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철의 문화재 순례 2021.10.11. 월
조훈철의 문화재 순례 2021.10.11. 월
  • 경남연합신문
  • 승인 2021.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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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 지명 봉황(鳳凰)에 담긴 한국인의 정서

 

국내 지명(地名)들은 문화 콘텐츠의 보고(寶庫)이다. 특히 문화재 풍수를 연구하는 관점에서 볼 때, 지명은 그 지역에 관한 많은 통찰력(insight)을 제공해 준다. 예를 들어, 지명에 온(溫)이라는 글자가 있으면 온천수가 분출된다는 뜻이며, 볕 양(陽)이라는 글자는 북쪽에 큰 산이 있고, 앞에는 강물이 흐르는 배산임수의 지형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전자의 경우, 온양, 온정, 온혜 (퇴계 이황의 고향) 등이 있고, 후자의 경우 한양, 밀양, 함양 등이 대표적인 지역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았을 때, 종종 정부기관에 의해 행정 편의상 일괄적으로 정해버린 오늘날의 지역 명칭들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은 전 국토의 70%가 산으로 이루어진 산악 국가이다. 항상 산을 보고 살았던 한국인의 정서에는 특유의 풍토 정서가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정서가 우리의 고유한 풍수 형국론을 만들었다. 소가 누워있다. 닭이 알을 품고 있다. 봉황이 날아온다. 처럼 산의 모습을 보고 인간이나 동식물의 형상에 비유하는 것이 형국론이다. 이는 우리 땅에서 태어난 고유한 풍수이론으로 일명 자생 풍수라 부르고 있다. 이 이론에는 우리 선조들의 자연관이 잘 반영되어 있다. 인간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으면서 항상 오를 수 있고 계절마다 산색이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선조들의 뇌리에는 어떤 모양을 닮은 산은 그 모양에 부응하는 힘을 갖고 있다는 의식을 지니게 되었다. 이런 맥락을 염두에 두고 우리 지명을 유심히 살펴보면 의외로 봉황과 관련된 이름이 많이 등장한다.

봉황은 어질고 현명한 성인(聖人)과 함께 세상에 나타난다는 성스러운 전설의 새다. 수컷을 봉(鳳)이라하고, 암컷을 황(凰)이라고 한다. 봉황은 동양 문화권에서 용, 기린, 거북(현무)과 함께 4마리의 신령스러운 동물 가운데 하나로 인식된다. 조선시대에는 그 생김새와 행동거지가 임금이 마땅히 지녀야 할 덕목을 보여 준다고 여겨 임금의 상징으로 꼽기도 했다. 오늘날 봉황은 대통령 전용 휘장 문양으로 사용되며, 청와대 정문에도 두 마리의 봉황이 마주보고 배치되어 있다.

봉황은 그물에 걸리지 않고 오동나무가 아니면 내려앉지 않으며, 감천(甘泉)의 물을 마시고, 대나무 열매를 먹고 산다고 한다. 어디까지나 상상 속에 존재하는 새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풍수적 지명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봉정사는 ‘봉황이 머무는 절’ 봉서루는 ‘봉황이 깃든 누각’ 봉명산은 ‘봉황이 우는 형국의 산’ 비봉산은 ‘봉황이 날개를 펴고 날아가는 형국의 산’ 그리고 담양 소쇄원의 대봉대는 ‘봉황을 기다리는 장소’ 라는 뜻을 간직하고 있다. 보다시피 모두 봉황과 관련된 지명들이다.

봉황을 오랫동안 머무르게 하려면 먹이가 되는 대나무가 풍부해야 한다. 그래서 봉황 지명이 있는 산 아랫마을에는 대나무가 있거나 여건이 허락하지 않으면 지명으로 보충해 주는 지혜를 발휘해 왔다. 오동나무 또한 마찬가지이다.

강원도 횡성군에는 덕고산 봉복사(鳳復寺)가 있다. 봉복은 봉황의 배 속이라는 뜻이다. 강원도 설악산에 가면 정상 바로 아래에서 봉정암(鳳頂庵)을 만날 수 있다. 봉정암은 불교에서 신성시하는 5대 적멸보궁 가운데 한 곳이다. 그리고 경기도 여주시에 이르면 봉미산(鳳尾山) 신륵사라는 천년 고찰이 있다. 봉정암 - 봉복사 - 봉미산의 지명에서 공통어는 봉황이다. 봉정암은 봉황의 정수리, 봉복사는 봉황의 배 속, 그리고 봉미산은 봉황의 꼬리 부분에 해당한다. 지도를 펼쳐 이 세 곳을 연결하면 한반도의 중부 지방은 봉황의 기운으로 펼쳐지게 된다. 이 세 곳이 우리 국토 전체를 염두에 두고 의도적으로 만든 것인지, 아니면 그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서 독자적으로 지은 지명인지는 알 수가 없다. 어떤 경우이든, 우연이라고 치부하고 그냥 지나치기는 너무 아까운 문화자원이 아닐 수 없다. 강원도 양양군, 횡성군 그리고 경기도 여주시에서는 지역 주민들의 자부심적인 측면에서 혹은 관광자원의 일환으로 이런 이야기들을 널리 홍보할 필요가 있다. 무슨 황당한 이야기냐고 치부할 수 있지만 모든 위대한 이야기의 서막은 이렇게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앞으로 봉황과 관련된 문화재 답사를 계획하고 있다면 그곳에서 봉황의 이야기도 전해 듣고 봉황의 기운도 절대 놓치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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