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용서는 최고의 복수 (2)

아버지는 정혼한 사람과의 약속 이행을 위하여 동생인 자신에게 그 총각과 결혼할 것을 권유하여 결국 언니의 남편이 될 사람이 자신의 남편이 되었다는 사실도 실토하였다

언니는 이 부분에 있어서 동생인 자신에게 언제나 미안해하고 있었지만 자신은 언니의 그러한 선택으로 말미암아 세상에서 최고인 남편을 얻을 수 있었고, 남편 또한 그런 선택을 한 언니에게 고마워한다고 말하였다.

 

동생은 원수를 갚고 자살을 한다고 되뇌던 언니가 왜 그 목표를 바꾸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언니가 나이가 들면서 부드러워 졌는가 보다하며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동생은 언니의 부탁대로 태완이 돌 사진을 통도사 서운암 부근에서 불에 태워야 하므로 사진을 돌려 달라고 하여 돌려 줄 수밖에 없었다.

동생은 태완이 재판에서 유족의 합의서가 필요할 것이므로 합의서를 써 주겠다고 하면서 손수 장문의 합의서를 작성하여 지서에게 건네주었고, 이 합의서는 훗날 항소심 재판과정에 제출되어 유리한 판결을 받는데 결정적인 도움이 되었다.

 

3.

할매가 실종되던 날, 지서는 할매의 행방을 알 수 있는 무슨 단서라도 있을까 싶어 할매 방에 들어갔다.

깨끗하게 정돈 된 할매 방에는 가구라고는 지서가 쓰다가 버리려고 하는 것을 할매가 버리지 말고 달라고 하여 할매에게 준 문짝이 떨어진 반닫이가 그 때 보다 더 새것같이 되어 방 한 쪽에 놓여 있고, 반닫이 옆에 놓인 사과궤짝에는 겉과 속이 신문지로 발라져 까칠한 가시 부분을 없앤 후 그 속에 할매의 옷가지가 정갈하게 재여 있었다.

 

그리고 방문의 반대편에는 조그마한 창문이 있고, 그 오른쪽은 붉은 황토 벽 위에 한지를 발라 깔끔하고 하얀 벽이 나타나는데 그 벽에는 붓글씨로 쓴 용서는 최고의 복수다하는 글귀가 눈에 띄었다.

평소 지서는 남의 눈이 있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할매 집 출입을 삼갔지만 그래도 간간이 할매 집에 들어 갔는데 지금까지 할매 집 방 벽에 그러한 글귀가 써 있는 것을 본적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벽에 써 놓은 그 글귀는 방금 쓴 것처럼 너무나 깨끗하여 할매가 죽기 직전에 붙인 것임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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