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석루의 겨울 정경
촉석루의 겨울 정경

 

진주풀이 37

조선조 성리학 名賢들, 진주 矗石樓를 노래하다(2)

 

<소제> ⌜본 호에서는 지난 호에 이어서 조선조 최고의 名賢인 퇴계 이황(李滉)의 진주와 촉석루 관련, 한시(漢詩) 두 작품을 감상해 보기로 한다.

1533년에 퇴계 선생이 진주 청곡사와 촉석루를 들려서 <過靑谷寺:현재 청곡사 시판에 걸려있음>와 <촉석루:퇴계선생 문집에 있음>라는 주제의 두 작품을 남겼다.⌟

琴山道上晩逢雨(금산도상만봉우)- 금산길 지나다가 늦게 비를 만났더니,

靑谷寺前寒瀉泉(청곡사전한사천)- 청곡사 앞 샘에서는 찬물이 솟는구나.

謂是雪泥鴻爪處(위시설니홍조처)- 인생살이는 바로 눈밭의 기러기 발자국 같다고들 하니,

存亡離合一潸然(존망이합일산연)- 생사(生死)와 이합(離合)이 하나의 슬픈 눈물로 흐르네.

상기 시문의 흔적은 현재 진주시 금산면 소재 호수(금호지)에 가면 “退溪先生過靑谷寺詩碑”라고 새겨진 유적비를 볼 수 있다. 본 작품의 저작 동기는 퇴계가 진주 청곡사에 들렀을 당시, 그의 형들이 이곳 청곡사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그중 그의 셋째형이 일년전에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는 사실을 접하고, 망형(亡兄)이 된 셋째형을 그리워하며 지은 작품으로 전해오고 있다.

다음은 지난호에서 소개했던 그와 비슷한 시기의 성리학자인 이언적(李彦迪)과 같은 성향의 작품이라고 볼 수 있는 그의 <촉석루>시를 감상해 보기로 한다.

落魄江湖知幾日(낙백강호지기일)- 강호에 묻혀 산 지 얼마나 되었던고

行吟時復上高樓(행음시복상고루)- 거닐며 시를 읊다 높은 누에 올라 보네.

橫空飛雨一時變(횡공비우일시변)- 공중에 비끼는 비 일시의 변화지만

入眼長江萬古流(입안장강만고류)- 눈에 드는 긴 강은 만고에 흐르네.

往事蒼茫巢鶴老(왕사창망소학노)- 둥지의 학 늙어가듯 지난 일 아득하고

羈懷搖蕩野雲浮(기회요탕야운부)- 들판 구름 떠가듯이 나그네 회포 요동치네.

繁華不屬詩人料(번화불속시인료)- 번화한 것 시인의 생각 속에 없으니

一笑無言俯碧洲(일소무언부벽주)- 한 번 웃고 말없이 푸른 물가 굽어보네.

상기 시는 그의 나이 33세 때 지은 것으로, 여기에서 표현된 장강의 남강물은, 그가 과연 조선조 최고 성리학자로서의 기품인, 그 어떤 일시적인 외적 상황에 일일이 반응하기보다는 언제나 자기 중심으로 굳게 살아가고 있다는 그의 인생관과 학문관에 비유해도 좋을 것 같다. 본 작품은 현재는 촉석루 경내의 현판시에는 보이지 않지만, 김기찬의 ⌜남정록⌟에 의하면, 이 시도 예전에는 촉석루에 걸려 있었던 것으로 확인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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