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조 후기 실학자 이중환(李重煥1690∼1756)은 그의 ⟪擇里志⟫에서 예부터 진주는 ⌜多出將, 相之才 ⌟라고 했고, 또 다른 기록에는 조선조 한 왕조에서만 진주 출신의 정승(政丞)이 아홉 명이나 출현했다고 되어 있다. 그래서 진주를 “國之人材之府庫”라고 전해오고 있다. 그토록 많은 진주 출신 명현(名賢)들 중에서, 애향심이 가장 두터운 사람은, 조선조 세종때 삼정승을 지낸 하연(河演1376∼1452)으로, 그의 애향시(愛鄕詩)가 현재 촉석루 현판에 걸려 있다, 본 호에서는 그의 애틋한 애향시 한편을 읽어 보기로 한다.⌟

이번 호에서는 지난 호에 이어서 촉석루 한시(漢詩) 현판의 두 번째 작품으로 경재(敬齋) 하연(河演)의 칠언 절구 작품을 살펴보기로 한다. 그의 작품을 감상하기 전에 우선 하연의 생평(生平)을 기술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그는 조선 500년 동안 진주 출신으로 삼정승(三政丞)을 역임했던 조선조에서 가장 화려한 관력(官歷)과 뛰어난 문재를 겸비한 문신이었기 때문이다. 하연(河演)은 고려조 우왕 2년에 태어나서 조선조 단종 1년 까지 생존했던 진주 출신의 뛰어난 문신으로, ()는 연량(淵亮)이며, 호는 경재와 신희옹(新稀翁)이며, 정몽주의 문인(門人)이기도 했다. 그는 조선조 태조 5년에 식년문과(式年文科)에 급제한 후 숱한 관직을 역임했으며, 끝내 세종조에 이르러서는 우의정과 좌의정을 거쳐 1449년 세종 31년에는 드디어 영의정에 까지 오르게 되었던 대 문신이었다. 이제 많은 작품들 중에, 특히 그의 고향 이곳 진주 촉석루에 걸려있는 현판의 유명 한시 작품을 감상해 보고자 한다.

 

高城絶壑大江頭- 높은 성 깎은 벼랑 큰 강 들머리에

冬栢梅花矗石樓- 동백 매화 어우러진 촉석루가 서 있구나.

若也登臨留勝蹟- 만약에 여기올라 좋은 자취 남기려면

請題佳句記吾州- 아름다운 글을 지어 우리 고을에 적어 두게.

 

상기 시의 원제는 인김경력기감사남공(因金經歷寄監司南公)이다. 여기서 감사 남공은 당시 경상감사 남지(南智14001453)를 가리키고, 경력은 도사(都事)의 다른 이름이니, 김경력은 당시에 경상도 도사를 지낸 김문기(金文起 13991456)를 가리킨다. 그러니까 이 작품은 도사가 되어 떠나는 김문기 편에 감사 남지에게 부치는 시()인 것이다. 남지는 영의정을 남재(南在)의 손자인데, 남지가 경상도 관찰사가 된 것은 1439(세종21)이고, 김문기가 도사가 된 것도 같은 해 12월이다. 그러니까 이 시는 하연의 나이 64세 때 지어진 것이다. 그가 이 시를 지을 당시에 의정부(議政府)에서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남지가 경상도 감사로 간다는 말을 듣고 고향, 진주 생각이 나서 이 시를 지은 것으로 보인다. 동백과 매화능 섣달에도 필 수 있는 꽃이기는 하지만, 어차피 하연은 도성에 있었기 때문에 꽃을 보고 시를 지은 것은 아니다. 은근히 자기의 고향 자랑을 하면서, 남지에게 좋은 시를 지어 줄 것을 당부하는 내용이다. 그러니까 이제는 정을보가 지난 호의 작품에서 말한 것처럼 누각이 사람 덕으로 유명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좋은 자취를 남기고 싶으면 진주 고을 촉석루를 노래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향의 촉석루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 담겨 있다.

동국여지승람진주예찬에서는 이 시를 소개하면서 뒤에 네 구를 덧붙여 놓아 마치 칠언 율시인 양 착각하게 만든다. 그 뒷부분은 다음과 같다.

 

赤霧彤雲凝不收-붉은 안개 붉은 구름 걷히질 않는데

 

親朋觸熟向成周-친한 벗은 더위 속에 중국을 향하누나.

 

淸風細竹吾鄕物-가는 대에 이는 바람 내 고향 물건이니

 

來自菁江矗石樓-청강의 촉석루에서 불어오는 줄 알게나.

 

이 시는 원제가 송사은사홍판윤여방겸기선(送謝恩使洪判尹汝方兼寄扇)이다. , 사은사가 되어 중국으로 떠나는 홍판윤을 보내면서 아울러 부채도 보낸다는 뜻이다. 시에 촉석루라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촉석루에서 지은 것도 아니고, 촉석루를 두고 지은 것도 아니다. 더운 여름철에 중국으로 떠나는 친구에게 진주에서 만든 부채를 보내면서 송별의 뜻을 전하는 시이다. 다음 호에서는 현재 촉석루 하연의 시판 북향에 있는 하진(河溍15971658)의 칠언 율시를 감상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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