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원장 양 준모
창원 자윤 한의원

대표원장 양 준모
대표원장 양 준모

한국인이라면 보약(補藥)이라는 말은 누구나 들어봤을 것이다. 몸의 기능을 보한다는 보약은 한방을 대표하는 개념이다. 요즘에는 보약이라는 말이 한약을 뜻하는 것 외에도 몸을 좋게 만드는 영양제(營養劑)나 음식 등으로 다양하게 쓰이기도 한다.

한방에서 가장 대중적인 보약은 십전대보탕(十全大補湯)일 것이다. 10가지 약재와 생강, 대추로 이루어진 이 보약은 몸을 보하는 효능이 강력해서 잘 쓰면 큰 효과를 보지만, 의외로 부작용이 많이 나는 약이기도 하다. 또 다른 유명한 보약은 쌍화탕으로, 흔히 감기약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이름부터가 기혈을 모두 보한다는 뜻이다. 주로 허로(虛勞)에 쓰이며 방사(房事) 후 보약으로도 많이 쓰인다. 보중익기탕(補中益氣湯)이나 육미지황탕(六味地黃湯)의 경우는 각기 기와 정을 보하는 대표적인 보약으로 한의학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접한 적이 있는 처방일 것이다.

필자가 학생일 때 현대인에게도 보약이 필요한지 고민한 적이 있다. 먹는 것이 부실했던 과거에는 보약이 필요했지만, 요즘처럼 잘 먹는 시대에도 보약이 과연 의의가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비단 필자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이러한 문제에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한 때는 보약이란 중요하지 않고, 다만 병 치료에 집중해야 한다.’라고 주장한 근대 일본의 의가(醫家)를 연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임상 현장에서 직접 환자를 보니 보약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현실에서는 많은 사람이 과로하고 무리를 하면서 생활하여 기혈을 상하게 하고 있으며, 오래 앉아 있으면서 기를 상하게 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충분한 수면도 취하지 못하는 생활을 하여 음혈(陰血)을 모손(耗損) 시켰다. 올바른 식사를 하지 않아 중기(中氣)를 상하게 했고, 절제하지 않는 생활을 하여 정()을 낭비했다. 커피를 비롯한 각종 각성제(覺醒劑)가 남용되고, 부적절한 약()과 영양제의 남용(濫用)이 병을 더 키우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보약을 잘못 사용하여 부족한 부분이 아닌 다른 부분을 채우는 보약을 쓴다면 부작용이 생기므로 적합한 상황에 사용해야 한다. 아이들이 급속하게 성장하는 시기에는 도움이 필요하고, 여성들의 경우는 대체로 피가 부족하며, 나이가 드신 분들은 정기가 부족하기 쉬워 거칠고 메마르기 마련이다.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고 봄을 타는 등 환절기마다 계절에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소양지기(少陽之氣)의 승발지력(升發之力)이 부족한 경우도 흔하며, 스마트폰과 같은 각종 자극에 끊임없이 노출되어 심력이 낭비되기도 하는 등, 상황마다 적합한 것을 보해야 보약이 제 효과를 발휘한다.

이처럼 학생 때는 생각지 못했던 많은 경우를 임상에서 마주하면서, 기혈정신 등의 부족을 채워주는 보약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혈이 멎지 않을 때나, 단순히 지혈제로 해결되지 않을 때 보중익기탕을 가감하여 기운을 보하면서 치료하는 것처럼, 단순히 증상만 해결해주는 약보다는 이러한 보약들이 효과가 더 좋은 사례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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