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풍년이라도 양파값 폭락에 빚잔치
정부지원 기대했지만 심사에서 탈락해

“해마다 가격 급등락하는 양파농사로 귀농포기하고 다시 올라갈 생각이다” 경남 산청군에서 양파농사를 짓고 있는 A씨는 2015년 귀농했다. 그는 귀농할 당시 금전적 여유가 없었다. 그렇다보니 딸기, 블루베리, 곶감 농사를 시작하는 귀농인들과 다르게 밭을 임대 후 양파와 마늘 농사를 시작했다. 아무래도 딸기, 블루베리 농사는 최소 수천만원이 들어가기 때문에 자금이 부족한 생계형 귀농인들에게는 맞지 않는다. A씨는 “3천평 밭 임대료 내고 인건비 주고 남는 돈이 1천만원 가량이다. 그런데 요즘은 그것도 힘들다. 양파는 풍년이지만 가격이 폭락해 결국 힘든 건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A씨는 양파농사를 쉬는 시기엔 다른 사람 밭일까지 거들며 일을 하지만 연간 수익이 1천5백만원을 넘기기 힘든 지경이다. A씨는 “대다수 양파농가가 비슷한 상황이다. 하지만 다른 농사를 하고 싶어도 돈이 들기 때문에 양파농사를 계속한다. 그래서 해마다 빚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산청군에 귀농한 A씨는 초기 자본이 부족해 고소득 작물 대신 양파농사를 시작했지만 1년 수익이 1천만원 미만이다.
산청군에 귀농한 A씨는 초기 자본이 부족해 고소득 작물 대신 양파농사를 시작했지만 1년 수익이 1천만원 미만이다.

◇ 양파 가격 오르면 양파농가 늘어 폭락 부추겨

지난 16일 A씨의 햇양파 가격을 20KG 1만7천원 받았다. 작년 같은 날 비교해 40%이상 내려간 가격이다. 몇 년 전 양파 가격이 오름에 따라 양파를 심는 농가가 늘었다. 이와 더불어 전국적으로 양파수확량이 늘면서 요즘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또 양파는 비교적 손쉬운 농사로 꼽혀 시작하면 기본 이상의 품질이 나와 가격 폭락을 부추겼다.

이와 관련 진주 농산물 경매장 관계자는 “지난 21일 20KG 최상급 가격이 1만4천원이었다. 작년 이 시기엔 2만원 이상이었다. 실질적으로 단가 차이가 많이 나는 건 사실이다”고 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산 양파 생산량은 평년(124만3000톤) 대비 13% 증가한 139만8000톤 수준으로 전망됐다. 양파는 작년에 높은 시세 탓에 재배면적이 평년대비 17.4%·전년대비 19.9% 증가했다. 따라서 올해 양파 생산량은 평년 대비 10% 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물량이 넘치다 보니 1KG 당 가격도 3월 상반기 879원, 3월 하반기 644원, 4월 상반기 647원으로 평년대비 49.3% 하락하는 등 맥을 못 추고 있다.

2018년 햇양파 재배농민들의 고충이 가중되면서 지난달에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산지폐기이다. 우선 전남과 제주지역에서 생산된 조생종 2만여톤을 이달 초까지 산지에서 폐기하고, 품질이 떨어지는 조생종 2만여톤은 아예 출하를 못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또 중·만생종 양파에 대해서는 평년 수요량(116만톤)을 넘어서는 초과 공급량 4만3000톤 전량을 수매 비축과 사전면적 조절을 통해 시장에서 격리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양파 해외 수출도 적극 독려해 물류비 지원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 재산 많은 사람들이 받는 정부 지원에 실망

A씨를 더 힘들게 하는 건 말뿐인 정부지원이다. 특히 최근엔 귀농귀촌 정착 자금에 대한 불만이 가득하다. 그는 귀농귀촌 정착 자금이 꼭 필요한 사람들이 받는 게 아니라 수억원 이상 농장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많이 받고 있으며 은행 융자도 재산이 있어야 하는 것을 지적했다. 그는 “내가 담보 제공할 여력이 있었다면 그 돈으로 하우스를 짓거나 고소득 작물을 시작했을 것이다. 왜 정말 어려운 농민들에겐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에서 지원한 청년농업인 육성 및 창업자금은 A씨에겐 대상이 아니었다. 심사에서 탈락 한 그는 인근 진주시의 다른 농업인이 받는 걸 보고 다시 한번 좌절했다. 청년농업인으로 선정 된 진주의 농부는 실제 수억원의 딸기하우스와 파푸리카하우스를 운영하는 등 부자소리를 듣는 농업인이었던 것이다.

이에 A씨는 “인근 지역 청년창업농으로 선정 된 사람들은 최소 5억원 이상의 재산을 가지고 있다. 또 토지 임대라고 해도 나처럼 양파농사를 짓는 사람과 딸기하우스, 파푸리카하우스를 하는 사람은 그 차이가 하늘과 땅이다. 이런 부분을 정부에서는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청년창업농 영농정착지원사업(청년창업농 지원사업), 일명 청년농민직불제가 4월부터 본격 시행됐다. 농업을 시작한 청년농민들에게 최대 월 100만원씩 지급하는 이번 사업은 전국 1,200명이 지원받게 되며 의무사항도 뒤따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청년창업농 지원사업 대상자 1,200명 중 최종 1,168명을 선발하고 시·군에서 지원자들에게 통보했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나머지 32명은 ‘스마트팜 보육센터’ 수료생 60명을 대상으로 하반기에 선발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최종 선발된 1,168명 중 독립경영 1~3년차 666명에게는 이달 말부터 영농정착지원금을 지급한다. 창업예정자 502명은 농지 등 영농기반을 마련하고 농업경영체 등록을 한 이후부터 지원금이 지급된다.

시·도별 선발인원은 △경기 155명 △강원 62명 △충북 62명 △충남 114명 △전북 176명 △전남 169명 △경북 192명 △경남 111명 △제주 50명 △특·광역시 77명 등이다.

청년창업농 지원대상자들의 주 생산 예정품목을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은 품목은 △채소(시설, 노지) 313명(26.8%)이며 △기타(경종작물 복합) 225명(19.3%) △과수 185명(15.8%) △복합(축산+경종) 121명(10.4%) △축산 112명(9.6%) △식량작물 79명(6.8%) △화훼 38명(3.3%) 순이다.

청년창업농 지원사업은 1년차 농민에겐 매월 100만원씩 3년간 지원하고, 2년차 농민에겐 매월 90만원씩 2년간, 3년차 농민에겐 매월 80만원씩 1년간 지원한다.

지원금은 현금 지급이 아닌 전용카드 발급을 원칙으로 한다. 1년차 농민은 100만원의 포인트가 충전된 카드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포인트는 매달 충전되며, 다음 달로 포인트 이월이 가능하지만 매년 12월 21일 이후에는 국고에 환수된다.

김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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