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부

수학여행 1번지, 불국사

 

수학여행 1번지라 불리는 불국사(佛國寺)는 경주 토함산(745m) 서쪽 중턱에 위치한다. 751년(경덕왕10) 중시(재상)라는 벼슬을 지낸 김대성이 발원하여 창건하였으나, 생전에는 그 완공을 보지 못하고 죽자 774년(혜공왕10) 국가에서 주도하여 완성했다. ‘불국사고금창기’에 의하면, 그 규모가 2,000여 칸에 이르는 대가람이었다고 전하지만, 임진왜란때 대부분 소실했다. 이후 17세기 초부터 복구와 중건이 부분적으로 이루어지긴 했으나 많은 건물이 파손된 채 그 명맥만 유지해 왔다. 그러다 해방이후 1970년대 초기에 이루어진 대대적인 발굴과 복원을 통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현재 사적·명승 제1호로 지정 관리되고 있으며, 1995년 12월 석굴암과 함께 세계문화유산으로 공동 등재된 한국을 대표하는 사찰이다.

불국사의 ‘불국’은 부처의 나라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흔히들 중생들이 살고 있는 이 사바세계는 차안(此岸), 부처의 나라 불국토는 피안(彼岸)이라 부른다. 온갖 번뇌와 고통 속에 살아가야 하는 차안의 세계에 비해 불국토인 피안의 세계는 극락정토(極樂淨土) 그 자체이다. 그래서 사바세계의 중생들은 불국토에 태어날 수 있기를 간절히 염원하였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들이 살고 있는 차안의 세계를 아예 불국토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불국사는 이러한 신라인들의 염원이 그대로 반영된 사찰이다.

불국사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특징적인 조형물 중 하나는 대 석단이다. 석단 위는 부처의 나라인 불국을, 그 밑은 아직 거기에 이르지 못한 범부의 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석단에는 특이하게 두 쌍의 다리가 놓여 있다. 하나는 대웅전으로 향하는 청운교-백운교, 또 하나는 극락전으로 향하는 연화교-칠보교이다. 청운교와 백운교는 석가모니불의 불국세계로 통하는 자하문에 연결되어 있고, 연화교와 칠보교는 아미타불의 불국세계로 통하는 안양문에 연결되어 있다. 계단을 다리라고 한 것은 속세로부터 부처의 세계로 건너간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이는 계단 아래에 설치한 홍예(虹蜺 : 무지개 모양의 조형물)를 통해

그 의미를 더욱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석단 위에 조성한 피안의 세계도 면밀히 살펴보면 경전에 의거하여 다양하게 재현하고 있다. 창건 당시의 상태는 알 수 없지만, 현재 조성된 공간은 크게 4개 영역이다. 법화경(法華經)에 근거하여 석가모니불의 사바세계를 표현한 대웅전, 무량수경(無量壽經)에 근거하여 아미타불의 극락세계를 묘사한 극락전, 화엄경(華嚴經)에 근거하여 비로자나불의 연화장(蓮花藏) 세계를 형상화한 비로전과 경전에 대한 의존도가 약하기는 하지만 법화경(法華經)의 관세음보살 보문품에 근거하여 보타락가산을 표현한 관음전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중심 공간은 대웅전 영역이다. 이곳은 다리(청운교, 백운교) - 중문(자하문) - 건물(대웅전)에 이르는 축선과 이를 감싸고 있는 회랑으로 구성되며, 중심건물 뒤에 강당(무설전)을 두어 고대 가람의 전형적 배치형식을 이루고 있다. 대웅전 앞마당엔 다보탑과 석가탑이 있고 가운데에 석등이 있어 대칭 속에서 비대칭을 형성하면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쌍탑식 가람배치로는 특이하게 탑의 형태가 다른 것은 경전의 표현에 충실히 따랐음을 의미한다. 즉, 다보탑은 법화경에 등장하는 과거불인 다보여래의 세계를, 석가탑은 석가모니 부처의 세계를 각각 상징적으로 표현한 조형물이다.

한편, 대웅전과 극락전의 규모를 살펴보면, 대웅전 영역이 모든 면에서 크고 웅장하다. 전각의 크기를 보더라도 대웅전은 64평, 극락전은 27평으로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높이 면에서도 대웅전이 극락전보다 석축 한 단만큼 더 높다. 이렇게 석가모니 부처의 대웅전을 아미타 부처의 극락전보다 크고 높게 조성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내세보다 현실 세계를 중시한 신라인의 염원이 사찰 조성에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상징성과 조형미가 뛰어난 문화유산이기에 불국사는 사시사철 답사객 및 관광객으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불국사가 우리나라뿐 만 아니라 세계적인 문화재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불국사의 방문객 동선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현재 불국사 경내로 진입하면 가장 핵심적인 공간인 대웅전으로 가는 동선이 정상적이지 않다. 다시 말해서, 청운교-백운교-자하문을 통해 대웅전으로 들어가는 것이 원칙인데 오늘날 동선을 보면 청운교-백운교 다리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측면에서 대웅전과 다보탑 석가탑을 바라보도록 동선이 짜여져 있다. 이는 미인의 얼굴을 측면에서 바라보면서 칭찬하는 것과 같다. 관리와 보존적인 측면을 고려한 조치라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우리의 문화재 처리 기술이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점, 국민들의 문화재를 바라보는 의식 또한 상당히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일그러진 동선은 하루 빨리 원상 회복시켜야 한다. 이외에도 대 석단 앞마당의 구품연지 복원, 1925년경 일본인들의 소행으로 추측되는 다보탑 내부에서 수습한 불교관련 유물과 석사자의 묘연한 행방 등을 생각하면 불국사는 아직 미완의 문화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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