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H연합회 통해 사회 환원도
내 발전은 지역사회 발전이다

정승민(오른쪽 첫 번째) 씨가 산청군 4-H연합회 회원들과 과제포 양파 파종 작업 후 휴식을 취하고 있다. /  가지 건조 손질 중인 정승민 씨.
정승민(오른쪽 첫 번째) 씨가 산청군 4-H연합회 회원들과 과제포 양파 파종 작업 후 휴식을 취하고 있다. / 가지 건조 손질 중인 정승민 씨.

 

 

귀농을 하고 처음 부딪히는 일이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문제였다. 부모님과 동네 어르신들과의 문제였다. 부모님과의 문제는 떨어져 살았던 기간이 길었으므로 참고 배려하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했다. 참다가 참다가 결국에는 터지게 되어있다. 매시간 함께 일하고 밥 먹고, 아침에 눈을 떠서 저녁에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얼굴을 맞대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뭔가 문제가 있을 때 바로 해소하는 방법을 택했고, 그전보다 소통의 영역이 넓어졌다.

동네어르신들은 나를 볼 때마다 뭐하고 있냐고, 농사지을 생각하지 말고 양복입고 의자에 앉아서 일하라며, 빨리 나가라고 하셨다. 그때마다 웃으며 농사지어서 잘 살아보겠다고 이야기했었다. 그럴 때마다 스트레스가 심했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 스트레스를 부모님께 풀었던 것 같다. 그러던 동네어르신들께서 몇 개월이 지나자 농사짓는 법도 알려주시고, 한번 잘 해보라며 격려도 보내주시고, 일을 하고 있으면 지나시다가 덥다고 손주 주려고 사오시던 아이스크림도 건네주신다. 동네 연세 많으신 이모는 땡볕에 검게 타고, 땀에 젖은 나를 볼 때마다 눈시울을 붉히시며 “여기 있을 아가 아인데. 뽀얗고 이쁘던기 어찌 이리돼뿟노. 고마 지금이라도 나갈래?”라고 하신다. 모두 나에 대한 걱정과 연민으로 하시는 말씀이란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 고마운 분들이다. 처음에 스트레스를 주셨던 분들이 지금은 나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선배가 되어주셨다.

귀농 후 몇 개월 동안 어르신들과 지내며 살다가 산청군농업기술센터에서 연락이 와서 집으로 4-H 담당 주무관님이 방문하셨다. 산청군 4-H연합회에 가입하라는 내용이었다. 그때 내가 살고 있는 산청에도 청년농업인이 있고, 4-H연합회라는 단체에서 활동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단체여서 의아했고, 신종 사기로 생각도 했지만 어떤 단체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컸다. 첫모임에 참석하고 신세계를 경험했다. 내 또래의 농사꾼들을 처음 보았고, 내가 경험하는 문제를 함께 경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주 보고 매일 소통했다. 지역의 일꾼이 되고자 많은 활동을 함께 했다. 우리 산청군 4-H연합회원들과 함께라면 그 어떤 스트레스도 남아있을 수가 없다. 올해 초, 나는 산청군 4-H연합회 부회장이 되었고, 여러 회원들과 과제포를 통해 양파와 감자를 공동재배도 하고, 그 수익금으로 지역사회에 불우이웃돕기 성금 기탁도 하는 등 산청군 4-H연합회를 통해 지역사회와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이런 경험들을 통해 또 하나의 각오를 다졌다. “지역사회의 어르신들을 내 부모라 생각하고, 제 또래를 형제처럼 생각하자! 내 발전이 바로 지역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일하고 활동하자!”

부모님과 동네어르신들께서 나의 든든한 선배이자 후원자가 되어주셨고, 산청군 4-H연합회원들이 함께 일하며 활동하고 만나면 즐거운 든든한 동료가 되어주었기에 나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내가 갈 수 있는 보폭에 맞춰 시골에 잘 적응할 수 있었다. 그분들의 노고와 고마움에 보답하는 길은 내가 그분들의 또 다른 걱정거리가 되지 않게 열심히 잘 살고, 내가 계획하고 있는 일을 성공시키는 일일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귀농을 준비하시는 여러분들도 ‘시골살이 어렵다던데…’라는 걱정을 하기보다는 자신이 왜 시골에 살려고 마음을 먹었는지, 그리고 시골에서 어떤 일을 할지, 주변의 이웃들에게 어떻게 인정받을 지를 고민해보기를 권한다.

곰내들 대표 정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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