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조문주
교육학박사
초등교육코칭 연구소장
본지 논설위원

시인 조문주
시인 조문주

 

초등교사 30여년을 지나오면서 필자의 수업기술이 많이 바뀌었다. 
초임 시기의 아이들은 수업이 다소 재미가 없고 어려울지라도 참고 기다릴 줄 알았다. ‘인내는 쓰나 그 열매는 달다.’는 속담이 통했다. 수학경시반을 지도하면서 몇 시간 동안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문제를 푸는 아이들이 신기했다. 재미가 없고 하기 싫어도 어른들이 해야 된다고 하니까 참고 견디는 것이 익숙해진 아이들이었다. 
요즘 아이들은 많이 다르다. 열심히 해야 되는 줄은 알지만 재미가 없으면 바로 끝을 내는 편이다. 초등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생님 1위는 수업을 재미있게 잘 하는 선생님이라고 했다. 초등 교사들 수업 코칭을 하면서 속담을 바꾸었다. ‘인내가 달아야 그 열매도 달다.’이다. 어떠한 이유이든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재미가 있어야 오래 하게 되는 것이다. 가르치는 일이 신나고 재미있어야 아이들도 그렇게 받아들일 것이다.
‘카르페디엠(Carpe diem).’ 이 말은 ‘현재를 잡아라.’이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교사 키팅은 억압적인 학교 교육방침을 거스르며 첫 수업부터 학생들에게 ‘카르페 디엠, 오늘을 즐겨라, 소년들이여 삶을 비상하게 만들어라.’라고 말한다. 로버트 엘리어트(Robert S. Eliet)는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고 했다. 아주 단순한 진리이지만 쉽지가 않다. 지금 하는 일에 참고 견뎌야 나중에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인과적 속담이 더 우리를 지배한다. 
매번 재미있는 수업을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 교과서 진도나 학교 행사 등의 방해요소도 작용한다. 열심히 수업 준비를 했는데도 아이들이 잘 따라주지 않을 때는 좌절감도 온다. 어느 아이가 문제 행동이라도 일으키며 대드는 날에는 교사라는 직업이 최악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가르치는 보람이나 재미는 사라지고 통곡을 하기도 한다. 
“난 아무래도 교사가 나에게 맞는 직업이 아닌가 봐요.”
6학년 남자교사를 수업 컨설팅한 적이 있다. 중2병이 초6으로 내려 왔다고 할 정도로 6학년 교실에서 참고 견디기가 어렵다고 한다. 매일매일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교사의 일을 즐기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는 피할 수 없으면 도망치고 싶다고 한다. 하지만 교사라는 직업을 쉽게 그만두기 어려워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다고 한다. 병가라도 냈으면 좋겠다 싶은데 몸은 건강하다.
지금을 즐길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자고 했다. 6학년은 사춘기 아이들이라 사소한 것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트집을 부리기도 한다. 이 아이들을 일일이 훈계하다보면 지친다. 무언가를 가르치려하다보면 다 안다는 식으로 딴지를 걸기도 한다. 
피할 수 있는 일을 만들지 않도록 수업을 미리 잘 준비하는 습관을 가져보자고 했다.  서로 배울 수 있는 수업 방법을 안내했다. 아이들의 문제를 아이들끼리 해결할 수 있도록 방안을 내 놓는 것도 필요하다. 다양한 수업 전략으로 아이들을 만나면서 그들을 이해하는 부분들도 챙겨보았다.
누구에게나 인생은 모두 비슷하다. 운명처럼 받아들여 감내할 수밖에 없는 일들에 둘러싸인 채 살아가야한다. 너무 자기 자신과 싸우며 참고 견디는 생활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마지못해 살고 의무감 때문에 교사를 한다면 그것은 무거운 짐이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라진다. 곱게 보면 꽃으로 보이지만 밉게 보면 잡초로 보일 수 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도 인생의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지지자 불여호지자, 호지자 불여낙지자)다.
인내를 달게 여기면서 즐기다보면 튼실한 열매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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