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에서 태어나 교육자로 활동하면서 동화와 동시·수필을 쓰며 문학 활동을 꾸준히 해온 이창규 아동문학가가 최근 동화집과 동시집 2권을 동시에 펴냈다.

동화집은 <아버지 가슴엔 초록탑이 있어>이고 동시집은 생태환경을 주제로 한 <민들레 꽃대에 앉아 날고 싶어요>다.

두 권 모두 도서출판 경남이 '경남어린이' 연작물 11, 12권으로 발간했다.

동화집에는 현대 어린이들이 겪었을 법한 이야기도 있지만 옛날이야기가 많다. 옛날이야기 중에서도 탑 이야기가 눈에 띈다. 책 제목으로 끄집어 낸 동화 '아버지 가슴엔 초록탑이 있어'는 산청 단속사지 삼층석탑 2기에 얽힌 설화를 바탕으로 쓴 작품이다.

구름마을에 사는 아버지와 아들 삼형제 이야기인데 첫째 아들이 꾼 꿈이 3층 석탑에서 떨어졌는데, 지네가 덥석 안아 전혀 다치지 않는 꿈이었다.

둘째와 셋째도 훌륭한 사람이 되지만 그런 꿈을 꾼 첫째는 훌륭한 명의가 된다.

삼층석탑 이야기는 '두꺼비 지킴이는'에도 나온다.

이 동화에서는 단속사 두 개의 삼층석탑 이야기라고 적시하고 시작한다. 주인공 석하는 탑 2층에서 자다가 아래로 떨어졌는데, 전혀 다치지 않았다. 그게 탑마을에서 전해져오는 두꺼비의 도움 때문이라는 설정으로 설화를 끌어들여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동화집에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 13편이 실렸다.

동시집에서 이 작가는 "자연과 동심, 우리가 모두 자연이며 하나"라고 강조하고 "동심은 누구나 가슴 속 깊이 품고 사는 소중한 보물이며 동심 회복은 인간성 회복"이라고 덧붙였다. 그러한 절실한 시심(詩心)의 결정체를 이번 동시집에 그려낸다.

"무심코 할아버지 밟고 간/ 민들레꽃// 땅속 집/ 초인종이 울렸다// '아이 이걸 어째 많이 아프겠다'/ 할아버지가 지팡이를 내려놓고/ 무릎을 꿇는다// 연두 그 민들레꽃은/ 먼저 웃는다// 미안해요// 하얀 그 민들레가/ 연둣빛으로 활짝 웃는다// 연두 그 민들레꽃"('연두 그 민들레꽃' 전문)

무심코 지나가다 밟은 민들레꽃에게도 미안해서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할아버지의 순수한 동심은 어쩌면 시인을 닮았으리라.

시집은 1부 '연두 그 민들레꽃' 2부 '할머니 약속' 3부 '섬 등대' 4부 '도자기 얼굴' 5부 '춤추는 교통순경' 6부 '큰 그릇'으로 구성돼 있으며, 각 17~18편씩 총 107편 동시가 실렸다.

이창규 작가는 2003년 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직했고 한국아동문학상, 한국PEN문학상, 경남도문화상, 경남예술인상 등 굵직한 수상 경력에 동시집 <열두 달 크는 나무>, 동화집 <종민이의 푸른 꿈> 등 40여 권의 작품집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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