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진주신문 김성대 편집장
경남진주신문 김성대 편집장

‘갑질’.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자가 우월한 신분, 지위, 직급, 위치 등을 이용해 상대방에 오만무례하게 행동하거나 이래라저래라 하며 제멋대로 구는 행동”을 뜻하는 신조어다. 지난 주 기자는 경기도 화성에 있는 미래테크라는 기업으로부터 제보 하나를 받았다. 하도급 업체인 자신들에게 불공정한 거래를 통보한 김해의 A기업을 고발한다는 내용이었다. 근래 일부 대기업과 하청업체들 사이에서 적잖이 불거지고 있는 이른바 ‘하도급 갑질’ 사례다.

불합리한 단가 산정, 일방적 원료수급 중단으로 인한 경제적 손해, 공장이전 관련 부당한 인건비 정산, 지급내역 요구 및 경영간섭 등 미래테크는 ‘을’인 자신들에게 A기업이 행했다는 ‘갑질’을 조목조목 나열해 본지에 전해왔다. 그리고 며칠 뒤 A기업 측도 공문을 통해 미래테크 주장들에 대한 반박을 조목조목 해왔다. 미래테크의 주장은 모두 터무니없는 주장이고 오해라는 것이 A기업 측 입장이었다. 그들은 미래테크 측과 이해관계를 놓고 협의 중인 상황이어서 사실관계만이라도 분명히 해두자는 취지였다.

미래테크가 고발한 A기업의 부당한 조처들이 정확히 ‘갑질’인지는 아직 모른다. 이 일은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에 맡겨진 상태고 그 결과에 따라 두 기업 간 잘잘못은 가려질 것이다. A기업과 미래테크 대표의 측근은 사실 친형제 사이다. 목재 업체였던 A기업의 전신 때부터 두 형제는 함께 일을 했지만 IMF 사태 이후 두 형제는 틀어졌다. 그리고 이런 불미스런 ‘형제의 난’에 이른 것이다. 형이 동생에게 정말로 갑질을 한 것인지, 아니면 동생이 형을 오해한 것인지. 기자는 이 일이 도덕적인 선에서 마무리 되고 법적 분쟁까진 이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형과 동생이 ‘갑을’이라는 서늘한 관계 속에서 질식당하는 건 모두에게 썩 아름답지 못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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