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메, 영업합니까?”, “비빔밥 곱빼기로 좀 주이소.”

주문이 끝남과 동시에 바쁜 손놀림으로 음식이 ‘뚝딱’ 나왔다. 주름진 손맛에 푸짐한 인심은 축 처진 뱃가죽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다른 곳보다 1000원 저렴한 3000원짜리 소주는 3병을 마셔도 1만원이 되지 않는다는 계산에 안도감마저 든다. 그렇다. 저렴하고 푸짐한 양의 음식을 제공하는 것은 저들만의 판매 전략으로, 영세 소상공인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하지만 사업 노하우가 없는 경우엔 얘기가 다르다. 직원들을 고용해야만 가능한 사업은 임금 및 점포 임대료 인상으로 하루하루가 고되고 그야말로 전쟁이다. 이들은 인건비를 줄이려 부부가 하루 10시간 이상의 노동을 감수하며 월세를 맞추고 있다. 고된 노동의 끝은 자녀를 챙기기보단 씻고 잠들기에 바쁘다.

적게는 수천만 원, 많게는 수억 원을 투자해 장사를 시작한 이들은 수익을 내기보단 하루를 버티며 지낸다고 한다. 최저임금이 올랐다고 점포 보증금과 월세가 내려가는 게 아니다. 오히려 부담만 가중시켜 폐업이 늘고 있으며, 가정불화까지 생기고 있는 게 지금의 소상공인들 현실이다.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지역사회에서도 동네 상권을 살리기 위한 강구책을 내놓고 있지만, 폐업점포가 나날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은 그저 야속할 뿐이다.

우리 경제가 살아나기 위해선 소상공인이 살아나야 된다는 건 누구나 공감하지만 정부의 정책이 뒷받침 되지 않는 이상 현실의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경기불황에 꽁꽁 얼어붙은 소비자들의 지갑 형편은 외식과 바깥 나들이를 권장하기에도 한계가 있다. 분별없는 최저임금 인상 계획은 소상공인들의 앞날에 찬물만 끼얹는 격이다. 시장 구석구석을 면밀히 살펴 최저임금 인상 계획을 탄력적으로 운용한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아쉬움만 남는다.

6.13 지방선거가 7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월세 부담 완화 공약부터 일자리 지원 약속까지 소상공인을 위한 공약도 늘어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한 ‘맞춤형 공약’이 아닐까 싶다. ‘신바람 나는 사업장’, ‘일할 맛 나는 직장’, ‘다시 찾고 싶은 매장’ 등 3박자를 두루 갖춘 알찬 정책으로 소상공인들의 한숨소리가 줄어들기를 기원해본다. 또한 소상공인들도 현실적인 감각을 앞세워 경기불황을 슬기롭게 해쳐나가길 소망한다.

오늘 저녁은 본보 취재계획이 있는 날이다. 회사동료들과 넉넉한 양의 두루치기에 3000원짜리 소주를 마시며 이번 주 계획을 세워볼까 한다. 3병을 마셔도 1만원도 안 한다는 사실에 벌써부터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왠지 모를 자신감도 생긴다.

“오늘 회식비는 제가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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