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용서는 최고의 복수 (1)

이제 생각이 난다.

사진을 찍던 그 날 할매 품에 안겨 있을 때에는 태완이가 울지 않았는데, 할매 품에서 내려놓자 태완이는 가위든 아이처럼 새파랗게 질리면서 제대로 울지도 못하고 경기하듯 꺼벅 꺼벅 넘어가더니 할매가 태완이 경기할 때 먹이려고 미리 달여 놓은 약이라면서 약초 달인 물 한 방울을 먹이자 태완이는 거짓말처럼 혈색이 돌아 온 사실이 있었다.

당시 지서는 깊이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할매는 아이의 목에 있는 혈을 눌러 경기를 유발 하였다가 적당한 때에 미리 다려놓은 약을 먹여 풀어 준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 보면 당시에는 신통하다고 생각하였지만 태완이가 먹은 약은 방금 다린 것처럼 온기가 남아 있었는데, 그렇다면 아이가 경기를 할 것을 미리 알고 약을 다려 놓았음이 분명하다.

그뿐만 아니고 아이가 경기에서 풀린 후 쌔근쌔근 잠을 자고 있을 때 옷을 갈아입히려고 아이의 옷을 벗겼을 때 목과 배에 뚜렷하게 남은 검붉은 손자국을 보았다.

그 때는 할매가 아이를 풀어 주기 위하여 주무르는 과정에서 생긴 것으로 생각하였으나 분명 아이를 살살 만졌을 뿐, 피멍이 들 정도로 강하게 잡은 것이 아니었으므로 손자국이 생길 이유가 없었다.

 

그러면서 그 편지에는 모든 걸 용서하기로 했다.

용서가 최고의 복수라는 사실을 알았다.

더 이상 자신을 찾지 말라, 행여 죽은 사실을 알게 되면 언제라도 내 시신을 찾아 화장 한 후 형부와 아이들과 함께 즐겨 찾던 통도사 서운암 부근에 뿌려 달라, 태완이 사진도 그 때 함께 불태워 달라는 부탁의 글이 적혀 있었다.

 

(2)

동생의 말은 계속 이어진다.

언니는 집착이 굉장히 강한 사람이었다, 어렸을 때 언니가 한번 한다고 하면 결코 이를 중간에 포기하거나 계획을 바꾸는 일이 없었다.

언니가 대학에 갈 때, 집에서는 여자가 고등학교까지 마쳤으면 됐지 무슨 대학이냐고 하면서 대학을 보내주지 않으려고 하였는데 그 때 언니는 십이일 동안 단식은 물론이고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아 결국 방에서 쓰러졌고, 병원에서 겨우 의식을 차렸을 때 첫 마디가엄마 나, 대학 보내줘라고 할 정도였다.

그리고 형부와 결혼을 할 때도 집에서는 아버지가 이미 정혼 해 둔 친구의 아들과 결혼을 시키려고 하였으나 언니는 자신의 방문을 안으로 걸어 잠근 채 1주일의 말미를 주면서 형부와의 혼인을 승낙해 주지 않을 경우 약속한 1주일이 되는 날 면도칼로 손목을 끊어 자살하겠다고 위협하여 결혼을 승낙 받을 정도로 자신이 정한 목표는 반드시 이루고야 마는 독한 성격의 소유자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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