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진주교회(평안동) 담임목사
김기덕 진주교회(평안동) 담임목사

계란에도 유정란이 있고 무정란이 있다. 암탉이 혼자 낳은 계란이 무정란이고 암탉과 수탉이 같이 노력해 나온 계란이 유정란이다. 계란을 부화하거나 암탉이 품었다 해서 다 병아리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유정란만 부화되어 병아리가 되는 것이다. 무정란은 품고 있으면 썩어 버린다. 겉보기에는 무정란이 유정란보다 더 클 수 있지만 크기가 병아리 부화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겉보기에는 똑같은 사람이라도 그 사람 안에 생명력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유정란 같은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있고 무정란 같은 삶을 사는 이들이 있다. 아무리 똑똑하고 교양 있고 윤리적인 삶을 살고 바른 생활을 한다 해도 그 사람의 인격과 성품이 거듭나지 않으면 생명력이 없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생명력이 있다는 것은 진리를 품고 사는 이들이다. 양심이 살아있고 나보다 남을 귀하게 여길 줄 알며 나 홀로보다는 더불어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이다. 육신의 소욕에 집착하는 것보다 영혼의 가치를 알아가는 자이고 현실에 충실하되 현재의 삶이 끝이 아님을 아는 자이다.

유정란 같은 인생을 사는 자들은 이 땅에서 얼마나 오래 살고 잘 사느냐보다 어떻게 사느냐를 중요하게 여기며 산다. 그리고 인생의 설계도대로 사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모든 건축물은 설계도면이 있다. 건축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바로 설계도이다. 집을 지을 때 절대 설계비만큼 깎지 말라는 얘기가 있다. 또한 설계도를 무시하거나 대충 시공하면 반드시 문제가 생기게 마련이어서 항상 설계도대로 집을 짓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하나님으로부터 지음을 받은 피조물인 우리는 하나님께서 만드신 세상을 살아갈 때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을 인생의 설명서라고 하는 이 성경을 통해 다 가르쳐 주셨다. 그 인생의 설계도면대로 사는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것이다. 특히 복 있는 자가 어떤 자인지, 왜 그리스도인이 세상의 소금과 빛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부모는 자식을 어떻게 양육해야 되는지, 자식은 부모를 어떻게 섬겨야 되는지, 남편과 아내가 어떻게 부부생활을 해야 하는지, 이웃을 왜 사랑해야 하는지, 왜 약한 자를 돕고 나보다 남을 귀하게 여겨야 되는지, 자신의 성품과 인격을 어떻게 가다듬어야 하는지 인생의 모든 것을 다 설명해주셨다. 즉, 무정란의 삶이 아니라, 생명을 잉태하는 유정란의 삶을 살아갈 것을 인생의 설명서인 성경은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신약성경 마태복음 7장에는 예수님의 비유 이야기가 나온다. 반석 위에 집을 지은 자가 지혜로운 사람이고, 모래 위에 집을 지은 자는 어리석은 자라는 말씀이다. 그런데 두 사람 모두 공통점은 열심히 집을 짓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이것은 인생의 집을 말하고 있는 것인데,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 인생의 집을 설계하며 멋진 삶을 누리기 위해 살아간다. 어떤 사람은 출세와 성공의 집을 아름답게 지어가고, 어떤 부모는 자녀의 미래를 위한 집을 멋지게 지으려 고군분투한다. 어떤 사람은 노후와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평온한 집을 짓기 위해 모두가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그 외에도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자신만의 집을 짓는 것이 인생이다. 그래서 저마다 더 많이 지으려고 더 높이 더 크게 지으려고 열중한다. 그러나 반석 위에 집을 지은 사람에 비해 모래 위에 집을 지은 사람은 비바람이 불고 홍수가 나면 쉽게 무너진다는 교훈을 준다.

얼마나 큰 집을 짓고 화려하게 짓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성경은 집을 어떻게 지었느냐가 아니라, 어디에 지었느냐에 초점을 두고 있다. 반석 위에 집을 지은 사람은 지혜로운 자이고 모래 위에 집을 지은 사람은 어리석은 자이다. 지혜로운 자는 설계도면대로 집을 짓는 자이다. 인생의 설계도대로 우직하게 따르는 지혜로운 삶을 살아갈 때 인생의 어떤 위기와 시련 속에서도 넘어지지 않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 인생의 위기가 닥쳐올 때 급하게 편리하게 인간의 얄팍한 꾀로 집을 지은 사람은 금새 탄로가 난다. 그러나 반석이라는 진리의 터 위에 생각의 집을, 마음의 집을, 인생의 집을 짓는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이 없다는 것이다. 여러분은 인생의 집을 반석위에 짓고 있습니까? 모래 위에 집을 짓고 있습니까?

김기덕 진주교회(평안동) 담임목사

저작권자 © 경남연합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