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영국 지방선거에서 노동당이 대패했다. 당선된 지방의원 숫자가 보수당 2345명, 노동당 1345명이다. 예견된 결과다. 노동당은 정권을 내준 2010년 이후 네 번의 총선에서 패전만 거듭했다. 영국 노동당뿐 아니라 독일 사민당, 프랑스 사회당까지 유럽 3대국의 대표적 좌파 정당이 공히 암흑기에 빠져 있다는 것을 강건너 불구경하는 식으로 할 문제는 아니다.

먼저 영국 노동당은 극좌 노선으로 돌진해 외면받고 있다. 2010년부터 5년간 당 대표였던 에드 밀리밴드는 노동당 집권 철학이었던 ‘제3의 길’을 친자본적이라며 비난했다. 대신 그는 부유층 증세, 최저임금 대폭 인상, 에너지 요금 동결을 내세웠다. 스스로 ‘정통 좌파’로 자부했지만 유권자들은 ‘강경 좌파’로 보고 불안해했다.

뒤를 이어 2015년부터 5년간 당을 이끈 제러미 코빈은 한술 더 떴다. 철도·우편·수도 등 공공 서비스 기업을 모두 국유화하겠다는 급진적 사회주의를 지향했다. 보수당이 브렉시트로 혼란을 일으켰지만 영국인들은 노동당에 정권을 주지 않는다. 그 이유는 자유민주주의에서 공산사회주의로 변질되어서는 안된다는것이였다.

독일 사민당은 시대 변화를 못 읽어 뒤처졌다. 전후 빌리 브란트, 헬무트 슈미트, 게르하르트 슈뢰더까지 총리 셋을 배출한 자부심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사민당은 사회보장 제도 확립과 노동자 권익 신장을 주도해 역사에 획을 그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사회 복지 제도가 완성 단계에 접어들고, 노조의 사회적 영향력이 줄어들자 좌표를 잃었다.

변화에 적응 못하고 헤매는 사이 친환경 이슈로 치고 나온 녹색당에 좌파의 구심점을 빼앗겼다. 그러니 메르켈이라는 걸출한 리더가 이끄는 우파에 대적하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 사회당은 무능한 좌파의 대명사다. 1995년 미테랑 퇴임 이후 사회당으로 대선에서 승리한 이는 프랑수아 올랑드뿐이다. 2012년부터 5년간 재임한 올랑드는 심각한 일자리 문제를 해결 못해 질타를 받았다. 그는 지지율이 4%까지 떨어지자 아예 재선 도전을 포기했다. 대신해서 2017년 대선에 나선 사회당 후보는 득표율 6.4%에 그쳤다. 여당 대선 후보가 5위에 그치는 수모였다. 내년 프랑스 대선은 중도우파인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우파 정치인 마린 르펜의 재대결 구도다. 사회당은 후보조차 뚜렷하지 않다.

지금 한국의 좌파 여당은 영국 노동당, 독일 사민당, 프랑스 사회당이 실패한 이유를 모두 갖고 있다. 그래도 권력을 쥐고 있는 건 직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코로나 사태 초기 국면에서 총선을 치렀다는 이례적인 두 가지 상황을 등에 업은 덕분이 크다. 억세게 운이 좋아도 복권에 세 번 당첨될 수 없다는 이치를 생각해보면 이나라 집권여당은 민심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분명히 알아야한다. 그렇지않고 자가당착이 계속된다면 유럽좌파 몰락과 다를바 없이 정치 지형은 바뀔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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