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사람·기계와 ‘소통’
농부는 자연이고 사회다

정승민 씨가 고객에게 보낼 마른고추를 선별하고 있다.
정승민 씨가 고객에게 보낼 마른고추를 선별하고 있다.

 

시골에서 살면서 여러 경험이 필요함을 느낀다. 여러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은 농부는 다재다능해야 한다는 반증일 것이다. ‘왜 농부가 다재다능해야 할까? 농부는 농사만 잘 지으면 되는 것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 것이다. 농부가 농사만 잘 지으면 되는 것이 당연하지만, 농사만 잘 지어서는 정말 먹고 살기 어렵다. 지금부터 농부가 하고 있는 일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

첫째, 농부는 정비사다. 농부가 농사를 잘 짓기 위해서는 작물의 성질과 생장환경을 잘 아는 것이 우선이지만, 농사에 필요한 농기구와 농기계에 대한 이해와 간단한 정비방법을 알아야 한다. 점검만 하면 간단히 고칠 수 있는 것이지만, 잘 알지 못한다면 돈과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농기계가 없다면 지역의 농기계임대센터에서 임대해서 사용할 수 있다. 지역 농업기술센터의 농기계임대사업소에서 농사에 필요한 농기계를 임대해준다. 적은 금액으로 농기계를 임대하면, 노동력과 시간이 절감되고, 자주 사용하지 않는 농기계를 살 필요가 없기 때문에 금상첨화이다.

둘째, 농부는 연구원이다. 내가 재배하고 있는 작물의 생리와 환경을 잘 맞춰줘서 최상의 품질의 작물을 수확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내 땅의 토양과 수질을 잘 알아야하고, 그에 맞게 퇴비와 비료를 적절하게 공급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어르신들의 경우는 여러 해 동안 농사를 지으셨기에 경험에 의해 축적된 데이터로 해결하시지만, 나의 경우는 산청군농업기술센터를 이용한다. 내가 농사짓는 땅의 시료를 채취해서 농업기술센터에 토양성분분석을 의뢰하면 3일정도 후에 분석표가 나온다. 분석표에는 토양의 성질과 성분, 의뢰할 때 기입한 재배예정 작물이 잘 클 수 있는 퇴비와 비료의 양이 표기되어 있다. 그래서 처음 짓는 땅이라도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토양성분분석은 산청군뿐만 아니라 각 시군 농업기술센터에서 무료로 해주기 때문에 농업기술센터에 문의 후 시료를 채취해서 의뢰를 요청하면 된다.

셋째, 농부는 판매원이다. 내가 생산한 농산물을 내가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쉬운 방법은 농협이나 공판장에 내는 것이지만 수익이 만족스럽지 못하다. 만족스런 수익을 얻으려면 직거래를 해야 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인이 고객이 되고, 내가 일할 때 옆을 지나가는 행인, 농식품 박람회에서 만난 사람이 고객이 된다. 그 고객들이 꾸준한 고객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항상 좋은 품질의 농산물을 엄선해서 보내주는 것이 답이다. 그리고 엄선한 농산물인 만큼 제값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 작물을 수확을 하고 있노라면 매번 길 가던 행인고객과 실랑이하는 일이 벌어진다. 수확하는 것을 보고 일부러 차를 세웠다고 하며, 농산물 품질이 너무 좋다며 자신에게 팔기를 원한다. 가격을 이야기하면 마트에서 더 싸게 팔더라며 무조건 깎으려고만 한다. 그럴 때마다 너무 속이 상한다. 정말 열심히 정성들여 키웠는데, 품질은 인정하면서 농부의 정성과 노고는 인정을 하지 않는 것이다. 내 농산물에 대해 자부심이 크기에 내각 생각한 가격이 아니면 팔지 않는다. 그렇게 떠나보낸 고객이 많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제발 사주세요’라고 하는 판매원이 아니라 ‘제가 살게요’를 듣는 농부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

이렇게 농산물을 생산하기에 생산직이고,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기에 서비스직이다. 농부는 이렇게 많은 일을 해야 한다. 자연과 소통하고, 사람과 소통하고, 기계와 소통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농부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연이 되고, 사회가 된다. 가장 자연적이고 사회적인 직업이라는 것을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이라도 알아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시골 생활을 하기 전에 여러 가지 경험을 해보시기를 바란다. 어떤 경험이던지 경험을 할 당시에 유익했던, 유익하지 않았던 경험을 한 그자체가 미래의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곰내들 대표 정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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