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팔만대장경 사전예약 탐방제

 

 

대한불교조계종 법보사찰 해인사가 팔만대장경 사전예약 탐방제를 시행했다. 이는 팔만대장경이 보관된 장경판전 내부를 일반인들에게 공개했다는 말과 동격이다. 이 소식을 접하고 놀라지 않는 한국인이 있다면, 그는 우리 문화재에 대해 문외한이거나 관심이 전혀 없는 분임에 틀림없다. 해인사 장경판전과 팔만대장경은 선조들의 자연관과 인간에 대한 생각이 가장 잘 반영된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소중한 우리 문화재들이다.

판전이란 불교나 유교의 경전 또는 목판을 보존하는 건물을 말하는데, 그 가운데 팔만대장경을 보관한 판전을 장경판전이라 부른다. 장경판전은 단일 건물이 아닌, 수다라장, 법보전, 동서사간전이라는 명칭을 지닌 4동의 건물로 구성되어 있다. 정확한 건립연대는 알 수 없으나, 기록상 조선초 건물로 추정하고 있다. 서남향을 향하면서, 가야산 중턱 655m 지점에 위치한다. 수다라장과 법보전 전후면 창문크기를 달리하여 바람의 세기를 조절했다. 게다가 판전 내부의 바닥은 숯, 횟가루, 소금 및 모래를 혼합해서 깔아둠으로써 습도 조절 및 해충의 침입에 대비했다. 첨단과학을 자랑하는 오늘날에도 이런 구조의 건축물은 만들기가 어렵다고 한다. 655m 지점. 서남향, 창문의 크기, 바닥의 혼합물 등이 바람의 흐름에 어떤 관련성을 가지고 있을까?

필자가 이 건물에 주목하는 것은, 지난 1695년~1871년 사이 해인사에서는 일곱 차례 대 화재가 발생하여 대부분의 건물이 화마의 피해를 당했는데, 장경판전만 안전했다는 것이다. 또한, 임진왜란, 일제강점기 및 6.25전쟁 당시에도 거의 전소되거나, 일본에 약탈될 위기의 순간들이 있었으나, 우여곡절 끝에 천우신조(天佑神助로 살아남았다는 현실 때문이다. 이 터가 지니는 어떤 기운이 장경판전을 지켜주고 있는 것일까?

한편, 장경판전에 이어 우리가 주목해야할 문화재는 그 내부에 보관된 팔만대장경이다.

대장경이란 불교의 모든 가르침을 하나로 모아 놓은 엄청난 양의 기록물을 말한다. 여기에는 부처님의 말씀을 적은 경장(經藏),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제자들이 지켜야 할 도리를 적은 율장(律藏) 그리고, 해설서에 해당하는 논장(論藏)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을 새긴 목판을 대장경판이라 하는데, 그 숫자가 8만여장이 되어 흔히 팔만대장경이라 부르고 있다.

팔만대장경은 고려시대 세계 최강의 군대인 몽골군이 침입했을 때 수도를 개경에서 강화도로 천도를 한 후, 부처의 힘을 빌려 외적을 물리치려는 염원으로 전 국민이 단합하여 제작한 불교 경판을 말한다. 경판의 총 숫자는 8만1천258장에 달하며, 5,200만자의 글자가 경판 앞뒷면에 새겨져 있다. 경판의 길이는 70cm 전후, 너비는 23~25Cm, 두께는 2.8Cm 전후, 그리고 무게는 약2.6~3.6Kg으로 전체 분량을 합산하면 총250ton이 된다. 이는 2.5ton 트럭 100대분에 해당된다.

이 엄청난 양의 대장경판이 강화도에서 제작된 후, 조선초 합천 해인사로 이동했다는 것이 우리 국민들이 알고 있는 상식이다. 운반은 육로와 수로, 두 가지 경우가 있는데 흔히들 육로로 이동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근거로 해인사 대적광전 벽면에 대장경판을 운반하는 모습을 그린 벽화를 제시하는데, 이 그림은 문경세제라는 길을 고려하지 않은 상상도에 불과하다. 만약 바닷길로 운반했다면 보통 늘배 1척당 경판 800여장을 선적한다고 했을 때 총 110척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조선초 불교를 배척하고 성리학을 건국이념으로 내세운 조선에서 불교 경전의 운반을 위해 그렇게 많은 배를 동원했다는 사실 또한 믿기 어렵다. 그래서 해인사 팔만대장경은 해인사 근처 남해섬에서 제작했을 것이라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해인사 장경판전과 팔만대장경을 언급할 때 항상 따라다니는 단어가 신비롭다. 인 것이다. 현재 해인사 장경판전과 팔만대장경 모두 국보로 지정되어 있으며, 해인사 장경판전은 1995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팔만대장경은 해인사고려대장경판 및 재경판이란 명칭으로 2007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상태이다.

지금까지 한 번도 공식적으로 개방한 적이 없는 이런 성지(聖地)를 코로나19 사태에 힘들고 지친 우리 국민이 위안과 치유를 얻고 큰 힘과 감동을 마음속에 담아가도록 하기 위해 개방한다고 해인사측은 밝히고 있다. 2021년 6월19일(토) 오전10시부터 시행되었으나 도중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잠정적으로 중단되었다가 재가동을 실시하고 있다. 매주 토,일요일 각각 하루 2회 (오전10시, 오후2시) 운영한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를 원하는 분은 해인사 홈페이지로 들어와 바탕화면에 설치된 팔만대장경 탐방예약 배너를 클릭하면 신청할 수 있다. 현재 상황을 확인해 보니 내년 1월초까지는 예약이 완료된 상태이다. 하지만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도전하여 귀한 경험을 꼭 해 보시길 권한다.

팔만대장경에 얽힌 이야기는 책으로 집필해도, 강의를 해도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그 내용이 무궁무진하다. 그 가운데 꼭 알리고 싶은 한국인이 있다. 유튜브나 인터넷 매체를 활용하여 <해인사, 김영환 장군>을 검색해 보시라. 6.25전쟁 당시 공군 장교였던 이 분의 위대한 판단력과 죽음을 불사한 용기 덕분에 팔만대장경이 살아 남았다는 사실을 우리 국민들은 반드시 기억했으면 좋겠다. 또한, 해인사 장경판전과 팔만대장경의 사전예약 탐방제를 기획하고 실행에 옮긴 해인사 스님들의 위대한 결단에 고개 숙여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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