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바이러스

 

시인 손나래
경남 진주 출생, 본명 손석만
2011년 근로자 문학상(시 부문)
2017년 『월간문학』 등단
시집 『지구 특파원 보고서』
『속도에서 냄새가 난다』(2021년)

 

지구촌은 모두가 한 몸입니다

한 사람의 몸에서 나온 것이 지구촌 모든 사람 몸으로 소통됩니다

평소에는 숨겨져 오던 것이

코로나19에서 보면 들통 납니다

한 사람 몸속에서 나온 것이 지구촌 모두의 몸속으로 소통이 된다는 것을

아무리 코를 막고 입을 막고

장벽을 세워도

코로나19와 전쟁하는 것을 보면

코와 입을 막지 않는 평소에는 자유롭게 소통되었다는 사실

릴레이 경기에서 바통을 주고받는 것처럼,

받고 싶지 않아도 입으로, 코로 받아들이고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같이,

하나에서 출발하여 지구촌 모든 사람 몸속으로 소통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남녀 사이에 부부가 아니더라도

몸속의 것을 서로 소통한다는 사실

아무리 거룩한 사람도

거리의 주정뱅이와 육체 속의 것을 서로 교차하며 살고 있다는 사실

아무리 비누칠하고, 깨끗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저 아프리카 땟국물 반들반들한 코흘리개와도

육체로 통하고 있다는 사실

사실에 부정할 사람 손들어 보세요.

<작품노트>

고도화된 문명과 과학은 생태계뿐만 아니라 전염력이 폭발적인 바이러스의 탄생을 가능하게 했고 이를 통해서 인간 생존의 위기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자연의 파괴나 오염과는 다른 이러한 바이러스의 전염은 도시에서 더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고 빈부의 격차에 따른 백신 수급의 어려움이라는 양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한 사람의 몸에서 나온 것이 지구촌 모든 사람 몸으로 소통”되는 것을 통해서 이제 “지구촌은 모두가 한 몸”이라는 인식에 도달하게 된다.

한 사람의 몰락은 인류 전체로 확대되어 전 인류의 몰락이라는 비극적 상항에 도달하게 할 수 있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상황은 시적 화자로부터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풍자적 발언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과학과 문명이 발전해도 인간들은 “몸속의 것을 서로 소통한다”는 사실을 통해 모든 인간이 평등한 존재임을 재인식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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