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의 꿈과 시인의 꿈이 하나가 되다
화가 아들과 시인 엄마의 작품 시화집도 준비 중

 장인숙 시인이 근무하는 곳은 아주 작은 시골마을 분교이다.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눈을 맞추어주는 그를 만나러 학교를 찾았다. 
 여기저기에 올망졸망 화초들을 키우며 아이들을 챙기고 있는 시인을 돌아본다. 
 한 편의 시로 수업을 시작하는 그녀는 오후에 아이들을 맡아 기르는 돌봄교사이다. 
 시로 만나 시로 아이들을 돌보는 그는 영락없는 시인 선생님이다. 
기타를 옆에 두고 간간이 아이들과 노래를 부르는 그녀는 시골에서 보기 드문 멋쟁이 교사이다. 
 초등 돌봄 교사이자 패션모델 활동을 시작하고 있는 장인숙 시인을 본지 편집국에서 
 논설위원 조문주 교육학박사의 추천으로 함께 만나 시인의 근황을 들어본다. 
장인숙시인
장인숙시인

 

류: 언제부터 시를 쓰게 되셨나요? 
시인: 언제부터인지 잘라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여고 시절 자취방에서부터 시 작업은 시작되었나 봅니다. 사춘기 시절 집 떠나와 공부하던 때였으니 얼마나 고독했을까요? 밤마다 소설책과 씨름하고 글쓰기에 매달렸습니다. 
돌아보니 참 꿈 같은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본격적으로 시를 쓰게 때는 고향으로 돌아와 신혼 시절을 보낼 때입니다. 
겉으로 보기에 글을 좀 쓸거라 지레짐작한 선배가 의령문협 시인을 소개해주었어요. 얼떨결에 보내버린 몇 편의 짧은 글이 끄나풀 되어 시인의 길로 엮어지고 묶이게 되었네요.

류: 시집을 지금 3권째 준비하고 있다고 하는 데 시 쓰기는 선생님에게 무엇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까? 
시인: 시 쓰기는 위로이지요. 가만히 저를 오래도록 기다려주고 보듬어주는 또 다른 어머니입니다. 무슨 말을 해도, 응석을 부려도 다 받아주는 물 같은 존재입니다. 제 마음을 치료해주는 마음 치료술인 셈이죠. 제 시를 읽는 독자들도 그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이 지나친 욕심일까요?

류: 시집마다 실린 그림은 아들이 직접 그린 거라고 하는데요. 설명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시인: 두 번째 시집을 내려고 할 때였습니다. 마침 아들이 군에서 나와 복무 휴가 중이었습니다. 어스름 저녁 무렵 의자에 앉아 쉬고 있는데 저를 꼼짝 못하게 하더군요. 스케치를 하더군요. 완전히 몰입한 상태에서 진지하게 색을 입히고 마음을 쓰는 폼이 신선했습니다. 눈물나게 고마운 그림 선물이 제 앞에 놓이더라고요. 그림그리기를 좋아해서 꿈을 이루어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가난한 시골살림살이는 아들을 뒷받침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또한 화가로 생계유지하기가 어렵다는 현실을 무시할 수가 없었습니다. 공무원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 아들의 꿈을 이루어주고 싶습니다. 나중에 나의 시집에 아들의 그림을 많이 입혀서 시와그림이 어울리는 작품집을 낼 계획입니다.

'나는 모델이다' [진] 수상 광경 2020.10. JTBC뉴스룸 방영
'나는 모델이다' [진] 수상 광경 2020.10. JTBC뉴스룸 방영

 

류: 가족에게 시를 인정받기가 어렵다고 하였습니다. 아들이 엄마의 시를 잃고 통곡을 하였다고 하던데 어떤 상황이었나요? 
시인: 가족은 아무래도 좀 부담스러운 독자여서 제 시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아들이 대학도서관에서 엄마의 시집을 발견하고 찬찬히 읽었나 봐요. 읽는 내내 통곡을 했다고 하더군요. 이 세상에 엄마가 없다면 시집으로 밖에 만날 수 없다는 슬픔이 다가왔어다네요. 아들은 내게 부탁햇습니다. '많은 시집을 남겨주세요. 먼 훗날 엄마가 그리울 때마다 꺼내 읽을 수 있게 말입니다.' 그 말에 저도 통곡을 했답니다. 
부끄러운 시하기보다 늘 부족한 엄마라 미안해서 더 통곡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건강하게 살아있지만 언젠가 헤어질 날이 올 겁니다. 세상을 떠나서도 그리운 이름 하나가 시로 남겨지기를 바랍니다. 

류: 시인 모델이라고 들었습니다. 언제부터 그런 꿈을 꾸었나요?
시인: 가난한 시골마을에 살면서도 예쁜 꿈을 꾸고 있었습니다. 틈나는 대로 남편과 같이 다양한 사진들을 찍어서 모으고 공개를 해왔었습니다. 그 꿈이 드디어 이루어진 것입니다. 시니어모델 콘테스트에서 일등을 하게 되었습니다. 모델의 꿈을 꾸는 제 사진들을 보고 ㈜푸미X포코스미디어코리아가 주최하고 시니어 모델연기 전문 엔터테인먼트 업체에서 저를 전속 모델로 뽑아주었습니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순간이 온 거죠. 평소 시 쓰기와 나 자신 꾸밈은 나를 표현하는 작업이라는 맥락을 두고 꾸준히 다듬어왔어요. 시인의 일보다, 교사의 일보다 모델 일이 훨씬 어려웠어요. 시와 모델의 공통점은 찰나를 원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둘 다 잘 해내기에는 상당히 많은 에너지 소비가 있었습니다. 그래도 모델이 되어 내 안의 것을 표출하는 새로운 경험은 무척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허락된다면 시와 모델의 길을 같이 하고 싶습니다. 

류: 산골의 아이들에게 시를 가르치면서 느낀 보람은 무엇인가요? 
시인: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제가 오히려 배우지요. 맑고 순수하고 통찰력 깊은 아이들의 생각에 뭉클할 때가 많지요. 1년에 한 번씩 자신의 시를 사람들에게 선보이는 시화전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 시작은 한글 배우기였는데 나중에는 어린 시인들로 커가는 걸 볼 때 저의 어린 시절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쑥 캐러 가서 우연히 고개 들어 본 파란 하늘이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었거든요. 속을 보일 상대가 제게는 없었어요. 늘 바쁜 부모님은 제 이야기를 들어줄 시간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아이들에게 하는 이 일이 아마 그때 저를 품어주는 역할인지도 모릅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동안 그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교사로 살고 있습니다.  

작년 8월 '푸미와 포커스미디어'가 공동 기획한 "나는 모델이다" 콘테스트에서 전국에서 1,100여명이 참가한 중년모델이 지원한 가운데 장인숙 시인이 '진'을 차지하여 모델계 큰 주목을 받았다.
작년 8월 '푸미와 포커스미디어'가 공동 기획한 "나는 모델이다" 콘테스트에서 전국에서 1,100여명이 참가한 중년모델이 지원한 가운데 장인숙 시인이 '진'을 차지하여 모델계 큰 주목을 받았다.

 

류: 그 외 하고 싶은 말....   
시인: 이런 인연이 저에게 오리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귀한 지면 후하게 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앞으로 좋은 글로서 보답하고 싶습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이나 정 나누기를 좀 더 깊이 있게 녹여내는 참 시인이 되기 위해 온 마음을 다 바칠 것입니다. 왜냐하면 글쓰기는 제가 살아가는 살아있는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감사합니다.

 [대담: 편집국장 류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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