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일 진주시장 당선인은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지금의 위치를 이뤘다. 과거 진주시장 당선인들은 공천만 받으면 당의 힘으로 당선이라는 결과를 얻곤 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그런 행운이 없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전국적인 민주당 바람 속에 한국당 후보인 조규일은 바람 앞의 등불 같은 처지였다. 그러나 진주는 거센 민주당 바람 속에서도 한국당 소속인 조규일 후보를 오로지 인물만 보고 선택했다.

공천과정에서도 조 당선인은 철저히 자신의 힘으로 공천장을 쥐었다. 과거에는 정당의 유력인사 배경으로 공천을 받곤 했다. 그러나 조 당선자는 한국당 공천과정에서 현역과 싸워 이겨 공천장을 쥐었다. 자신을 집요하게 공격하는 한솥밥 출신 동료 신인 정치인과 현역 프리미엄을 극복하고 당당히 승부를 내 이겼다. 공천과정과 본선에서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오로지 혼자의 힘으로 거센 선거의 물결을 헤쳐 나왔다. 조규일 당선자는 이런 점에서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조규일 당선자는 남명 조식 선생의 13대 직계 자손이다. 조 당선자의 13대 할아버지인 남명 조식 선생은 1561년(명종 16년) 지리산 기슭 덕산에 산천재(山天齋)를 지어 죽을 때까지 그곳에 머물며 강학(講學)에 힘썼다. 조정에서 여러 번 불러 벼슬을 내렸으나 조식 선생은 죽을 때까지 덕산에 은둔하며 제자를 기르는 데만 전념했다. 아마 조식 선생의 자손으로 선생이 은둔한 자리인 진주에서 시장이라는 벼슬을 하는 사람은 조규일 당선자가 처음일 것이다. 그런 만큼 조식 선생의 집안으로서도 조규일 진주시장의 출사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400여년의 은둔을 끝내고 현실정치에 참여하는 후손 조규일을 보는 창녕 조씨 집안의 어른들 마음도 여러 가지 상념에 젖을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영광이고 조식 선생 집안으로서도 특별한 의미를 갖는 조규일의 진주시장 출사는 그러나 그리 순탄해 보이지는 않는다. 조 당선자를 둘러싸고 있는 정치 환경이 그리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조 당선자는 지리멸렬한 보수정당 출신이다. 진주시정을 위한 여러 협조를 요청해야 할 중앙정부나 경남도가 모두 민주당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다. 중앙정부는 물론이고 당장 경남도만 하더라도 민주당 소속의 김경수 후보가 도지사가 됐다. 따라서 이전 시장들에 비해 중앙정부와 경남도의 협조를 얻어내는 게 더 어려운 일이 됐다. 조 당선자가 더 노력해야 할 이유이다.

진주시의회도 마찬가지이다. 지금까지 진주시의회는 보수정당인 한국당 계열이 독점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이번 시의회는 민주당과 한국당이 의회를 양분하고 있다. 진주시의회의 협조를 얻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조 당선자는 소위 적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정치 환경만 어려운 것은 아니다. 조 당선자가 직면할 정책적 환경도 녹록치 않다. 진주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남부내륙철도의 조기착공, 항공국가산업단지의 조성, 유등축제의 활성화 등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특히나 조 당선자는 정치적 배경이 있는 사람도 아니다. 순수한 관료출신이다. 그런 점에서 정치역량이 필요한 이런 일들을 순수 관료출신이 제대로 처리해 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또 이창희 시장이 어질러 놓은 진주시청 공무원 사회를 추스르는 일도 급선무이다. 사상 처음으로 퇴직공무원들이 정치인 캠프에 참여할 정도로 진주시청 공무원 사회는 어지럽혀져 있다.

조규일 당선자의 13대 할아버지 조식선생처럼 현실을 도피해 은둔하는 것은 오히려 쉽다. 정말로 어려운 것은 현실에 참여해 잘하는 것이다. 어차피 조규일 당선자는 호랑이 등을 탄 셈이다. 진주시장 선거에서 주변의 기대를 크게 뛰어넘어 혼자의 힘으로 당선증을 쥐었듯이 진주시정도 조규일 당선자 특유의 돌파력으로 잘 해 나갈 것으로 믿는다.

그리하여 400여년 만에 일어난 창녕 조씨 집안의 출사가 해피엔딩으로 결론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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