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세대 귀농 지역경제 활성화 및 출산 기여
마을 공동체로 타지 생활 외로움 극복하기도
귀농 전 농사 체험, 본인에게 맞는 작물 선택

요즘 60대 이상 귀농인보다 40대 이하 귀농귀촌이 많아졌다는 소식이다. 이들은 수도권 소재 명문대를 졸업하고도 시골로 내려와 농사와 유통으로 억대 매출을 올린다. 특히 20대들은 힘든 취업대신 농촌 창업을 선택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어 귀농귀촌도 변화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해준다.

농림수산식품부 발표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50대 귀농 인구가 18.9%, 60대 이상은 9.8%를 기록한 반면, 40대는 28.3%, 30대는 무려 36.4%에 달했다. 지난 4월 정부가 ‘귀농귀촌종합대책’을 발표한 후 더욱 탄력을 받는 모습이다.

 

산청 신안면 간디마을은 귀농귀촌 공동체 마을로 입주민들은 다양한 생산 활동을 함께하며 살아간다.
산청 신안면 간디마을은 귀농귀촌 공동체 마을로 입주민들은 다양한 생산 활동을 함께하며 살아간다.

학력 버리고 시골에서 새로운 시작

현재 IMF 이후 부쩍 늘었던 생계형 귀농과 베이비 붐 세대 은퇴 후 귀촌은 비교적 잠잠해진 반면 젊은 세대 귀농귀촌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예전 세대들과 다르게 부부간 대화를 통해 귀농한다. 부부가 협의 후 귀농을 했기 때문에 젊은 세대들은 60대 이상 세대보다 도시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이 없다. 이에 각 지자체에서도 이들을 ‘모시기’ 위해 각종 지원을 쏟아내고 있다. 아무래도 젊은 세대 귀농은 지역경제 활성화 및 출산에 큰 역할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귀농귀촌 인터넷 카페에서 정보 교류 및 토지거래

젊은 세대들은 인터넷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물론 함께 마을을 이뤄 살기도 한다. 특히 경남 산청군 ‘간디숲속마을’과 전북 장수의 ‘하늘소마을 ’경북 봉화의 ‘비나리마을 ’ 등은 고학력 귀농자들과 젊은 세대들이 많이 모여 사는 대표적인 귀농 공동체다.

특히 산청 간디숲속마을은 마을 설립 단계부터 주민들 회의를 거쳐 공동체를 만들었다. 주민들은 마을에 입주하기 위해 면접을 통과해야 했다. 적응을 할 수 있는지, 혹은 생계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계획을 준비하고 마을 사람들과 융화될 수 있는지 등을 심사와 면접을 통해 확인했다.

이 같은 마을 공동체는 최근 지자체들이 관내 인구 증가를 목표로 적극적인 귀농 지원 정책을 펴면서 생긴 새로운 추세다. 또 지원을 받지 않더라도 공동체는 마을기업을 운영하거나 품앗이 개념의 농사로 수익을 올리는 등 안정적인 귀농귀촌생활을 이뤄내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평가다.

간디숲속 마을에 살면서 ‘청농’생강차를 전국적인 명물로 만든 김태호 씨는 “아직 둘째가 초등학생이다. 시골에서 스트레스 안 받으며 마음껏 뛰어 놀 수 있게 하기 위해 귀농했다. 또 서울에서 내려와 외로움이 있을 수 있지만 공동체 안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다보니 그런 부분을 자연스럽게 극복했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에 맞는 농촌 생활을 찾는다

젊은세대와 고학력 귀농자들은 귀농 1세대와는 다른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 기본적으로 농사를 짓지만 땅만 일구는 것이 아닌 다양한 시도를 한다. 인터넷를 자유롭게 다룰 수 있고 전문직이었던 특성을 살려 유통·마케팅에 집중해 수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이전 세대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특히 젊은 세대는 농사도 중요하지만 판매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전과 다르게 ‘농사만 잘 지으면 살 사람은 많다’는 말이 무색하다. ‘다들 잘하니 더 잘해야 한다’는 말이 대표적이다. 요즘 농사는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다들 잘 짓는다. 그렇다보니 수확한 농산물을 어떻게 판매하는지가 더 중요한 시대가 온 것이다.

또 다른 경우도 있다. 젊은 세대는 대부분이 고학력자다. 그런 학력을 살려 남편은 농사를 짓고 아내는 다른 일을 하는 경우도 많다. 사회복지사, 혹은 마을공동체 학교 교사, 마케팅 관리 등 시골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시골생활에서 치명적 약점인 불안정한 소득을 새로운 형태의 맞벌이로 보충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젊은 세대 고학력자들은 농사짓고 싶어 귀농한 것이 아니라 시골에 살기 위해 귀농했기 때문이다.

귀농은 고향 아니라도 상관없어

베이비붐세대 귀농자들은 대부분 고향을 선호했다. 하지만 젊은 세대들은 물려받을 토지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편의성과 실리를 우선적으로 귀농귀촌지를 선택한다. 지자체별로 귀농지원센터를 찾아 정보를 수집하는 건 기본이고, 농사를 지으면서도 부가 가치를 생산할 틈새시장이 없는지 관찰한다. 또 생활환경도 중요시한다. 아이를 키우는 경우 대형병원과 30분 이내인지, 학교 통학버스가 마을에 오는지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확인한다.

그래서 예전과 다른 귀농귀촌 형태가 만들어지고 있다. 은퇴 후 자연과 함께 사는 베이비붐 세대가 1세대 귀농이라면 요즘은 실리를 추구하는 젊은 세대가 만들어가는 새로운 2세대 귀농인 듯하다.

젊은 세대 귀농으로 농촌 땅 살아나

젊은 귀농자들은 자금이 부족하다. 그래서 대부분 토지를 임대한다. 시골에선 환영하는 일이다. 현재 우리나라 시골에 있는 주민들 대부분이 고령자이기 때문에 농사를 짓고 싶어도 못 짓는다. 땅은 놀려두면 버린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이 80대 이상 고령자에게 임대료를 주고 토지를 임대를 해 농사를 짓는다. 경남지역 시골 임대료는 1천평에 100만원 정도라고 한다. 지하수가 있거나 성토를 했다면 가격이 올라가지만 시골 노인들은 땅을 버려두지 않고 가격을 조정해 빌려준다.

귀농귀촌 전 농업 체험 및 귀농인의 집 방문

젊은 세대들은 귀농귀촌을 대충하는 경우가 없다. 베이비붐 세대보다 더 꼼꼼하다. 은퇴한 세대는 여유자금이 있는데 반해 젊은 시대는 벌어둔 자금이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족한 자금을 보충하기 위해 정보를 택한다.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그걸 취합해 귀농귀촌의 효율성을 알아본다. 특히 요즘 귀농 체험 및 귀농인의 집 방문은 필수 코스다. 귀농체험은 선도농가에서 수개월 가량 교육을 받고 본인에게 맞는 농사를 선택할 수 있다. 또 귀농인의 집은 지역에서 귀농생활을 할 수 있는 빈집을 찾아 시골생활을 경험해보는 것으로 귀농 전 마지막 단계다. 이런 과정을 모두 거친 뒤에 귀농을 하는 게 요즘 젊은 세대들이다.

김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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