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의 두 축인 청와대와 민주당 간 관계가 심상치 않은 모습이다. 표면적으론 원팀을 강조하고 있지만 곳곳에서 파열음이 새어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비토 기류도 고개를 들었다. 장관 임명 과정에서 벌어진 초선 의원들의 반란이 대표적이다. 정가에선 본격적인 차기 레이스를 앞두고 계파 간 주도권 싸움이 시작된 것으로 해석한다.

 

한 친문 의원은 분을 삭이지 못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 총선 때 앞 다퉈 문재인 마케팅을 했던 이들이 누구냐. 바로 지금의 초선들이라면서 대통령 지지율이 빠졌다고, 임기 말이라고, 이렇게 뒤통수를 치는 것은 도의가 아니다.

 

초선 의원으로 이뤄진 당내 모임 더민초가 문 대통령을 향해 장관 1인 지명 철회를 요구한 부분이다.

 

친문 진영에서 더민초의 이런 행보를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의 510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야당이 반대한다고 검증 실패는 아니라면서 도마에 오른 후보자 3인의 임명 당위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낙마 영순위로 꼽혔던 임혜숙 후보자에 대해선 여성 롤모델을 언급하기까지 했다.

 

문 대통령이 당 일각에서 거론되던 후보자 철회 요구를 완곡히 거부하며 진화에 나선 셈이지만 이는 통하지 않았다. 기자회견 직후부터 더민초 소속 의원들은 난상토론을 벌였고, 512‘1명 철회 요구로 입장을 정리했다. 한 초선 의원은 통일된 의견은 아니었지만 대부분이 동의했다고 귀띔했다. 일부 청와대 출신 및 친문 의원들은 대통령의 뜻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 아니냐며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문계 재선 의원은 인사권자가 기자회견에서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당이 거부하는 그림이 됐다며 오히려 정권 초라면 철회의 부담이 덜할 수도 있지만 지금 당에 밀려 원하는 인사를 못했다는 것은 레임덕과 직결되는 문제라면서 초선들이 자기들의 정치적 목적 때문에 대통령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친문 내부에선 초선 의원들 움직임 뒤에 송영길 대표를 비롯한 비주류 당 중진들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팽배하다. 전당대회 기간, 대표 취임 후 줄곧 당청 관계 재정립을 강조해오고 있는 송 대표의 의중이 반영됐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인사청문회가 끝난 뒤 여의도에선 송 대표가 청와대 정무라인을 통해 특정 후보자 지명철회를 건의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친문 진영에서 송 대표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배경이다. 송 대표의 이런 스탠스가 차기 대선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뒤를 잇는다. 청와대 출신 친문 의원은 장관 발탁을 둘러싸고 물밑에서 불거진 당청 힘겨루기는 전초전 성격에 가깝다면서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전쟁이라고 말했다.

 

이는 차기를 놓고 친문과 비문 간 치열한 싸움이 벌어질 것임을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초선, 그리고 비주류 의원들 사이에선 최근 친문계가 지피는 대선 경선 연기론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전해진다. 유력 주자인 이재명 지사 역시 원칙을 강조하며 경선 연기에 반대하고 나섰다. 친문계의 경선 연기 주장이 여권 차기주자 지지율 1이 지사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이재명 지사 측과 가까운 한 의원은 경선 연기를 이슈화하는 순간, 당은 2개로 쪼개진다. ‘이재명에겐 정권을 줄 수 없다는 게 친문의 뜻 아니겠느냐. 이 지사에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아직 계산하기 어렵다. 다만, 분명한 것은 지난 재보선 때 당헌을 바꿔가며 후보를 냈다가 심판을 받았다는 점이다. 이게 부각될 경우 오히려 이재명 대세론은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 지사가 친문과 각를 세우고 있는 것처럼하고 있지만 이렇게 하므로써 이낙연,정세균을 놓고 볼 때 친문에게 부담을 덜어주는 전략이 될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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