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 만발하니 꿀벌들의 축제가 소리 높여 벌어진다. 가지마다 하얀 꽃잎 위 노란 꽃가루가 벌들의 날개 짓에 힘주어 추는 춤. 이런 봄 코로나19’로 제대로 맞을 수 없어 오갈 데 마땅찮고. 그 동안 가족 간의 짧은 만남이 긴 동거 되어 지루함과 불평불만 갈기를 넘게 되니 함께 할 마음조차 없어져 떨어져 살자하고, 마침내는 헤어지자 한다. 먹고 자고 움직임은 생명체의 기본인 것. 먹는 것도 편하게 먹어야 적게 먹어도 마음이 편할 것이며, 잠자는 것도 마음 이 편하고 온 습도가 맞아야 편한 잠을 잘 수 있는 법.

지금껏 열심히 벌다가 일자리 없어져 못 번다고, 하고 싶지 않은 공부 억지로 하다가 안 한다고, 입에 맞는 음식만 먹다가 구미에 안 맞아 못 먹는다고, 잘 하다가 못한다고 닦달하지 마라. 하는 것도 근력이 따라주고 집중력이 발휘되어야 의욕이 생기며, 경제력이 따라줘야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있을 것이니. 그리도 안타깝고 답답하면 잘 하고 잘 될 때를 생각하며 격려하고 위로해 줘라. 일자리 없어 일 못하는 본인은 오죽할 것이며 하고 싶지 않은 분야의 공부와 전망 없는 취업을 생각하니 얼마나 답답하랴.

 

아름답고 향기로운 저 꽃이 피고 싶어 피며, 살기 좋은 세상 떠나기 싫은데도 지는 줄 아는가. 계절이 불러내고 밀어내니 어쩔 수없이 피고 지는 줄 알아라. 그리고 저 푸른 하늘을 보라. 하늘인들 갑갑할 때가 얼마나 많으리. 눈에도 잘 보이지 않는 미세먼지와 검은 구름, 뇌성번개가 무수히 괴롭힘에도 큰 가슴 비우고 그 자리에 있지 않는가. 사랑과 정서가 여유로운 자는 잡초 속 바위 끝에 오롯이 핀 작은 꽃 한 송이가 그리도 사랑스럽고 장하게 보이듯. 의욕 잃고 기 빠진 가족에게 작은 격려 포근한 한마디가 영약이고 명약이듯, 우리 모두 힘내자고, 당신은 할 수 있다고, 너만은 믿는다고 위로하며 용기 주자.

이렇게 숨 막히고 무겁게 다가 온 고통스런 해는 이제 곧 지리라. 두 세 해 늦게 태어났다고 생각하자. 한바탕 지나간 전쟁터라 생각하자. 지금도 민주주의 쟁취를 위해 군부와 맞싸워 피 흘리는 미얀마국민들을 보라. 큰 병마와 싸우다가 세상 떠난 가족을 생각하고, 갑작스런 사고로 세상 떠난 가족을 못 잊어 눈물로 밤새우는 가족을 생각해 보자. 내 어릴 때 추녀 끝에 매달린 보리쌀 바구니가 바람에 흔들리면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는 할머니의 말씀이 생각난다. 장마 통에 감자 썩고, 보리 싹 나 식량 없었던 그 때 그 시절. 이제 힘들어도 따끈한 보리차 한 잔 들고 창문 열어 햇살 맞아 보렴. 답답한 가슴 차 한 잔의 여유라도 찾아보자. 잃어버린 봄, 지친 가족, 떠나버린 여유, 삭아버린 용기와 사랑. 이 모두를 찾고 회복하기 위해 그동안 꽉 막힌 가슴 두꺼운 한 숨과 무거운 눈물로 쏟아버리고 우리 모두 새로운 마음, 새로운 기운 받아 싱그러운 신록을 맞아 보자. 그리하여 올찬 가을을 만나 보자. 차갑고 매서운 겨울 오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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