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오인태
경연문단 시인
하동 묵계초등학교 교장
‘작은詩•앗 채송화’ 동인
1962년 함양 출생
1991년 《녹두꽃》으로 등단
시집 《그곳인들 바람불지 않겠나》
《시가 있는 밥상》 외 다수
꽃 지는 날보다
꽃 피는 날이 더 쓸쓸했던 날이 있었다.
눈 뜬 어둠, 사방에서
꽃들이 소리 없이 펑펑 터질 때
나도 쓸쓸해서 숨죽여 울던 날이 있었다.
꽃들이 너무 쓸쓸해서 피는 것이라 생각했다.
꽃 피는 날보다
꽃 지는 날이 더 쓸쓸했던 날이 있었다.
세상의 모든 시선이 일제히 돌아서고
꽃들이 아직 붉은 제 몸을 서둘러 지울 때
나도 쓸쓸해서 무릎에 고개를 묻은 날이 있었다.
꽃들이 너무 쓸쓸해서 스스로 목, 숨을 거두는 것이라 생각했다.
꽃이 피어도 쓸쓸하고
꽃이 져도 쓸쓸했던 날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