무조건 성으로 데려다가 자기 말을 조금이라도 듣지 않으면 성 밖으로 쫓아 버리는 악독한 성주였다. 이미 그 소문을 알고 있던 아리스는 동물 친구들을 사냥하겠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내 친구들을 모두 잡아가겠다니 큰일이다. 어서 친구들을 도망시켜야겠어.’

아리스는 서둘러 숲으로 뛰었다. 그리고 소리쳤다.

토끼야! 노루야! 꿩들아! 어서 도망가거라! 어서!”

아리스가 뛰어다니며 동물들을 도망시키는 모습이 성주의 눈에 띄었다. 성주는 저런 발칙한 것 보라! 내가 사냥을 한다는 데 감히 방해해.” 하며 화를 불같이 내었다. 그런데 아리스의 아름다움을 보고 한 눈에 반해버렸다. 성주는 신하들에게 아리스를 당장 성으로 데리고 오라고 명령하고는 그길로 성안으로 돌아갔다.

신하들은 아리스를 뒤쫓아가 우리 성주님이 너를 데려오라고 하시니 우리와 함께 가자.”

전 어머니와 단둘이 살아요. 만약 제가 돌아오지 않으면 어머니께서 걱정하실 것입니다. 어머니께 허락을 받고 출발하면 안 될까요?”

아리스의 간절한 부탁에 신하들은 어머니와 이별할 시간을 주었다. 그러나 아리스는 집으로 오자마자 어머니와 함께 멀리 도망쳤다. 성주가 얼마나 악독한 사람인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달아난 두 사람은 곧 성주의 부하들에게 붙잡혀 성주 앞에 끌려갔다. 아리스를 본 성주는 어쩔 줄을 몰랐다.

귀여운 아가씨, 나와 결혼해 이 성에서 사는게 어때요.”

그렇게 말하고 성주가 아리스의 손을 잡으려는 순간 어머니는 신에게 간절히 기도했다.

신이시여! 아버지 없이 혼자 자란 야리스를 불쌍히 여겨 주시옵소서.’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가 끝나는 순간 갑자기 아리스의 모습이 사라졌다. 대신 아리스가 있던 자리에 한 송이 꽃이 피어났는데 그 꽃이 바로 백합이었다.

고약한 성주에게 끌려가는 아리스를 불쌍히 여긴 신이 아리스를 한 송이 꽃으로 다시 태어나게 한 것이다.

참나리 알 뿌리 손질(사진제공 강신근)
참나리 알 뿌리 손질(사진제공 강신근)

 

참나리는 백합과의 여러해살이 초본 식물이다. 숲이나 수목의 그늘 또는 북향의 서늘한 곳에 자란다. 키는 30~100cm까지 자란다. 땅속 비늘줄기인 인경(麟經)은 지름이 5~10cm의 둥근 모양이고, 색은 희거나 연노란색이다.

참나리라 불리는 백합은 뿌리 인경(麟經)100개의 비늘줄기를 합하여 알뿌리를 형성하였기 때문에 백합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참고로 파뿌리도 비늘 줄기이다.) 백합은 꽃이 피어도 열매를 맺지 못하기 때문에 잎겨드랑이에 하나씩 들어 있는 주아(珠芽)가 땅에 떨어져 번식하며, 주아를 심고 2년이 되면 꽃이 핀다.

참나리는 맛이 달고 심장과 담에 작용하며, 기침, 옹저(癰疽:큰 종기)를 치료하는 약이다. 날것으로 사용할 때와 가공하여 사용할 때의 쓰임새가 다른데, 생것으로 사용하면 심장을 편안하게 하고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고, 꿀물로 볶아서 사용하면 페를 촉촉하게 하면서 기침을 멎게 하는 효능이 있다.

참나리에는 사포닌, 알칼로이드, 포도당, 카로티노이드, 콜히친, 비타민 C 등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참나리의 뿌리에는 식이 섬유가 풍부하다. 식이 섬유는 불용성, 수용성 모두 함유하고 있는데, 특히 수용성 식이 섬유의 일종인 글루코만난이 풍부하여 변비 해소에 크게 도움을 준다. 그리고 콜레스테롤의 상승을 억제하고, 혈당을 억제하는 등 성인병 예방에 좋은 식품이며 약재이다. 그 외 효능을 나열하여 보면, 강장 작용, 정력 강화 작용, 항 알레르기 작용, 백혈구 감소증 억제 작용, 기침 가래 치료, 기관지 염증 치료, 폐결핵 치료, 폐열 감소 작용, 마른기침 치료, 심신안정 작용, 우울증 개선 효능, 불면증 치료, 신경쇠약 개선, 갱년기 장애 개선 등에 효능이 있다.

참나리를 이용하는 방법으로는 참나리 전초(全草)를 채취하여 적당하게 썰어 그늘에서 건조한다. 건조한 참나리 4~10g에 물 1넣고 대추, 감초를 적당량 넣어 끓여 하루 2~3번 음용한다.

꽃차는 꽃을 채취하여 수술을 제거하고 그늘에 말려 두었다가 차로 이용한다. 최고의 향을 즐길 수 있다.

꽃술(담금주)7~8월에 활짝 핀 것이나, 봉오리를 채취하여 꽃 수술을 제거하고 그늘에 살짝 말려 담금주로 담아 서늘한 곳에 3개월 정도 보관한 후 마신다. 꽃술은 맛과 향이 좋고 정력에 좋아 벌떡 주라고도 하며 비싼 약주 3병과도 안 바꿀 만큼 좋은 술로 이름이 나 있다. 알뿌리도 살짝 말려 함께 넣어도 좋다.

알뿌리는 가을 이후에 캐서 밥에 넣어 쪄서 먹거나 구워 먹고, 날로 먹어도 되고, 꿀에 재워 먹기도 한다. 살짝 쪄서 말려 차로 달여 먹기도 한다..

말린 뿌리는 가루 내어 죽으로도 이용하는데, 특히 암으로 항암치료 특히 방사선 치료를 받는 환자를 위한 자양강장제로는 최고의 식품으로 추천해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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