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불안하다. 대문 앞을 서성이며 자꾸 집안을 들여다보는 윤석열·안철수·김종인 3인방 때문이다. 윤석열은 들어오라 고 문을 열어줘도 답 없이 먼산만 보고 있고 금방 들어올 것 같던 안철수는 들어올 듯, 말 듯 어색한 웃음만 짓고 있다. 엊그제까지 집안서 한솥밥을 먹던 김종인은 대문 밖으로 나가더니 갑자기 집안을 향해 삿대질을 하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34일 검찰총장직을 던진 이후 각종 여론조사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독보적인 보수야권의 대선주자로 올라섰다. 파죽지세로 몸을 움직일 것 같던 윤석열 전 총장은 두 달 넘게 잠행만 하고 있다. 이따금 사람을 만난 사실이 전해졌지만, 대선주자로서 큰 발걸음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윤 전 총장이 원해서라기보다는 주변에서 던지는 염려가 그의 행보를 신중 모드화한 것으로 정치권에서는 관측하고 있다. 그는 우선 자신부터 돌아보면서 정치적 자산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박근혜 대통령때 한직에 맴돌다가 특검 팀장을 맡아 이명박, 박근혜 전직 대통령을 구속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으로 발탁되었기 때문에 수사 말고 아는 게 뭐냐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그는 일단 열공모드에 들어갔다.

 

보수 정치판 구조를 다 읽고 나서 움직이겠다는 계획성도 엿보인다. 윤 전 총장은 일단 4·7 재보궐 선거에서 제1야당 국민의힘이 승리한 것을 보면서, 차기 대선에서 보수야당이 정권을 탈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

 

윤 전 총장은 오는 611일 국민의힘 전당대회까지 지켜보고 정치적 결정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 들어설 지도부의 면면과 여론의 평가까지 들어본 뒤, 국민의힘으로 들어갈지, 3지대로 갈 것인지 자신의 행로를 최종 확정하고 정치 행보 시동을 걸 개연성이 있지만 야권후보로 나선다는 것은 전직 두 대통령을 구속시킨 악몽이 떠오를 수 있다.

 

여러 사람에게 묻고, 하나하나 따져보니 정치인으로서 모자라는 부분이 너무 많다며 스스로 정계입문을 포기할 가능성도 있다. 주변의 선후배 검사들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검사가 퇴임 후 바로 정치에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는 조언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재인 정부 서울중앙지검장에 검찰총장까지 했는데, 자신을 발탁해준 정부와 각을 세우는 것이 인간적 도리가 아니라는 충고도 적지 않은 것 같으며 한편으로 배신자가 될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야권 분열을 위한 당사자로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은 5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 후 윤석열 전 총장이 야권 대선후보로 거론되는데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지금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인정되고 있기 때문에 제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고 말을 아낀 것을 보면 문통의 고차원적 전략이 숨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 전 총장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며 윤 총장이 정치를 염두에 두고, 정치할 생각을 하면서 검찰총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말을 바꾸어 생각해보면 정치를 할려면 검찰총장을 그만두라는 메시지와 다름 없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 윤 전 총장도 부담을 느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현역 의원은 윤 전 총장이 정치판에 나오겠다고 선언한 뒤, 문 대통령이 우리 윤 전 총장이 이런 일들을 잘해주셨다고 칭찬 발언을 해버린다면 보수진영은 저 사람 우리편 맞나라고 동요할 수 있다윤 전 총장은 적폐수사 등 보수야당과의 애증 관계도 있지만 문재인 정부와도 애증 관계가 있어 과거사에 결국 발목 잡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는데 윤총이 야권후보가 되었을 때 박통이 어떻게 나올지에 따라 운명은 달라질 수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이나 원희룡 제주지사, 당 밖에 있는 홍준표 무소속 의원도 강력한 대선주자인데, 윤 전 총장이 버티고 서있다 보니 마이너리그 투수처럼 보이는 형국이다.

 

실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간 통합 전당대회논의는 5월초 무산됐다. 국민의힘은 안 대표가 대선 출마를 위한 독자 행보를 시작했기에 당 대 당 통합은 어려워졌고, 내년 3월 대선 직전까지 대선후보 단일화를 두고 그와의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안 대표는 윤 전 총장 외에는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대선주자가 없는 국민의힘이 자신을 부를 수밖에 없다는 예측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지난 재보선 승리가 야권 후보 단일화 덕분이며, 안 대표가 단일화의 일등공신이기에 명분에서도 밀리지 않는다는 것이 국민의당 내부 생각이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4·7 재보선 승리 직후 국민의힘을 떠났다. 대문 밖으로 발걸음을 옮기자마자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자신이 이끌던 국민의힘을 향해 아사리판이라고 하는 등 연일 독설을 쏟아부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김종인식 원격조종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관심 없는 척하면서도 강한 발언을 통해 당을 자신의 훈수대로 움직이려고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한 현역 의원은 빤하지 않느냐. 사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좀 더 하고 싶었는데 재보선 승리 직후 바로 나가야했으니 인간적으로 섭섭함도 있을 것이라며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을 자신의 방식대로 만들고 싶다는 미련이 지금도 있고, 앞으로도 그 미련을 현실화시킬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지난 4.7 재보궐선거 승리는 김위원장이 잘해서가 아니라 문통의 실정에 반사적 이익이라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에 김위원장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초선 유일한 당권주자인 김웅 의원을 57일 직접 만나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김 의원에게 누군가의 꼬붕이 되지 말고 자기 정치를 하라더 세게 붙어라고 하는 등 약 40분간 조언을 해줬으나 그 속셈은 뻔하다는 말도 있는게 사실이다.

 

저작권자 © 경남연합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