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농부’ 정승민씨, 지난해 산청 귀농
벼·양파·팥 등 신선농산물 각 가정 공급

 

 

고추를 다듬고 있는 정승민 씨. / 정승민 씨가 콩 모종 포트작업을 하고 있다. / 옥수수를 심고 있는 어머니와 조카.
고추를 다듬고 있는 정승민 씨. / 정승민 씨가 콩 모종 포트작업을 하고 있다. / 옥수수를 심고 있는 어머니와 조카.

 

 

나는 지난 2017년 산청으로 귀농한 왕초보 청년농부이다. 부모님과 함께 벼, 양파, 마늘, 팥 등 여러 가지 농산물을 재배하면서 살고 있다. 주변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꼭 나에게 물어보는 말이 있다. ‘무슨 일하세요?’, ‘왜 농사지으세요?’ 그런 질문을 수없이 받고 내가 하는 일이 무슨 일인지, 왜 하는지를 곰곰이 생각했고, 농부는 누구인지도 생각했다.

나는 농부임을 잊지 않고, 농부라고 당당하게 말하며, 내가 왜 농사를 지으려고 하는지를 명확하게 알고 있기에 나는 확실한 농부다.

귀농하기 전 종사하던 일을 그만두고 부모님이 계신 집에서 석사학위 논문을 준비하던 중에 농업의 현실과 직면하게 되었다. 농민이 흘리는 땀의 가치는 점점 줄어들고 있고, 그로 인해 농민들의 한숨과 아우성을 보았다.

그러던 중 실수로 하우스 감자에 비료를 과다하게 주는 바람에 비료를 준 다음날 감자가 다 타서 며칠 후 수확할 때 알이 작고 땅 속에서 썩은 감자를 수확하며 울면서 감자를 캔 경험을 하고난 후에 ‘농민이 행복해야 건강한 농산물이 생산되고, 건강한 농산물로 만든 음식을 먹을 수 있어야 국민이 행복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 후 곰곰이 생각을 하다가 농업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농업에 관련된 교육을 받고, 함께 교육받은 분들과 교류하면서 ‘그래 농사를 업으로 삼고 뛰어들어보자’는 결심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농민이 행복해야 건강한 농산물이 생산되고, 건강한 농산물이 소비자, 국민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든다”는 가치관을 기준으로 농사를 짓고, 농산물 가공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귀농을 하고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 어려움들을 겪으면서 나는 온전히 선배농부들의 마음을 알았고, 그로 인해 완전한 농부가 되었다. 올해는 양파가격이 불안정하여 정부에서 수급안정을 위해 양파생산조정을 실시하였다. 쉽게 말해 정부에서 수익을 보전해 줄 테니, 크고 있는 양파를 갈아엎으라는 말이다. 나도 물론 참여를 했다. 보전을 받고 갈아엎는데도 트랙터에 갈리고 있는 양파를 보니 울컥울컥 내안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왔다. 농사를 잘 지었든, 못 지었든 그 양파들은 내가 직접 파종을 해서 모종을 키웠고, 날이 추운 늦은 가을, 이른 겨울에 많은 사람들의 손길로 땅에 심겨졌다. 그리고 ‘혹시나 얼었을까, 혹시나 병이 왔을까’ 노심초사하며 겨울을 버티고 이른 봄부터 부지런히 다니며 키웠던 양파였기에 더 울컥했던 듯하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농사를 짓고 있는 이유는 하나다. 내가 1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경험해본 농부는 매우 자랑스럽고 고마운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 또한 참농부가 될 것이고, 이분들과 성장하고, 함께 행복해질 것이다. 내가 많이 노력할 것이고, 꼭 그렇게 되게 만들 것이다.

일이 힘들고 지칠 때, “농민이 행복해야 건강한 농산물이 생산되고, 건강한 농산물이 소비자, 국민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든다”는 내가 세운 가치관을 가슴 깊이 되새기면서 다시 일어선다. 그리고 굳건히 생각한다. ‘나는 산청에서 농사짓는 행복한 청년농부다’

곰내들 대표 정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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